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부처 간 칸막이 허물기를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지만, 고질적인 기관 이기주의 및 칸막이식 행정문화 등으로 인해 기관 간 비협조 사례가 발생, 국가행정력 낭비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 감사결과 실제로 음주운전 교통사고 등에 대한 부처간 정보연계가 미비해 지급하지 않아도 될 산재 보험급여가 10억4600여만원이나 지급된 것으로 밝혀졌다.
13일 감사원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기관 간 업무협조 실태' 감사결과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법에 따라 근로자에게 사고 등 재해발생 시 업무상 사고 또는 업무상 질병 등에 한해 산재 보험급여를 지급하도록 되어 있고,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음주운전 교통사고 등과 같은 범죄 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의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근로자의 사고가 고의 또는 범죄행위에 기인한 경우인지 등을 자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어 경찰청의 교통경찰업무관리시스템(Traffic Cop Information Management System, 이하 'TCS'라 한다)을 통해 무면허운전, 교통법규 위반,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경찰청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근로자의 사고에 대한 자료요청을 받을 경우 TCS에 입력된 사고 관련 정보 등을 근로복지공단에 제공해야만 산재 보험급여가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유발한 근로자에게까지 부당하게 지급되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
그런데 경찰청에서는 산재법 제31조의 '국세청·지방자치단체 등 관계 행정기관'으로 되어 있는 조문의 내용에 대해 고용노동부 및 법제처 등 유권해석기관에서조차도 경찰청이 포함 된다고 해석하고 있는데도 "'등'은 단지 나열된 단어를 약칭하는 것일 뿐 위 관계 행정기관에 경찰청은 포함되지 않는다"라고 임의로 해석했다.
이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에서 2012년 6월 7일 등 수차례에 걸쳐 음주운전에 따른 교통사고인지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공유,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정보체계의 구축을 요청하였음에도 경찰청에서는 이를 수락하지 않고 음주운전 등 관련 자료를 근로복지공단에 제공하지 않았다.
근로복지공단에서는 2010년 6월 12일 근로자 A씨가 혈중알코올농도 0.204%의 음주상태에서 운전을 하다가 반대차선에서 오던 차량과 충돌하여 사망했는데도 같은해 10월 1일 산재승인을 하고 유족급여 4499만여원을 지급했다.
또 2008년부터 2011년 9월 31일까지 K씨등 27명이 음주운전 중 교통사고로 재해를 당한 사실을 경찰청의 TCS자료만 확인하였다면 음주운전 사고에 따른 재해임을 쉽게 알 수 있어 업무상 재해로 인한 보험급여를 지급하지 않아도 되었는데 근로복지공단에서 해당 자료를 확인할 수가 없어 산재보험급여 총 10억4600여만원이 부당하게 지급되었다.
이에 감사원은 경찰청장에게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에게 협조하여 교통경찰업무관리시스템에 입력된 음주운전 교통사고 정보 등을 근로복지공단에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 관계자는 "근로복지공단이 경찰청에 최초로 교통사고 자료 협조 요청을 한 것은 2012년 6월 7일 이후 부터"라며 "감사원이 유권해석을 한 이후에는 근로복지공단과 경찰청이 교통사고 자료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