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왼쪽)와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사진 = 김용진 기자)
김종인 '재벌개혁 1호' 대기업집단법 포함 안 해
'금산분리' 있지만 기존 순환출자 허용해 '반쪽' 전락
"과거 새누리당과 비교하면 많이 달라진 것"이라는 평가도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의 경제민주화 정책이 16일 드디어 발표됐다.
하지만 '경제민주화'가 당론인 상황에서 재벌개혁보다 시장의 공정경쟁에 초점이 맞춰진 공약은 '핵심이 빠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경제민주화'의 상징인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이날 정책발표에 불참해 논란이다. 김 위원장 대신 박 후보와 함께 정책발표 설명에 나선 것은 진영 정책위의장과 안종범·강석훈 의원이었다.
김 위원장이 내세운 재벌개혁 안(案)들이 전혀 수용되지 않은 점은 당내에서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앞서 박 후보가 '경제민주화-성장' 투 트랙을 강조하며 경제민주화 의지가 후퇴됐다는 분석이 현실화 된 것.
경제민주화 이슈를 가장 먼저 선점했던 박 후보가 비대위원장 시절,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지난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 한껏 기대를 모았다. 이후, 당내 연구모임인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의원들은 매주 회의를 통해 '재벌개혁'에 초점을 둔 관련 법안들을 만들어냈다.
또한, 박 후보 역시 경제민주화로 김종인 위원장과 이한구 원내대표 간 갈등이 불거질 때 김 위원장의 손을 들어주며 '정기국회 내 2개 이상의 경제민주화 입법'을 약속하기도 했다.
■ "대기업집단법, 세계적으로 선례 없어" = 하지만, 이날 발표에서는 김 위원장이 '재벌개혁 1호'로 내세웠던 대기업 집단법이 포함되지 않았다. 또한,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도 빠졌다. ▲재벌총수 사익편취 시 지분조정명령제 ▲대기업총수 주요경제범죄에 대한 국민참여재판 ▲주요경영진 연봉 공개 등 일부 강력한 규제 방안도 정책으로 담지 못했다.
박 후보는 대기업집단법이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 "세계적으로 선례가 거의 없고 현행 법체계와 충돌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집단법에 포함될 내용 중 필요한 부분은 개별법에 실효성 있게 반영하고 '대기업집단법' 제정 논의는 중장기 과제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김 위원장과 갈등을 빚은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에 대해서는 "우리 기업이 외국기업의 적대적 인수합병에 노출될 수 있고, 지금 어려운 시점에 합법적으로 인정되던 과거의 의결권까지 제한한다면 기업이 큰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반대의사를 명확히 했다.
'경제사범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 대해서는 "헌법이 보장한 평등권 침해 논란 등 여러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감안해 경제범죄에 대한 형량 강화로 해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재벌총수 사익편취 시 지분조정 명령'이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 강석훈 의원은 "부작용도 있고 현재 경제여건을 봐서 큰 혼란이 있을 수 있어서 포함을 안 시켰다"며 "(만약) 심각한 사건이 나오면 헌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벌금 등으로 제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제민주화의 핵심인 '재벌개혁' 관련 정책 중 그나마 '금산분리'가 담겼지만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 제한이 빠지게 되면서 '반쪽'짜리가 됐다. 재벌의 순환출자가 대부분 금융계열사의 지분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 "실질적인 효율성 생각해야" VS "핵심 빠져" =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강 의원은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 정책에 대해 "야당과 달리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는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실질적인 효율성"이라며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규제에 들어가는 비용 대비 효율성이 있는지가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제민주화 정책을 지난 몇 달 동안 가다듬은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의원들은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행추위 경제민주화 추진단 핵심 관계자는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사실 지난번에 기존 순환출자가 논란이 됐을 때 정책에 포함이 안 될 것이라고 예상은 했다"면서도 "하지만 핵심이 빠져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했다.
경제민주화실천모임 한 의원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후보가 원칙을 강조하는 건 좋지만 너무 고지식해서 정치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지금 당장 하기 힘들다고 생각해 최종안에서 빠진 것 아니겠느냐"며 "단계적으로 접근하겠다고는 하지만 경제민주화 의지가 후퇴한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 김종인 '달래기'…"섭섭하실 것", "새누리당 기여한바 커" = 또 다른 관계자는 "추진단이나 경실모에서 만든 안들이 대부분 수용됐기 때문에 새누리당의 과거와 비교하면 많이 달라진 것은 맞다"며 "그래도 김 위원장이 핵심으로 낸 게 빠졌으니 섭섭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김 위원장의 불참의 '여파'를 줄이는 데 애쓰고 있다. 김 위원장을 달래기 위해 여러 경로를 통해 설득하고 이날 발표한 최종안을 김 위원장에 전달해 마지막 조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진 정책위의장은 "아침에 김 위원장께 전화를 드렸는데 통화를 못했다"며 "김 위원장은 너무나 많은 일을 하셨고 새누리당에 기여한 바가 크다. 앞으로도 김 위원장과 잘 상의해서 오늘 공약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