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털자" 총리실 VS "재검증 안돼" 감사원
야권 "'셀프 검증' 의미없다…'국정조사' 요구"
국무총리실이 23일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 객관적 검증에 나서겠다고 밝혔으나, 양건 감사원장이 이에 반발하면서 총리실과 감사원이 정면 충돌하고 있다.
총리실은 "감사원 감사 결과와는 달리 보의 안전성과 수질에 큰 문제는 없으나, 국민적 의혹을 없애기 위해 중립적인 민간 전문가에게 재검증을 맡기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감사원 측은 정부의 재검증 계획에 대해 "감사원 감사 후에 재검증이 이뤄진 적은 없다"면서 감사원의 감사 기능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야권은 '셀프 검증'은 더 이상 못 믿겠다며 국정감사를 주장하고 나섰다. 늑장 감사로 물의를 빚은 양건 감사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도 제기됐다. 시민단체는 이번 기회에 예비타당성 조사와 입찰제도 개선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총리실장 "4대강 안전 이상없다"…국토부 입장 '반복' =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은 이날 세종시 청사에서 4대강 논란 검증과 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고 "국토부, 환경부 등과 함께 감사원 감사 결과를 검토한 결과, 보의 안전성과 수질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감사원 감사 결과를 반박했다.
임 실장은 "감사원 결과 발표의 지적사항은 현재 보완했거나 보완 중에 있다"면서 "감사원 지적과 달리 보의 설계기준은 규모에 적합하게 설계됐으며, 직접 기초파일을 박았기 때문에 안전성에도 문제가 없다"며 지난 18일 국토해양부와 환경부 장관의 브리핑과 같은 내용을 반복했다.
이어 "그러나 4대강 사업 감사 결과에 대해 오해의 소지가 많으니, 4대강 보의 안전문제와 수질개선 실태는 물론 홍수예방과 생태계 영향 등 사업 전반에 대해 민간전문가들의 객관적 검증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충실한 검증을 위해 정부가 필요한 뒷받침은 하겠으나, 검증 과정이나 결과에 대해서는 수자원과 토목 분야의 전문가에게 맡겨 투명하고 중립적으로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 감사원장 "감사 후 재검증 사례 없다…심각한 문제" = 양건 감사원장은 이날 국회 법사위 4대강 현안 보고에 출석해 "이번 감사는 감사원이 전문적 능력을 바탕으로 실력껏 양심껏 사실에 기초해 충실하게 감사한 결과"라고 항변했다.
정부에서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사업 재검증에 나선 것에 대해 "대단히 심각한 사태"라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양 원장은 감사원 감사 후 사후 검증한 사례가 있느냐는 새누리당 김회선 의원의 질문에 "그런 사례를 저로서는 들은 바 없다"며 "재검증의 수용 여부는 구체적 내용이 확정된 후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총리실이 발표한 내용을 확인해 봐야겠으나, 만약 총리실이 조사를 하고 감사원이 그 조사를 받는 조사대상이라면 이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민주통합당 박지원 의원이 "늑장감사와 총리실 검증 등에 대한 불명예 회복 자원에서라도 책임지고 물러나라"고 공격하자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늑장발표 운운은 감사실무과정을 이해못한 데 따른 오해"라고 설명했다.
또 "정부 전체에 상당히 부담을 주는 감사 결과였기 때문에 저 역시 심리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감사는 감사다'라는 생각에 입각 사실에 기초해 엄정하고 충실하게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 "감사원도 못 믿는데…총리실은 믿을 수 있나?" = 한편 이미 감사원 감사 결과로 제기된 의문들이 총리실 재검증을 통해 해소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검증에 참여하는 인사의 면면이나 추가 검증 내용으로 인해 또다른 논란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국토해양부가 이전에도 4대강 보의 하자에 대한 민관합동 조사단을 투입했으나,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입장의 전문가나 시민단체 등은 조사단에서 배제돼 검증 결과의 투명성에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야권은 일찌감치 총리실의 '셀프 검증' 주장에 "4대강 주범이 4대강 범죄를 수사하겠다는 것"이라며 반대에 나섰다.
민주통합당 4대강불법비리진상조사위는 "4대강 사업이 총체적 부실이라는 감사 결과를 부정하고, 보의 안전과 수질에 문제가 없다는 거짓말을 하면서, 4대강 사업을 객관적으로 점검하겠다는 말을 믿을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정미 진보정의당 대변인도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이명박 대통령이나 관계자들은 사업의 부실 과정을 밝히는 과정에서 철저히 조사받고 처벌받아야할 대상"이라며 "박 당선인은 새누리당 정부의 과오에 철저한 진상조사와 사후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민단체인 경실련도 성명을 내고 "4대강 사업을 추진했던 정부의 스스로 검증은 적절치 않다"면서 "검증은 국회와 차기정부에 맡기고, 즉시 국정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특히 "4대강 사업을 계기로 예비 타당성 조사, 입찰제도 등 공공사업 제도 개선에 착수하라"며 "최저가낙찰제 확대, 감리강화, 직접시공, 사후평가 등 그간 건설업 발전을 위해 요구됐던 사항들을 필수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