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대통령의 명암…외교·국격 향상, 국내·대북정치 부재

'불통'과 '측근비리'로 얼룩진 국내 정치…외교 성과는 돋보여

탈정치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 5년간 정치 분야에서의 뚜렷한 성과는 미약한 편이다. 각종 국제회의 개최와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등 외교적 성과와 국격 제고라는 대외적 성과는 인정할만하지만 국내적으로는 정책적 반대 세력과의 융합이나 정치권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어 '불통 정부'라는 오명을 남겼다.

또한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는 주장이 무색하게 수없이 반복된 측근 비리와 이들에게 면죄부를 준 정권말의 특별사면으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다. 대북 정책에 있어서는 잘못된 남북관계를 바로잡았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지나친 강경 정책으로 핵실험 등 안보위기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공존한다.    

□ CEO 출신 대통령의 '탈(脫)정치' 전략…야권·국민과의 소통 부재 =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나라 최초의 CEO 출신 대통령으로서 여의도 정치와는 거리를 두는 탈정치·성과주의 행보를 유지했다. 이는 정치권이나 반대 세력, 나아가 국민과의 소통에도 인색한 모습을 보이면서 불통(不通) 정부의 이미지를 고착화시켰다.  

이 대통령의 불통 행보는 출범 초기 여론의 반대에도 학연과 지연, 종교적 인연 등으로 얽힌 이른바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인사를 강행하면서 비롯됐다.

이 대통령은 충성심이나 사적 연고가 있으면 도덕적 흠결이나 업무 연관성 등에 부적합하더라도 인사를 강행했고, 비난 여론에  부딪혀 내정자가 낙마하는 일이 반복돼 이명박 정부 초기에만 8명이 청문회에서 낙마했다. 이후에도 낙하산 인사, 회전문 인사, 보은 인사 등으로 얼룩진 인사 문제는 MB 정부의 마지막 인사라고 할 수 있는 이동흡 헌법재판소장의 낙마로까지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또 취임 직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으로 빚어진 대규모 촛불집회를 '명박산성'이라고 불리운 컨테이너 박스와 물대포로 막아서면서 여론과의 불통을 빚었다. 4대강 사업이나 세종시 이전 등 대형 국책사업에서도 70년대 건설 CEO 스타일로 반대 여론을 묵살하고 강행해 소통을 중시하는 계층의 비판에 직면했다.  

이같은 불통의 원인으로는 500만표 차의 압도적 대선 승리와, 고정되고 한정된 인력 풀(Pool)의 문제, 지역적·계급적 편향성 등이 제기됐다. 전경련 등 대기업 리더들과의 만남은 잦았으나, 사회적 소수자나 정책 반대 세력과의 대화는 극히 적었고, 라디오 국정연설 등 일방향성 소통으로 노무현 정부 최대 치적인 권위주의 타파를 완전히 역주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의 말로…수많은 측근 비리와 '셀프 사면'까지 =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부터 친인척과 측근, 정치적 멘토와 친형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 측근 비리가 꼬리를 이었다.

출범 5개월만에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씨가 연루된 새누리당 비례대표 공천 대가 뇌물 수수 사건이 터졌다. 2009년에는 이 대통령의 셋째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의 주가 조작 사건과 이 대통령의 사촌인 조현준 효성 사장의 64억원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2011년에는 이 대통령이 직접 연루된 '내곡동 사저' 사건이 터졌다. 이 대통령이 퇴임 후 사저로 삼을 예정이었던 내곡동 부지를 대통령실과 아들 이시형씨의 명의로 구입하면서 특혜를 받고, 부동산실명제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특검까지 진행됐다.

이에 대통령의 아들과 부인인 김윤옥 여사까지 서면조사를 받았으나, 특검은 사저 터 매입을 지휘한 경호처장과 경호처 보안관만 기소하는데 그치고, 대통령 일가의 관련성을 밝혀내지는 못했다.

이외에도 김윤옥 여사의 사촌오빠인 김재홍 전(前) KT&G 복지재단 이사장과 이상득 전 의원도 저축은행 뇌물 비리로 구속됐으며, 이 대통령의 멘토이자 '6인회' 멤버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희태 전 국회의장도 측근 비리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임기 중 측근 비리는 없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자부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연이은 측근 비리로 대국민 사과에 나서기도 했으나, 최시중·천신일·박희태 등 측근 상당수를 임기말 특별사면 명단에 포함시켜 국내외의 지탄을 받았다. 
 
□ 두 차례 핵실험 불러온 대북 강경 정책, 성공인가 실패인가 =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은 햇볕 정책과 대북 지원으로 북의 핵개발이 가능했다는 기조 아래 대북 지원을 최소화하는 강경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부터 북한의 핵 폐기 진전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10년내 북한 주민의 1인당 소득이 3000달러 수준에 이르도록 돕겠다는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했다.

그러나 '비핵·개방·3000' 정책은 북한이 핵을 생존 전략으로 여기고 있는 상황에서 스스로 핵을 포기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빠져있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실제 정권 초기부터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으로 경색된 남북관계는 천안함 침몰·연평도 포격 사건과 두 차례의 핵실험 등 북측의 무력 도발이 계속되면서 긴장을 고조시켜왔다.

때문에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보수 학자들은 10년간의 햇볕 정책을 바로잡아 잘못된 대북관계를 회복했다는 입장이고, 진보 진영에서는 인도적인 차원의 원조조차 줄이고 소통 통로를 막아버린 정책이 오히려 안보 위기를 불러왔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 G20·핵안보정상회의 성공 개최…국제의제 '팔로어'에서 '선도자'로 = 이명박 정부 최대 치적인 외교 분야의 성과는 무시할 수 없다. 2010년 G20 정상회의와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 등 굵직한 국제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함으로써 국제 사회의 어젠더를 따라가는 '팔로어(follower)'의 입장에서 이슈를 선도하는 입장(rule-settler)으로 성장한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녹색성장의 가치를 강조하며 개발도상국의 녹색성장을 지원하는 GGGI(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의 국제기구화, GCF(녹색기후기금) 사무국의 인천 송도 유치 등의 성과를 올렸으며, OECD 개발원조위원회 가입 등으로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의 전환도 꾀했다.

49여회에 걸쳐 84개국을 방문하는 등 외국 정상들과의 긴밀한 소통을 기반으로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UAE 원전 수출 등을 성공시킨 것도 이 대통령의 성과로 평가된다.

한·미FTA 등의 체결로 세계 3위의 경제 영토를 확보하고, 미사일 지침을 개정으로 북한 미사일 방어체제를 구비하는 등 한·미동맹을 강화한 것도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중국과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맺고 정상급 회담만 20차례 갖는 등 활발한 고위급 교류를 진행했다. 

□ '오락가락' 갈지자(之) 행보로 임기말 대일 신뢰관계 '실종' = 이명박 정부 출범 이래 미래지향적 관계를 추구하고, 민감한 사안에도 '조용한 외교'로 대응하던 한일관계는 정권 말기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정점으로 그 신뢰가 뿌리부터 흔들렸다. 

이 대통령은 취임 초 후쿠다 일본 총리를 만나 독도 문제에 대해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취해온 바 있다. 2012년에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비공개로 처리하려던 것이 드러나면서 이 대통령의 친일적 성향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한일정보협정을 주도한 김태효 비서관이 경질된 직후인 8월 이 대통령은 독도를 전격 방문하고, 천황의 사죄를 요구하는 등 이전과는 180도 달라진 행보를 보였다. 이로 인해 국내 지지도는 급속히 올라갔으나 한일관계는 급랭했다.

특히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영향력도 예전 같지는 않다", "천황이 사죄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반한류 기류가 강화되는 등 일본 내 반한 감정이 고조됐다는 평가다. 때문에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독도를 방문해 영토 수호 의지를 다진 성과나 과거사 문제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와는 별개로 철학과 장기적 비전이 실종된 외교 정책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