"'빅3'만 공약하나. 우리가 더 파격적이다."
대선을 33일 앞둔 현재, 군소후보들의 마음이 이러지 않을까 싶다.
국회의원 정수 감축, 일자리 100만개 창출, 셋째 아이 대학등록금 지원 등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은 '빅3'(박근혜·문재인·안철수) 대선 후보 뿐이다.
정책공약의 정교함과 파격성으로 따지자면 군소후보들도 나름 붙어볼만 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지지율 경쟁에 밀려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찌감치 물러나 있다.
이에 '조세일보'는 현재까지 대선출마를 선언한 군소후보 중 여론조사에 포함되는 후보군인 진보당 이정희 후보, 진보정의당 심상정 후보, 무소속 강지원 후보, 무소속 이건개 후보의 경제 및 조세 공약을 살펴봤다.
□ 증세가 두려워? '소득세율 50%' 거뜬 = 지난해 연말 통과된 버핏세보다 더 파격적인 증세안을 내놓은 이정희 후보.
이 후보는 고소득층에 한해서만 현재 38%인 소득세율을 50%로 올리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현행 3억원 초과 구간에 대한 최고 소득세율은 38%로, 지난해 연말 버핏세로 불리는 이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를 놓고 여야 의원들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결국 제야의 종이 울리기 직전에 어렵사리 통과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 후보는 여기에 12%p를 더 높이는 50%의 세율을 약속한 것이다.
이 후보는 "잘사는 나라들 예컨대 북유럽이나 중서부 유럽 나라들 같은 경우 소득세 최고세율이 50%를 넘기는 나라들이 많다"며 "프랑스는 최고세율이 75%"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각종 공제제도로 실효세율은 30%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다른 후보들은 복지를 말하면서도 아무도 증세를 말하지 않지만 우리는 고소득층 증세를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빅3 후보들이 복지 확대 공약은 내놓지만 증세는 말하지 않는다는 이중적인 행태를 꼬집은 것이다.
이밖에 이 후보는 노동조합 조직률 50% 달성, 최저임금을 평균임금의 50% 상향 조정, 식량자급률 50% 달성 등의 공약을 내놨다.
□ "빅3, 최저한세 장난해?…20%는 해야지" = 현행 14%인 최저한세를 20%까지 높이자는 심상정 후보.
최저한세란 법인세에 해당하는 세목으로 각종 공제로 세금을 아예 납부하지 않는 상황을 막기 위해 최소 몇 프로까지는 세금을 내야 한다는 규정이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현행 14%인 최저한세율을 1%p 상향조정한 15%를 주장했고 정부도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심 후보는 이보다 더 공격적으로 세율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여러 세목을 신설하겠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이 세목 신설을 두려워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심 후보는 부자증세는 물론이고 미래세대를 위한 탄소세와 사회복지세도 도입한다고 공약했다. 탄소세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석유 등을 사용하는 업종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현재 유럽권에서는 해외 항공사를 대상으로 탄소세를 부과하려고 했지만 미국과 중국의 반발로 1년 유예된 상태다.
우리나라 역시 이명박 대통령이 녹색성장 정책을 펴며 탄소세 논의가 활발히 진행됐지만 산업계의 반발과 경기침체로 쏙 들어가버렸다.
한편, 심 후보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 및 남용 근절을 위한 재벌개혁 ▲노동자 경영참여로 기업민주화 실현 ▲중소기업 주도의 서민경제 실현 ▲서민금융법 제정 및 금융공공성회복 등 20개의 공약을 발표했다.
□ '경제민주화'보단 '홍익경제' = 매니페스토를 선언하며 출마한 강지원 후보는 정치권의 화두인 경제민주화를 과감히 버렸다.
대신 홍익적 경제활성화를 주장했다. 홍익적 경제활성화란 잘 사는 이는 더 잘 살게 하고 못 사는 이들은 잘 살게 하는 개념으로 대기업만 손봐서는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단 논리다.
강 후보는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경제민주화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대기업에게는 더 큰 자유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신 그에 따른 책임을 부과, 적법경영과 윤리경영을 하게 한다.
반면 국가는 중소기업 또는 소상공인, 골목상권, 이런 쪽에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데 역점을 두면 대기업은 저절로 자기 스스로 자기의 길을 찾아가게 된다는 것이 강 후보의 논리다.
금융권도 마찬가지다. 잘 나가는 시중은행에는 더 큰 자유를 줘서 더 많은 이익을 추구해 세계적인 은행이 되도록 해야 한다.
반면 소상공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비영리 은행을 정부가 만들어 은행의 문턱을 낮춘다. 일종의 투트랙 전략인 셈이다.
이밖에 강 후보는 초당적 화합정부 실현, 청와대 8개 수석비서관실 전면 폐지, 거국내각 구성, 모든 정당과 당정 협의 체제 구축 등의 공약을 제시했다.
□ 줄줄새는 돈 막겠다…공무원 "꼼짝마" = 다른 군소후보들이 증세를 얘기할 때 이건개 후보는 줄줄 새는 예산을 막겠다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 후보가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정책실명제'다. 적자가 나는 사업을 추진하는 공무원들의 실명을 걸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게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를 일으킨 기관의 기관장에게는 민사손해배상 및 형사상 배임죄로 문책한다. 이 후보는 이 제도로 국가 예산을 30% 줄일 수 있다고 예측했다.
또한 외국회사들의 소위 '먹튀' 행태를 근절하기 위해 기획재정부, 법무부, 금융위, 국세청의 공조체제가 시기적절하게 수행되는지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해 세금 유출을 막는다.
이밖에 대통령과 국무위원, 지방자치 단체장들의 급여 외에 판공비, 정보비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회의원 정수를 200명으로 감축한다. 정부부처의 인건비성 예산도 대폭 줄여 예산 낭비를 줄이는 등의 공약을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