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출범을 3일 앞두고 국세청이 지난 22일 호텔롯데에 대한 고강도 세무조사에 착수하면서 조사강도 및 배경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호텔롯데에 대한 세무조사가 비록 정기 세무조사 형태라고는 하지만 1개 호텔에 대한 세무조사에 심층세무조사 기능까지 겸하는 국제거래조사국이 나선데다 수 십명에 달하는 정예요원이 투입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감돌고 있다.
26일 롯데그룹 관계자를 포함한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22일 호텔롯데에 대한 세무조사와 관련해 서울국세청 국제거래조사국 소속 조사요원 30명 이상을 현장에 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적인 정기세무조사의 경우 상당한 규모의 회사라고 하더라도 통상 1∼2개 조사반(10여명 안팎)이 투입되는 것에 비춰보면, 결코 예사롭지 않은 조사 규모다. 국세청은 호텔롯데에 대한 세무조사를 오는 6월 초까지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서울청 국제거래조사국은 일반기업 정기 세무조사를 담당하는 조사1·2국과는 달리 필요에 따라선 외국계기업에 대한 심층세무조사(특별세무조사) 기능까지 수행할 수 있는 곳으로 전해진 상황.
실제로 국세청은 호텔롯데 세무조사와 관련해 롯데그룹의 IT계열사로 그룹 내부 거래와 관련한 전산자료들을 관리하는 롯데정보통신에도 조사요원들을 파견, 호텔롯데 세무조사와 관련한 자료일체를 확보해 간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과 면세점 그리고 잠실 롯데월드 어드벤처라는 테마파크와 골프장 사업까지 영위하는 호텔롯데는 지난 2011년말 현재 일본 (주)롯데홀딩스 등 일본 롯데 계열사들이 대부분의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다.
호텔사업부의 경우 서울호텔(소공), 월드호텔(잠실), 제주호텔, 울산호텔, 모스크바호텔 등 국내 및 해외에 5개의 특1급 호텔을 운영하고 있으며, 롯데시티호텔 마포와 롯데시티호텔 김포공항 등 전국에 2개의 비즈니스호텔도 운영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 들어 호텔롯데는 ▲2009년 롯데시티호텔 마포 개관 ▲2010년 (주)DF 글로벌과 (주)DF 리테일 인수 및 호텔롯데 모스크바 개관 ▲2011년 (주)롯데시티호텔 합병 ▲2011년 롯데시티호텔 김포공항 개관 등으로 고속 성장했다.
회사 매출액은 지난 2010년 2조1649억원에서 2011년 2조5854억원으로 4205억원 가량 급증했지만, 같은 시기 회사 당기순이익은 1547억원에서 816억원으로 731억원 가량 줄어든 것이 특징.
재계 일각에서는 국세청의 이번 이례적인 고강도 행보에 "올 것이 오는 것 아니냐"며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 특혜기업으로 분류되는 기업들에 대한 사정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박근혜 대통령(당시 당선인)이 전경련 회장단과 만난 자리에서 "대기업들이 부동산을 과도하게 사들이고 있다"고 지적한 것과 관련해 이 발언이 롯데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기도 했었다.
롯데그룹은 수 년 동안 난항을 겪었던 잠실 제2롯데월드 건축허가 승인을 이명박 정부에서 받아내는 등 현대자동차 등과 더불어 전 정부 최대 수혜기업으로 분류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기세무조사라고 하지만 조사요원 규모 등 예사롭지 않은 부분이 많다"며 "새 정부 출범 초반 매번 반복되는 전 정부 특혜기업 사정 움직임이 시작된 것으로 볼 여지가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재계는 롯데가 이명박 정부에서 초고속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정부를 향한 로비는 없었는지 또 불공정 거래여부, 세금 탈루여부에 대한 현미경 검증이 세무조사과정에서 이뤄졌을 때 그 결과가 미치게 될 파장을 우려하며 조사진행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