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이 시장가격 조작, 제휴사에 비용 떠넘기기, 실명거래법 위반 등 갖가지 불법행위를 저질러 금융당국으로부터 무더기 제재를 받아 '비리 백화점'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지난 2010년부터 지난달까지 대신증권이 불법행위로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한국거래소로부터 받은 제재는 총 12건에 달한다.
이 회사는 2년 연속으로 담합행위가 적발되는가 하면 제휴사에 비용 떠넘기기, 타인 명의계좌 알선 등 다른 증권사에서는 보기 힘든 중징계 사유에 해당하는 불법행위의 빈도가 높았다.
□ 제휴 보험사에 비용 떠넘기기, 연속 2번 시장가격 조작해 '중징계'
대신증권은 지난해 2월, 방카슈랑스 상품을 판매하면서 판촉비용을 보험사에 떠넘기는 '갑질'을 하다 적발돼 금융감독원의 제재를 받았다.
이 회사는 당시 방카슈랑스 업무와 관련해 A 생명사로부터 상품권을 받아 보험계약자에게 1인당 100만원의 상품권을 판촉물로 제공함으로써 대신증권이 부담해야 할 보험모집 마케팅 비용을 보험사에 전가했다. 방카슈랑스는 은행, 보험사, 금융투자사 등이 서로 협력해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현행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모집과 관련된 홍보·판매촉진 등의 마케팅 비용 일체는 대신증권과 같은 금융기관보험 대리점이 부담해야 한다. 대신증권은 이를 위반해 금감원으로부터 2500만원의 과태료와 직원 견책 1명, 주의 1명의 제재를 받았다.
대신증권은 또 경쟁사들과 공모해 채권의 시장가격을 조작해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도 서슴지 않다가 관계당국에 적발돼 중징계를 받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8월 경쟁사들과 짜고 소액채권 신고시장가격을 조작한 혐의로 기관주의 및 직원 감봉 1명, 견책 1명, 조치의료 1건 등 중징계를 받았다. 대신증권은 지난 2012년 12월에도 같은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3억5400만원의 과징금을 받은 바 있다.
당시 대신증권은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소액채권 전담회원으로 제1종 국민주택채권의 매출대행기관(은행)과 매도주문대행계약을 체결한 상태였다. 담합행위로 인해 투자자들은 시장가격보다 높게 형성된 가격으로 채권을 사야하고, 채권가격이 떨어지면 투자 피해는 더욱 확대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채권 신고시장가격을 경쟁사들끼리 담합해 시장가치보다 올리면 투자자들은 높은 가격으로 채권을 사야하고, 채권시장 상황이 악화되면 투자자의 피해는 커진다"며 "반면 담합한 회사들은 상대적인 이익을 챙기게 돼 이같은 형태의 카르텔은 불법"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시장가격 조작은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는 중범죄"라며 "2012년에 대신증권이 소액채권 전담회원끼리 담합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았음에도 지난해 또 같은 행위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 영업실적 올리기 위해 타인 명의계좌 알선 등 비정상거래
금감원의 조사 결과 대신증권은 영업실적을 올리기 위해 자사 전산시스템까지 조작한 혐의도 드러났다. 위탁증거금을 기한 내 납부하지 않아 미수가 발생한 계좌도 주문을 낼 수 있도록 하는 등 비리도 저질러 경악케 했다.
정해진 날짜까지 납부해야 하는 위탁증거금의 기한을 은근슬쩍 연장해 주고, 타인 명의계좌 로 거래를 알선해 실명거래법 위반을 하는 등 방법도 다양하다. 대신증권이 비정상적인 거래를 일으켜 금융당국에 적발된 건수는 2008년부터 올해까지 총 9건에 달한다.
금감원은 대신증권이 고객이 위탁증거금을 약정된 시한 내에 납부하지 않은 경우에도 주문을 수탁할 수 있는 프로그램까지 만들어 신규 주문을 받은 정황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 회사 A부서는 사후위탁증거금이 시한 내 납부되지 않았음에도 다음날 미납 위탁증거금이 0원으로 처리되는 전산시스템을 개발해 신규 주문이 가능하도록 조작했다.
실제로 이 회사 B부서는 A부서의 요청에 따라 2008년 5월부터 2010년 8월까지 선물·옵션 사후위탁증거금이 미납됐음에도 다음날 선입금 처리해 신규 주문을 지속적으로 받았다.
금감원의 조사 결과 대신증권은 부적정한 매매수탁과 타인명의 계좌 알선을 한 혐의도 드러났다. 이 회사 사당지점 부장 C씨는 2010년 9월부터 2011년 7월까지 D씨의 명의를 이용해 E씨가 13개 종목, 총 179회, 14억4000만원 규모의 매매주문을 하도록 도왔다.
또 전 대신증권 사당지점 직원인 F씨는 이 지점에 개설된 지인 명의계좌를 다른 고객에게 알선하고 거래를 하도록 도왔다. 금감원은 매매수탁 및 타인명의 계좌 알선 죄책이 중대하다고 판단해 대신증권에 2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매매주문 수탁 부적정' 시 사회·경제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금융기관에 손해를 끼친 경우, 건전금융질서를 저해한 경우 법정최고금액의 75(과실)~100%(고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