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첫 양자 TV토론은 누구의 승리로 돌아갔을까.
TV토론이 끝나면 으레 내놓은 양 선거 캠프 측의 논평에는 모두 자신들의 후보가 품격있는 토론을 보여줬다고 하는 자화자찬의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주목하는 것이 바로 SNS의 표심이다. 정치인과 유명인,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쏟아내는 후보들의 평가는 민심 전체를 대변해주지 못하더라도 젊은층의 마음을 어느 정도 드러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지난 1차 TV토론 때는 통합진보당 이정희 전 후보가 박 후보를 공격할 때 쓰였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본식 이름인 '다카키 마사오'가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2차 TV토론 때는 박 후보의 '지하경제 양성화'를 잘못 말한 '지하경제 활성화'가 순식간의 검색어 상위권에 들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 전 후보가 빠진 두 후보의 진검승부라고 할 수 있었던 16일 열린 3차 TV토론 때는 무엇이 이슈였을까.
비교적 정책토론에 방점을 뒀던 두 후보의 대결에는 1차와 2차 때만큼의 말실수나 파괴력 있는 발언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두 후보의 설전에 '불량식품', 국정원 여직원 사건, 박 후보의 '대통령이 되면' 발언 등은 숱한 패러디를 낳았다.
朴측 "자신감 있었다" vs 文측 "朴, 기본지식 없다"
이 전 후보의 불참으로 박 후보는 전보다 한결 여유있는 표정을 보였으며 문 후보는 정책면에서 상당히 공격적이고 집요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양측의 평가는 엇갈렸다. 박 후보 측 조해진 대변인은 "어제 이 전 후보의 긴급 사퇴로 룰이 갑자기 바뀌어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는데도 자신감 있게, 여유있게 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국정원 여직원이나 SNS, 신동해빌딩 사건 등의 부분은 문 후보의 답변이 굉장히 부실했는데도 불구하고 박 후보가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지 못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문 후보 측은 박 후보에 대해 더욱 매서운 평가를 내렸다. 정세균 상임고문은 "기본지식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대안이 없는 사람이 바로 박 후보였다"며 "박 후보가 그동안 왜 양자토론을 기피했는가 이유가 드러났다. 양자토론을 해보니 우열이 확실히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또 두 후보가 6인 병실과 4인 병실의 건강보험 적용을 놓고 설전을 벌였던 것을 거론하며 "6인과 4인 병실의 차이는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느냐는 것인데 그런 것에 대해 경험도 관심도 지식도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SNS 패러디 봇물…"그래서 제가 사장 되려고요"
"그래서 제가 대통령이 되려는 것 아닙니까."
문 후보의 집요한 공격에 이 말로 대응했던 박 후보를 패러디하는 게시물은 SNS상에 쏟아지고 있다.
박 후보의 이 발언이 화제가 되는 것은 바로 여유로운 모습 때문이었다. 1차와 2차 토론에서 이 전 후보에게 맹공을 당했던 박 후보는 내내 굳은 표정으로 TV토론 자리를 지켰지만 3차 토론에서는 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반값 등록금 공약을 공격하는 문 후보를 향해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팔 하나를 등받이에 걸치며 농담조로 발언했다는 것이 SNS상의 표심을 자극했다.
ani** 트위터리안은 "김 과장! 일을 왜 이렇게 하나", "그래서 제가 사장이 되려고 합니다"라는 패러디를 올렸다. ro**는 '면접관 "지원하시기엔 아직 경력이 좀 부족하신 것 같은데…', '지원자 : 그래서 제가 입사하겠다는 것 아닙니까?'라는 글을 올렸다. sty**는 "박근혜는 대통령이 되면 하려고 아무일도 하지 않고 기다렸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국정원 여직원 '감금' 설전도 SNS에서 큰 화제였다. te** 트위터리안은 밖에서 문을 잠궜을 때는 감금이고, 안에서 문을 잠궜을 때는 잠금이라는 그림을 올리기도 했다. ts**는 "박 후보가 지금 KBS 토론회장에 감금돼 나가지도 못하고 원치 않은 질문에 대답하며 인권이 유린되는 현장을 목격하고 있다"고 글을 올렸다.
박 후보가 불량식품을 4대악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 SNS상에서는 "내 아폴로와 쫄쫄이를 모욕했어"라고 글들이 올라왔고 문 후보 측 박용진 대변인도 이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밖에 진보정의당 박원석 의원의 트윗도 화제였다. 박 의원은 "이렇게 인정하기 싫지만 5년 전, MB는 경쟁력 있는 후보였다"는 글을 남겼다.
전원책 변호사는 "문 후보는 연간 39조원이라는 복지정책을 얘기하면서 재원 대책을 제대로 못 내놨다"며 "현실가능성이 보인다는 측면에서 박 후보가 잘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국민대 홍성걸 교수는 "박 후보가 문 후보보다 잘했다. 박 후보는 원래 토론을 못하기 때문에 국민 기대치가 낮아서 이만큼도 잘한 것"이라며 "문 후보는 더 잘할 줄 알았는데 기대치에 못 미쳤다"고 말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