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이 한국은행에서 내놓은 '국내은행 유동성 리스크 평가 보고서'에 서운한 속내를 나타냈다.
한국은행의 신현길 금융규제팀 과장과 김자혜 조사역이 8일 '유동성 불일치 지표(LMI)를 활용한 국내은행의 유동성 리스크 평가' 보고서를 통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LMI가 하향세인 반면 특수은행(농협·수협·기업은행)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한데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
LMI란 은행의 자산과 부채 간 유동성 불일치 정도를 종합적으로 측정하는 지표로 부채의 유동성지수에 자산의 유동성지수를 뺀 값이다.
은행의 자금조달이 불안정해지고 자산의 현금화 가능성이 떨어질수록 유동성 리스크를 반영한 LMI는 높게 나타난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LMI는 2000년대 초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하다가 현재는 0.09로 떨어진 상태. 하지만 농협 등 특수은행은 현재 LMI가 0.26으로 금융위기 당시의 0.3과 유사한 수준이다.
다만 특수은행의 경우 정부가 결손을 보전해주는 만큼 실제 리스크는 낮다는 것이 한은 측의 설명.
농협은행은 LMI가 금융위기 수준이라는 보고서의 지적에 억울하다는 입장을 숨기지 않았다.
8일 농협은행은 "LMI는 공인된 유동성 리스크 관리지표가 아닌 학문적 연구지표로 금융권에서 통용되지 않는 지표"라며 "특수은행 전체 자료를 사용해 지표화했는데 유동성은 개별은행 마다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는 중앙은행인 한은이 공인되지도 않은 유동성 리스크 관리지표를 활용해 특수은행의 리스크를 다소 부풀렸다는 지적으로 들려 논란이 예상된다.
이어 농협은행은 현재 유동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농협은행은 "현재 금융감독원 기준 유동성 비율은 116%로 감독규제비율인 70%에 대비해 46%p 여유가 있는 상황"이라며 "바젤Ⅲ 기준의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도 지난해 9월 기준으로 120%에 달하며 최종 규제비율을 20% 초과했다"고 해명했다.
결국 농협의 해명은 한은이 보고서에서 "특수은행들은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잔존만기 1년 이내의 은행채와 기업예금을 크게 늘리며 유동성 리스크가 커졌다"는 지적이 다소 과장됐다는 부연 설명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