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르노삼성 이전가격을 문제삼으며 세금 700억원 추징
현대차는 2010년 르노삼성 매출액영업이익률의 146배 달해
국세청이 최근 르노삼성자동차에 700억원 상당의 세금을 추징하겠다고 통지했다. 국세청은 지난해말부터 3개월여에 걸쳐 르노삼성에 대해 정기세무조사를 벌였다. 지난 2007년에 이어 5년만의 세무조사였다.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에서 르노삼성의 이전가격을 문제삼으며 700억원의 세금을 추가로 물렸다. 르노삼성은 지난 2009년 영업적자 423억원, 2011년 영업적자 2149억원을 기록하는 등 경영실적과 재무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거액의 세금을 추징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전가격은 모회사와 자회사 등 관련기업 사이에 원재료, 제품 및 용역을 공급할 때 적용되는 가격으로 다국적기업의 거래에서 이익을 줄이거나 부풀리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되기도한다. 문제는 이전거래를 통해 얼마든지 과세대상금액도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전가격은 내부 제보자가 없이도 회사의 재무제표만 잘 보면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 회계 전문가들의 얘기다. 물론 국세청은 세무조사 대상기업에 이전가격과 관련된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자료 : 금융감독원
르노삼성의 2011년 매출액은 4조9815억원이지만 영업손실은 2149억원으로 최대적자를 기록했다. 르노삼성은 2006년 2245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후 내리막길을 걷다 2009년에도 423억원의 적자를 보였다.
특히 매출이 5조1678억원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한 2010년에 르노삼성은 영업이익을 33억원 밖에 내지 못했다는 것도 이전가격을 의심케하는 대목이다. 매출액영업이익률이 0.06% 밖에 되지 않는다.
이전가격 세무조사 중점관리 대상은 △생산경영과 관련한 의사결정이 특수관계기업의 통제를 받는 기업 △특수관계인과 거래가 비교적 큰 기업 △2년 이상 결손기업 △장기간 이익이 적고 손실도 적으나 경영규모를 확대하는 기업 △널뛰기 이익실현 기업 등이다.
르노삼성은 2011년 특수관계인인 르노그룹·닛산그룹과 1조2362억원 규모의 매입거래를 했는데 르노그룹이 4696억원, 닛산그룹이 7666억원으로 되어 있다.
매입거래의 세부 내역별로는 △부품 1조920억원 △기술사용료 928억원 △연구비 8억원 △급여·복리후생비 50억원 △용역수수료 242억원 △광고판촉비 212억원 등으로 구성됐다.
국세청은 르노삼성에 대해 특수관계자와 상품이나 용역 등의 거래를 하면서 이익을 이전하거나 세금 회피 목적으로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 이전가격을 통해 조세를 피했고 본사에 과다한 로열티를 지급했다고 추징 이유를 설명했다.
◆…자료 : 금융감독원
■ 르노삼성 매출액영업이익률 떨어질 때 현대차는 크게 늘어 대조
르노삼성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이 2009년부터 급속하게 악화되는 실적을 보인 반면 현대자동차는 이 기간 중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어 르노삼성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현대차는 2011년 매출액이 77조7978억원, 영업이익이 8조75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영업이익률이 10.3%에 이른다.
또 2010년에는 매출액이 66조9852억원, 영업이익이 5조9184억원으로 매출액영업이익률은 8.8%에 달한다. 같은기간 르노삼성의 매출액영업이익률 0.06%에 비해 146배가 넘어선다.
르노삼성의 과도한 기술사용료 지급도 재무제표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은 지난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총 4436억원 상당을 특수관계인인 르노그룹과 닛산그룹에 기술사용료로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2003년 이전의 기술사용료와 상표사용권 금액 등을 합하면 그 규모는 훨씬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은 르노그룹이 지난 2000년 4월 6200억원에 삼성자동차를 인수하면서 그해 9월 회사 이름이 르노삼성자동차로 바뀌었다. 르노삼성은 2002년 9월 준중형 세단 SM3를, 2004년 12월 대형 세단 SM7을 각각 출시해 지금까지 생산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지난 2002년부터 2004년까지 하나회계법인이,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안진회계법인이 외부감사를 맡았다.
르노삼성의 주식은 현재 르노그룹 BV가 80.1%를, 삼성카드가 19.9%를 각각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르노삼성의 이전가격으로 인한 세금추징은 한국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는 삼성카드의 대주주와 소액주주, 그리고 잠재적 투자자에게도 삼성카드가 받을 수 있는 배당을 받지 못하거나 주가하락 등의 손실을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에 증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와 함께 르노삼성의 경영진이 고의로 이전가격을 통해 세금을 회피하려 했거나 이익을 본사에 떠넘기려 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배임죄 등의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