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제47회 납세자의 날' 기념식이 개최되며, 그동안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한 모범납세자들에게 훈장 등 정부포상이 수여됐다.
특히 올해는 세금을 많이 납부한 대기업들보다 내야 할 세금을 성실하게 납부해온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에게 모범납세자 포상이 돌아갔다.
매년 개최되는 납세자의 날 시상식에서 최고의 관심사 중 하나는 '고액 납세의 탑'을 수상하는 대기업들의 명단이다.
지난 1년 동안 과연 어떤 기업이 얼마나 많은 세금을 납부했는지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고액 납세의 탑 수상자 명단은 대기업들에게는 자신들의 실적과 성장을 대내외에 홍보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자, 기업들 사이에서 펼쳐지는 일종의 '자존심 대결'이다.
정부가 4일 서울시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한 제47회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는 총 13개 기업이 고액 납세의 탑의 영예를 안았다.
우선 지난해 총 9000억원 이상의 세금을 자진납부한 현대자동차(주)가 '국세 9000억원 탑'을 수상하며, 고액 납세의 탑 수상자 명단의 가장 윗자리를 장식했다.
지난 2005년 이미 7000억원 탑을 수상한 현대자동차(주)는 지난해 한·미 FTA 효과 등에 힘입어 수출실적이 크게 늘어나는 등 최고의 수익을 올리며 가장 많은 세금을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주) 외에도 삼성코닝정밀소재(주)와 (주)LG화학이 국세 4000억원 탑을 수상했고 기아자동차(주), 롯데쇼핑(주), 롯데케미칼(주) 등 3개사가 국세 2000억원 탑을 받았다.
서울보증보험(주), OCI(주), (주)부산은행, 한화케미칼 주식회사, 삼성엔지니어링(주), SK르부리컨츠 주식회사, SK종합화학 주식회사 등 7개사는 국세 1000억원 탑을 쌓아 올렸다.
고액 납세의 탑은 지난 2004년 처음으로 신설돼 매년 1000억원 이상의 국세를 납부한 기업들에게 수여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3000억원 탑을 받은 신세계를 최고로 현대건설, 현대오일뱅크, 삼성SDS, 고려아연, 한국투자증권 등 6개사가 1000억원 탑을 수상했다.
올해에는 9000억원 탑을 받은 현대자동차(주)를 비롯해 총 13개 기업이 고액 납세의 탑을 받은 만큼 지난해보다는 기업들의 납세실적이 다소 늘어났지만, 예년에 비하면 그리 썩 나아진 모습은 아니다.
지난해 계속된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국내 경기침체로 기업들의 경영실적이 악화되며 고액 납세의 탑 수상 실적이 평년에 비해 다소 떨어기 때문이다.
특히 고액 납세의 탑 수상자들 중에서 '1조원 탑'을 수상한 기업들을 지난 2010년 이후에는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다.
실제로 고액 납세의 탑의 단골 수상자로서 납세금액 신기록을 갱신을 주도해왔던 삼성전자와 포스코도 지난 3년 동안 수상자 명단에서 아예 제외됐다.
삼성전자의 경우 납세의 탑 시상식이 처음으로 열렸던 지난 2004년 '1조원 탑'을 수상한 바 있고, 2007년에는 1조3000억원 탑을 세우며 신기록을 작성했다.
포스코도 지난 2006년 1조원 탑을 시작으로 2007년 1조2000억원 탑, 2010년 1조7000억원 탑 등을 수상하며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많은 세금을 납부한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국민은행도 지난 2009년 1조원 탑을 수상했지만 이후에는 고액 납세의 탑을 한 번도 들어 올리지 못했다.
2010년 이후 기업들의 고액 납세의 탑 수상 실적이 저조한 이유는 유로존 재정위기 등으로 장기화되고 있는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고액 납세의 탑 수상 기준도 숨겨진 이유다.
고액 납세의 탑은 무조건 세금을 많이 납부한 기업들에게 돌아가지 않고, 전년 대비 납세실적이 1000억원 이상 늘어난 기업으로 수상 대상이 한정되기 때문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이미 1조원 이상의 고액 납세실적을 올린 삼성전자, 포스코, 국민은행 등과 고액 납세의 탑 수상 경력이 있는 대기업들은 지난해에도 상당한 금액의 세금을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난해 2%대 초반에 머문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및 세계적인 경기침체 탓에 다소 부진한 경영실적을 기록한 대기업들의 납세실적이 다소 줄었고, 전년 대비 1000억원 이상 세금을 많이 납부한 기업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는 후문이다.
한편 고액 납세의 탑 수상이라는 영예를 스스로 거부하는 기업들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범납세자들의 경우 수상과 동시에 세무조사를 유예 받는 등 혜택이 뒤따르지만, 고액 납세의 탑의 경우 세무조사 유예를 비롯해 받을 수 있는 혜택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고액 납세의 탑 수상자는 전년 대비 1000억원 이상 납세실적이 늘어난 기업들을 대상으로 수상자가 선정돼 매년 받기는 어렵다"며 "지난해에는 계속된 경기침체로 기업들의 실적이 좋지 못해 수상금액과 수상자도 예년에 비해 다소 줄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