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ITC(국제무역위원회)가 삼성전자에 대해 애플 특허침해와 관련해 휴대폰 판매액의 88%에 해당하는 보증금을 예탁할 것을 권고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독일의 특허전문 블로그인 포스페이턴츠에 따르면 “미국 ITC의 토머스 펜더 행정판사가 지난 10월 24일(현지시간) 삼성전자의 애플특허 침해 예비결정을 하면서 삼성전자에게 매우 가혹한 권고안을 제시했던 사실이 드러났다”고 30일(현지시간) 전했다.
공개된 권고안은 애플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해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인정된 모든 휴대폰 판매액의 88%, 태블릿PC 판매액의 37.6%, 미디어 플레이어 판매액의 32.5%를 보증금으로 예탁하도록 제시하고 있다.
당시 토머스 팬더 판사는 삼성전자가 애플과 전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가 보유한 스마트폰 및 태블릿 PC 관련 특허 4건을 침해했다고 잠정 판정했다.
ITC는 이에 앞선 9월14일 삼성전자의 데이터 변환, 음악데이터 저장 등 4건의 특허를 애플이 침해했다고 제소한 사건에 대해서는 단 한건도 침해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애플의 일방적인 승리를 선언한 바 있다.
팬더 판사가 내린 예비판정을 ITC가 수정없이 최종 결정하면 삼성전자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ITC의 최종결정 후 대통령의 재가에 필요한 60일 내에 권고안에 명시된 보증금을 예탁해야 한다. 미 대통령의 최종 재가가 나게 되면 제소 서류에 명시된 삼성전자 제품들은 모두 수입이 금지된다.
ITC의 최종 결정은 내년초에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ITC가 특허 침해 예비판정에 대해 재심 의사를 밝혔지만 그 결과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미국 상표 및 특허 사무소가 애플의 주요특허인 휴리스틱스, 핀치투줌, 바운스백에 대해 예비 무효판정을 내린 상태이기 때문에 팬더 판사의 판결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 결정을 내리는 데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ITC는 미국의 대외교역이 국내생산, 고용 및 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미국 사업자에게 우호적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은 기관이어서 어떤 결정을 내릴 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법무법인 로플럭스의 여인봉 국제변호사는 “ITC가 자국 기업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경우는 흔하다”면서 “다만 이번 사건의 경우 대상이 된 특허가 예비무효 판정상태이기 때문에 편파적 인상을 줄 수 있는 원안 판결을 유지하기에는 조심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