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소위 추가협의 진행될 듯
소득·법인세율 등 주요 쟁점법안 '대선 이후' 가닥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 세법개정안 심사가 지연되면서 당초 예정된 23일 국회 본회의 처리가 불투명해 진 상황이다.
19일 국회, 기획재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당초 조세소위는 이날까지 계류된 모든 세법개정안에 대한 심사를 마칠 예정이었으나, 주요 쟁점법안에 대한 최종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조세소위는 정치권과 정부 협의로 선정된 70여개 경제민주화·민생관련 법안 심사를 마친 뒤, 정부안을 중심으로 한 부수법안을 검토 중이다.
개별 세법에 대한 개략적인 심사는 이뤄졌으나, 여야 또는 정치권과 정부사이에 이견이 있는 쟁점 법안들은 구체적인 협의를 진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추가적인 조세소위 일정이 불가피한 상황. 이미 조세소위 내부에서는 협의를 거쳐 추가 일정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관계자는 "내일(20일)도 소위 일정이 잡혀 있다"며 "정부와 정치권이 제출한 세법개정안에 대해 전반적으로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몇 차례 더 소위를 개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부, 정치권 안팎에선 당장 오는 23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 올해 세법개정안 상정자체가 어렵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는 세법개정안과 예산안의 밀접한 관계와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세법 자체가 예산안의 골격을 이루는 세입예산을 결정짓는 요인이기 때문에, 예산안과 세법개정안을 본 회의에서 따로 처리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현재 여야 정치권이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논의할 계수조정 소위조차 구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법개정안 단독처리는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특히 야권 일각에서는 예산안과 주요 세법개정안에 대해 "대선 이후에 결정짓자"는 기류가 팽배한 상황. 민주당에서 새 대통령 예산을 따로 배정하자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나온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외부요인과 별도로 조세소위 내부적인 문제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소득·법인세율 조정문제는 물론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 회원제 골프장 개별소비세 면제, 설탕관세율 인하,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조정문제 등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팽팽히 의견대립을 이루고 있는 문제가 산적해 있다.
또한 정부는 최근 새누리당 김광림 의원이 제출한 '동(銅) 스크랩 매입자 과세특례' 법안으로도 골머리를 썩고 있다. 정기국회 이전에 미처 준비하지 못한 민감한 문제가 갑자기 불거져 나와 뒤늦게 국세청, 업계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실제로 이날 정부는 과세특례 도입이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내기 위해 시중 고물상업계 관계자들을 소위에 불러 의원들에게 실질적인 업계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다. 급격히 과세특례 제도를 도입할 경우 오히려 영세사업자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부분을 부각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당론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야당은 대기업 증세를 골자로 하는 세법개정안 심사가 진척되지 않자 일시적으로 조세소위를 보이콧 하는 등 법안통과를 위해 다각도로 정부를 압박 중이다.
이런 이유로 소위 안팎에선 적어도 소득·법인세 과표 조정 문제 등 민감 법안에 대해선 연말 대선 전까지 확실한 결론을 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세제당국은 예산안 처리가 불투명해 진 상황 속에서도 개별 세법에 대한 여야 합의를 하나라도 더 이끌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말에 시간에 쫓기면서 한꺼번에 결정짓기 보다는 사전에 충분히 논의해서 쟁점법안 한 개라도 미리 결정해 두는 것이 좋다는 판단에서다.
재정부 관계자는 "예산안과 세법개정안을 별개로 처리할 순 없지만, 이전에 어느 정도 협의를 해둬야 나중에 본회의 처리절차가 수월해진다"며 "소위 심사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매 회의마다 설명 자료를 보완하는 등 준비를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