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과 숭실대학교가 가계 부채 문제를 주제로 금융 토크를 열었다.
금감원과 전국의 대학생들이 함께 참여한 캠퍼스 금융 토크는 지난해 11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시작해 이달로서 1주년을 맞았다.
21일 권혁세 금감원장과 조준희 기업은행장 등 금융계 인사들은 숭실대에 방문해, 가계 부채와 관련된 하우스 푸어(house poor), 프리워크아웃(pre-workout), 재정 투입 문제 등을 두고 학생들과 토론을 벌였다.
학생들은 정부의 가계 부채 해결 계획에 대해 자세히 묻거나, 은행권 대책의 실효성과 공적자금 투입의 필요성에 대해 깊이 있는 질문도 던졌다.
권혁세 원장은 "가계 부채의 모든 부문이 걱정되는 건 아니다. 신용 등급 7등급 이하, 자영업 종사자, 주택담보대출 중 하우스 푸어의 빚 상환 능력이 떨어지면 이 부문이 부실화될 수 있다. 특히 자영업 종사자의 경우 요즘 장사가 안 돼 빚을 갚기 어려워지고 있어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준희 행장은 "최근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하우스 푸어의 주택 경매를 유예하거나 이자 및 만기를 조정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차주들은 은행에 집을 양도하면 잃는 것으로 생각하고, 이러한 이유로 신청자 수는 저조했다. 기업은행은 가계 부채 상황을 좀 더 지켜본 뒤 내년에 좋은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 일부에서 공적자금 투입이 거론되자 이에 대한 담론도 이어졌다.
조수진 학생(경제학과 3학년)은 "정부에 의하면 가계 부채 책임은 1차로 대출자에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정부는 공적자금 투입에 미온적 반응을 보인다. 이에 상당 부분 공감하지만 정부가 부동산 투자 규제를 풀었고 은행이 대출을 늘리는 악순환이 가계 부채 증가 속도를 가속화시켰다. 따라서 정부에 책임이 있다면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권혁세 원장은 "현재 하우스 푸어 문제가 심각한 상황인가. 아직까지 부동산 시장의 상황은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고 본다"고 답했다.
그는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15~20%까지 떨어졌지만 선진국과 비교하면 양호한 편이고, 연체 문제는 일부 취약 계층을 중심으로 생긴다. 이들이 대출을 연체해 채무불이행이나 주택 경매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은행이 해결할 수 있다. 만일 상황이 더 나빠져 은행도 그 능력이 안 되면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현재까지 그런 상황은 전혀 아니다"고 덧붙였다.
조준희 행장은 "내리막이 있으면 참고 견디며 헤쳐 나가야 한다. 공적자금 투입 시 채권자는 제 돈이 아니니 대강대강 관리하고, 채무자는 빚을 갚을 생각을 하지 않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다. 또 공적자금은 우리가 낸 세금으로 운영된다. 여기에는 무주택자가 낸 세금도 포함되는데, 이 돈으로 하우스 푸어를 돕는 것은 개인적으로 반대다"고 지적했다.
조준희 행장은 가계 대출과 중소기업 대출금리를 내년부터 한 자릿수로 내리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가계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은행들이 손실을 분담하는데 전적으로 공감한다. 내년 1월부터 대출금리를 한 자릿수로 내리는데, 이로 인해 기업은행 수익은 4000억원 줄어들 것이다. 기업은행장 임기 3년 내내 수익이 줄어들었지만, 영광의 훈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권혁세 원장은 행사 종료 후 기자들을 만나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외의 다른 은행들도 대출 만기 연장 등을 하고 있는데, 하우스 푸어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