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특허라고 주장하는 상용특허들이 줄줄이 무효판정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미국에서 애플이 삼성전자의 표준특허를 침해했다는 결정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낸 스마트폰 특허 침해 사건에서 삼성전자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결정을 내렸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ITC는 이날 웹사이트에 게재한 결정문에서 애플이 AT&T용으로 내놓은 아이폰3, 아이폰3GS, 아이폰4 및 3G용 아이패드, 아이패드2에 사용된 기술이 삼성전자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관련 제품의 수입을 금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명시된 제품들 중 아이폰4와 아이패드2는 애플스토어에서 아직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기 때문에 매출에 다소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ITC가 침해를 결정한 특허는 표준특허와 관련된 내용으로 삼성전자가 침해를 주장한 4건 중 1건으로 CDMA 통신 시스템에서 신호의 변조 및 복조와 관련된 전송방식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8월 ITC는 애플이 삼성전자의 표준특허를 한 건도 침해하지 않았다는 예비결정을 내렸으며 9월에도 같은 결정을 했지만 이번에 그러한 결정을 뒤집은 것이어서 주목된다.
다만 ITC는 퀄컴의 통신 칩을 사용한 애플 제품들은 이미 칩 제조와 관련 특허 사용료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침해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 아이폰4S와 아이폰5 등 최신 제품은 제외되었다.
즉 이번 ITC 결정의 핵심은 통신기술과 관련된 표준특허에 대한 침해여부를 판단한 것으로 삼성의 표준특허가 적용된 퀄컴의 통신 칩을 애플이 구입해 제조한 모바일 기기들은 이미 통신 칩 제조과정에 특허사용료가 들어 있기 때문에 침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시장에서 거의 팔리지 않은 제품들이 주요 대상이었기 때문에 이번 결정의 영향은 매우 제한적인 범위에 그칠 것으로 보이지만 표준특허의 적용범위를 명백히 했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
또한 이번 결정을 계기로 삼성전자도 애플이 판매한 제품들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으로 볼 수 있어 지난 3월 감액된 5억9890만 달러보다 더 줄어든 금액을 배상하게 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한편 애플은 ITC의 이러한 결정에 대해 항고의사를 밝힌 것으로 일부 외신을 통해 보도되었다. 올씽D에 따르면 크리스틴 휴젯 애플 대변인은 이날 “ITC가 예비판정을 번복한 것은 유감으로 항고할 계획”이라며 “오늘 결정으로 미국 내에서 애플의 제품이 판매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