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중심으로 새정부가 복지정책 확대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각종 공공지출을 줄이지 않을 경우 증세가 필요하다는 OECD 관계자들의 의견이 제기됐다.
소득세, 법인세 등 증세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되는 직접세보다는 부가가치세 등 소비세를 중심으로 증세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알레산드로 고글리오 OECD 고용노동사회국 참사관과 랜달존스 OECD 경제국 한국담당관은 5일 서울시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국의 사회정책 과제'를 주제로 개최된 KDI·OECD 공동 컨퍼런스 참석해 이와 같은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우선 고글리오 참사관은 우리나라의 공공부문 사회복지 지출 수준이 OECD 회원국 평균보다 낮다고 지적하고, 사회통합을 위해 각종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신중하게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글리오 참사관은 "한국은 저출산화 및 고령화의 급속한 진행, 소득불평등 확대, 상대적 빈곤층 증가 등 사회통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사회통합을 위한 합리적 정책 대응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그는 "공공부문 사회복지 지출 수준을 점진적으로 OECD 평균 수준까지 늘리면서 동시에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신중하게 시행해야 한다"며 "조세와 공적이전 제도의 재분배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고글리오 참사관은 복지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각종 공공지출을 축소하지 않을 경우에는 증세를 피할 수 없으며, 소득세 등 직접세에 비해 부가가치세 등 소비세를 인상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고글리오 참사관은 "공공부문 사회복지 지출 수준을 늘리기 위해 필요한 재원 마련은 경제에 미칠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하는 방식을 통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여타 분야 공공지출을 삭감하지 않을 경우 증세가 필요하며, 직접세에 비해 왜곡의 정도가 작은 소비세를 통한 증세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날 열린 컨퍼런스에서는 우리나라 조세제도의 소득재분배 효과를 높이기 위해 근로장려세제(EITC) 등 사회안전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린다 리차드슨 OECD 고용노동사회국 경제학자는 "한국의 조세, 공적이전 제도가 소득재분배 및 빈곤 완화에 미치는 효과는 OECD 국가들 중 가장 낮은 편"이라며 "소득재분배 효과를 높이고 사회안전망의 실효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통합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고용보험제도, 근로장려세제 등 사회안전망의 3가지 주요 축에 대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OECD는 우리나라가 복지정책 확대 등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10%에 머물고 있는 부가가치세율을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실제로 지난해 4월 한국을 방문한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은 '2012 OECD 한국경제 보고서'를 발표하며 한국의 부가세율을 보다 유연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당시 구리아 사무총장은 "현재 한국의 부가세율은 10%로 OECD 평균 18%에 비해 굉장히 낮은 수준"이라며 "보다 많은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투자와 고용을 저해하지 않는 소비세 인상을 검토해야 하고, 부가세율에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