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소득·법인세율 최종 결정 '임박'
여권 승리로 법인세율 인상 '난망'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1년 연기' 유력
대선투표 결과 박근혜 당선인(새누리당)이 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오는 21일(금요일)부터 재개될 예정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 향후 국가 조세정책 개편 논의가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특히 올해 세법개정안 논의의 '백미(白眉)'인 소득·법인세율 조정 논의가 이번 대선결과로 급물살을 타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선거 이전 여·야 정치권은 차기 정권의 복지확대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일부 고소득층과 대기업의 세금 부담을 늘려야 한다는 '방향성' 자체에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에서는 상당한 이견을 나타냈다.
하지만 국민 75% 이상이 참석한 대선에서 과반수 이상의 선택으로 여당이 승리함에 따라, 당초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강력한 증세를 예고했던 야권 목소리가 상당부분 힘을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 소득세제 개편, 내년으로 밀리나? = 우선 소득세의 경우 여야 모두 현행 3억원 초과인 최고세율(38%) 적용구간 과세표준을 내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세부 각론에서는 이견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새누리당은 2억원, 민주통합당은 1억5000만원의 과표 구간을 각각 제안 중이며, 세율 이외에도 근로소득공제율을 축소하는 방안에 있어서도 각각 다른 수정안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소득세율 개정방안은 양당 정책위의장 협의사항으로 넘어간 상태이나, 연말까지 협의 일정이 그리 길지 않아 개편 논의자체가 미뤄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특히 정부 측에서 구체적인 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국회 논의과정의 협의만으로 세법개정 논의의 핵심사항인 소득세율 문제를 결론 내는 것은 정치적인 부담감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의 연말 논의결과를 토대로 소득세법 개정안이 차기정부 첫 세법개정안에 담길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세법개정 기술상 불과 열흘 남짓한 시기에 협의한 내용을 토대로 소득세율이 조정되고 이 내용을 내년부터 곧바로 적용하기에는 정치적 부담감도 상당히 클 것"이라며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차기 정부 첫 세법개정안에 소득세 개정안이 담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 법인세율 인상논의, 사실상 물 건너간 듯 = 이번 대선결과로 가장 결론점이 뚜렷해진 것은 바로 법인세율 인상문제. 새누리당은 그동안 당론차원에서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안을 반대했고, 박근혜 당선자 또한 세수확보를 위해 추가적으로 법인세율을 높이는 것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 단독으로 법인세율 인상논의를 밀어붙이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더구나 정부도 법인세율 인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소득세 개정문제와 달리 법인세율 인상논의는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봐도 무리가 없다는 분석이다.
야권 스스로도 지난달 세법개정 논의에서 과표 1000억원 초과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최저한세율을 당초 정부안(14%→15%)보다 1%p 더 높인 16%로 잠정 합의된 부분을 고려, 추가적인 증세 논의를 당분간 꺼내들 명분도 약하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민주당이 당론차원에서 제시한 대기업 계열사 차입금의 이자소득 손금산입 배제방안이나, 계열사 수익배당금 익금불산입 특례방안 등 강력한 법인세 증세효과가 예상되는 법안들도 추진동력을 잃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논의, '1년 연기' 유력 = 주택시장 문제와 관련된 뜨거운 쟁점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 존폐여부 논의도 조만간 구체적인 합의결과가 드러날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을 통해 다주택자 중과세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야권은 이를 사실상의 '부자감세'로 규정하고 강력히 반대했다.
새누리당은 이런 분위기를 고려해 이미 올해 정기국회에서 '절충안' 성격으로 양도세 중과제도 시행을 1년 연기하는 방안(나성린 조세소위원장 대표발의)을 제시한 상황이다.
대선에서 패배한 야권이 실리와 명분을 찾을 수 있고, 여권 또한 거래세 감면기조 유지를 통해 주택시장 불안감을 일부 해소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나 의원의 절충안으로 합의점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폐지 문제는 새누리당 방안대로 제도 시행을 1년 더 연기하고 내년 소위에서 폐지여부를 재논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