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금리 3.5% 넘으면 '역마진' 우려"
재형저축 과열 경쟁에 금융 당국도 골머리
18년 만에 부활하는 재형저축을 두고 시중은행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2%대로 떨어진 기준 금리에 예금 금리는 3%대에 머무는 상황에서 4% 넘는 이자가 역마진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출시 전부터 은행들이 마케팅 경쟁에 열을 올리자, 금융 당국 입장에서는 소비자들이 무턱대고 가입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 당국과 시중은행들에 따르면 오는 3월 6일부터 주요 은행들이 재형저축을 출시하는 가운데, 금리는 4~4.1%로 은행들 간 0.1%포인트씩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76년 정부가 서민층 근로자의 재산 형성을 돕기 위해 만든 재형저축은 연 10~30%대의 고금리와 파격적인 비과세 혜택으로 인기를 모았으나, 재정 부족을 이유로 1995년 폐지됐다.
당시 재형저축은 정부에서 재정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조건이 가능했다.
하지만 새로 출시되는 재형저축은 정부 지원이 없을 뿐만 아니라 경기 침체에 따른 '저금리정책'이라는 악재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일반예금이 3%대 금리를 제공하는 가운데, 적어도 4%는 되어야 고객들이 몰릴 텐데 벌써부터 은행들 간 경쟁이 치열해 걱정이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일반예금의 경우에도 3.5% 이상 금리를 주면 역마진 우려가 있다. 저금리로 돈을 굴릴 곳이 없는 상황에서 고객을 잡자고 무조건 금리를 올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고민을 전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임원은 "정부에서 근로자들을 위한 재형저축이라며 생색을 내고 있지만 은행들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고객이 많이 몰려도 고민, 안 몰려도 고민"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재형저축을 내놓은 이유는 지난해 폐지된 장기주택마련저축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다.
장기주택마련저축은 무주택자의 주택 마련을 돕기 위해 1994년 정부가 조세특례제한법을 시행하면서 판매됐으나, 7년 이상 저축하면 이자 소득세(15.4%)가 전액 면제되고 소득공제 혜택까지 있어 정부 재정에 부담이 됐다.
이 때문에 재형저축은 7년 이상 납입 시에 이자 소득세를 면제하되, 소득공제 혜택을 없앴다.
한편 은행권이 재형저축 유치를 위해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금융감독원은 과열 경쟁을 우려하고 있다.
재형저축은 연봉 5000만원 이하의 회사원, 연 소득 3500만원 이하의 사업자가 가입할 수 있는데 가입 대상자가 900만명에 달하는 상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품 약관 심사가 끝나기 전부터 은행들이 가입 권유 메시지를 고객들에게 보내고 있어, 제대로 알지 못하고 가입하는 불완전 판매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7년 안에 재형저축을 해지하면 이자를 거의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는 만큼 장기간 저축할 수 있는 경우 신중하게 가입을 결정해야 하는데, 은행들이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