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소득·법인세율 조정 막바지 '쟁점'
차기 정부 첫 예산안을 놓고 연말 국회가 '공전(空轉)'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도 세법개정안 협의를 위해 예정됐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가 또 다시 연기됐다.
27일 국회, 기획재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조세소위는 오는 28일 오후 2시, 재정위 전체회의는 오후 3시로 각각 일정이 연기됐다.
□ 30분 만에 결렬된 세법협의 = 당초 이날 오전 강길부 기획재정위원장과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 민주통합당 김현미 의원 등 재정위 소속 여야 간사단은 백운찬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송대호 기획재정위 전문위원 등 정부, 국회 실무진들과 함께 올해 세법개정안 최종협의를 도출하기 위한 회의를 개최했다.
하지만 회의과정에서 여야 간사들은 기존의 당론을 고수하면서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이로 인해 오전 9시30분경부터 시작된 회동은 불과 30분 만에 결렬됐다.
여권은 고소득층과 대기업의 소득·법인세 최저한세율 조정 등 '미세조정' 차원에서 일단 올해 세법심사를 마무리 하자는 입장을 밝혔으나, 야권은 보다 실질적인 증세법안이 요구되는 상황이라며 대립각을 세웠다.
야권은 당초 새누리당이 대선 전에 추진한 바 있는 소득세 과표조정(38% 최고세율 적용구간 3억원→2억원 하향조정) 방안과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하향 조정(4000만원→2000만원)방안 등 증세강도가 높은 법안을 예정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새누리당은 일단 차기정부 몫으로 소득세율 및 과표구간 조정 등 주요 세법개정 논의를 미뤄야 할 필요성이 있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실현을 위한 부족재원(약 6조원 상당)은 국채발행을 통해 조달하자는 입장으로 맞섰다.
특히 여권은 대선 이후로 소득, 법인세 증세방안 협의를 미룬 것 자체가 대선결과에 따라 각 당이 추진코자 하는 정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부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야당의 협조를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나성린 조세소위원장은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추가 하향 조정(3000만원→2500만원), 고소득 근로소득자 소득공제 한도액 추가조정(3000만원→2500만원) 등 이미 양보할 만큼 한 상황"이라며 "추가적인 증세는 경제 어려움을 고려할 때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야권은 국채발행 이전에 소득세, 법인세율 인상 등 추가 세법개정을 통해 연간 1~2조원의 재원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며 협상안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세소위는 이미 5차례나 스케줄이 연기되는 등 협의에 난항이 이어지고 있다.
□ 협상 여지 아예 없나? = 다만 지금까지 여야가 맞섰던 쟁점을 살펴보면 연말까지 어느 정도 절충점을 찾을 가능성이 있는 부분도 엿보인다.
우선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하향조정 문제의 경우, 당초 정부안(3000만원)의 세수효과가 연간 1200억원, 2500만원 하향 조정안이 약 2000억원, 2000만원 하향 조정안이 약 3000억원 정도로 추정(정부 추산)되는 점을 감안하면 소득, 법인세율 조정안보다는 협상의 여지가 남아있는 것으로 엿보인다.
소득세법 개정안은 민주당 당론(세율 38% 적용 과표구간 1억5000만원 하향 조정, 근로소득공제율 1%로 축소), 세수효과(연간 1조2000억원 수준)와 새누리당의 수정안(연간 1000~2000억원)이 갭이 커서 절충점을 찾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법인세는 새누리당은 아예 증세법안 자체가 없고, 민주당은 과표 500억원 초과기업에 대한 명목세율을 3%p 높이는 안을 제시하고 있어 협상 가능성이 상당히 낮다. 특히 이 문제는 박근혜 당선자의 의중(법인세 증세반대)이 확고해 야당 측에서도 크게 기대하고 있는 모습은 아니다.
종합해보면 쟁점이 되고 있는 개정안 가운데 그나마 가장 바뀔 가능성이 높은 부분은 금융소득종합과세 재조정 방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마저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여당이 일부 퇴직 근로자의 건강보험료 부담이 대폭 늘어날 수 있다면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양측 세수효과 차이가 가장 낮아 부담이 없고, 이자·배당·임대소득 등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정상화 차원에서 그나마 가장 현실적인 협상안이 되지 않겠냐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여야는 내일 협상에 앞서 여전히 각 당의 주장을 내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단 여야 간사단 협의를 지켜봐야겠지만, 여당 측의 성의 있는 협상 대안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당초 새누리당이 추진했던 소득세 과표조정 등 재수정 안이 없을 경우 협상의 여지는 없다"고 전했다.
여권 측도 협의를 위해 내부회의를 여는 등 분주한 모습이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밝힌 합의안은 전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당장 오는 28일부터 정치권이 약속한 바 있는 예산안 처리시한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과, 세법개정 협의가 내년 예산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내에는 반드시 처리될 필요성이 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세법은 연말, 연초로 시행일자가 분명히 박혀있는 법안들이 많기 때문에 자칫 처리가 지연될 경우 소급적용 논란도 불거져 나올 수 있어 가급적 빨리 처리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