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융감독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이하 금소처)를 분리하는 것을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29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국제적 동향과 역할' 심포지엄에서 발표자로 나선 빈기범 명지대학교 교수는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해 금융감독기구가 쌍봉형(트윈픽스)체계로 분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영국과 네덜란드, 뉴질랜드 등이 금융감독 기능과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나눈 만큼 쌍봉형 체계는 세계적 트렌드라는 설명.
빈 교수는 "금융건전성 추구와 소비자보호는 상충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한 기관 내에서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겠는가 우려 된다"고 밝혔다.
금융감독기관이 가지고 있는 금융감독 기능과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나누는 형태인 쌍봉형 체계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빈기범 교수는 "모든 체계가 그렇듯 쌍봉형도 장단점이 있다. 하지만 시간과 비용이 지금보다 두 배로 들더라도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체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반면 이어진 축사 자리에 나선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감독체계에 어떠한 트렌드가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해 빈 교수의 의견과 상반된 입장을 내비쳤다.
쌍봉형 체계를 도입한 국가가 있는 반면, 독일과 일본처럼 통합된 감독기구를 가지고 있는 곳도 있어 각 나라 실정에 맞는 감독체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
최수현 원장은 "학계와 업계 등의 다양하고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대해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놓기는 조금 이르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쌍봉형 체제를 도입하면 금융위원회는 필요가 없어진다는 다소 극단적인 주장도 제기됐다.
정대 한국해양대학교 교수는 "쌍봉형 체계를 도입한다면 금감원을 개편해 금융건전성 감독원과 금소처로 분리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금융위는 있어야 할 필요가 없어 진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과거 기획재정부 산하 금융정책국이라는 이름으로 국내금융정책을 맡았다가 지난 이명박 정부 때 분리된 바 있다.
금감원 위에 금융위를 두는 것은 '옥상옥'이라는 것이 정 교수의 주장.
정 교수는 "금융감독 및 소비자보호를 금감원에 맡기고 거시건정성 감독기능을 한국은행에 이양하면 금융위의 역할은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획재정부의 한 부서였다가 지난 이명박 정부 때 분리된 금융위를 다시 기존의 시스템으로 회귀시키는 방안도 연구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감독기구의 체제 개편방안은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가칭) 제정안에 담겨 금융위가 오는 6월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