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후보 지명이 지연되면서 새 정부 출범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새 정부 출범을 불과 20일 남겨놓은 상황에서 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기간이 20일 정도 걸린다는 것을 감안하면, 오늘(5일)이나 내일 중에는 총리 후보자를 발표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박 당선인측의 움직임은 '정중동'으로 흘러가고 있는 모습이다.
만약 총리 인선이 6일을 넘겨 버릴 경우, 국무위원인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지명도 줄줄이 늦어지면서 교체 대상인 전임 정부 국무위원들과 새 정부의 국무위원들이 어색한 조우를 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당선인이 총리 인선 발표를 지연하고 있는 이유는 후보자 검증 작업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9일 총리 후보직을 사퇴한 김용준 인수위원장의 낙마가 서류 검증 부실 때문이라는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으면서 박 당선인이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더해 총리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사람들이 인사청문회에 대한 부담으로 후보직을 줄줄이 고사하고 있는 것도 총리 인선이 늦어지는 이유 중에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다.
□ '김용준 트라우마?'…후보직, 줄줄이 고사 = 김 위원장과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의 '현미경 검증'으로 인한 여파가 총리 인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새 정부의 초대 총리가 청문회도 하기 전에 낙마했다는 사실은 큰 충격이었다.
박 당선인이 "40년 전 일을 지금의 잣대로 재단하려 한다"며 인사청문회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사태 수습에 나서는 모습이었지만 부실 검증이라는 호된 질타만 받고 국면 전환에 실패했다.
새누리당조차 보안보다는 검증에 중점을 두고 청와대 인사 시스템을 활용하라는 요구를 강하게 했고, 결국 박 당선인이 이들 요구를 수용함에 따라 검증 작업이 더 늦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검증 과정 강화와 김 위원장의 낙마 사실이 부담으로 작용되면서 후보군에 오른 상당수가 총리직 제의를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 당선인은 이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두고 "신상털기식 검증은 문제다. 누가 청문회를 하려고 하겠느냐"라고 우려하기도 했었지만, 현재로서는 당장 인사청문회 제도를 뜯어고칠 방법은 없다. 인사로 인한 문제가 생기지 않으려면 검증을 철저히 하는 수밖에 없단 얘기다.
현재 총리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사람은 김진선 취임준비위원장, 김승규 전 국정원장, 조무제 전 대법관, 정갑영 연세대 총장,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안대희 전 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 등이다.
□ MB맨-朴맨, '불편한 조우' 할까…인선 언제쯤? = 시간이 없다. 새 정부 출범이 불과 20일 남았지만 박 당선인의 인사는 아직 미로 속을 헤매고 있는 모양새다.
대개는 총리 인선을 먼저 한 뒤, 국무위원인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선을 진행하지만 김 위원장의 낙마로 시간이 지체되면서 청와대 비서실장을 먼저 인선할 것이라는 얘기가 인수위 안팎에서 흘러나왔었다.
지난 1일부터 인수위에서는 청문회를 거칠 필요가 없는 청와대 인선을 먼저 할 것이란 소문이 파다했지만 행정부 서열상, 이 같은 전례가 없었던 점을 감안해 총리 인선을 먼저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총리 인선의 마지노선이 오늘 아니면 내일이란 점이다.
인사청문회 과정이 도합 20일 정도가 소요되고 박 당선인의 취임식이 오는 25일이란 점을 감안했을 때 6일 넘기면 새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에나 새 총리가 집무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된다면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임명까지 순연될 수 있다. 박 당선인이 MB정부의 국무위원들과 첫 국무회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했을 당시 국무위원 임명이 늦어지면서 국무회의 정족 수가 모자라자, 참여정부의 국무위원들을 새 정부 첫 국무회의에 참석시키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