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침체된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양도소득세·취득세 등 거래세는 낮추고, 재산세 등 보유세를 늘리는 방안을 추진할 전망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3일 서울시 가락동에 위치한 연구원에서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세목별 주요 정책과제를 담은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날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에 대한 제언'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한 안종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동산 세제 정비를 통해 침체된 부동산 거래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우선 안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현재 우리나라의 재산과세 비중이 OECD 회원국 등 주요 국가들에 비해 다소 높지만, 부동산에 부과되는 세금만 보면 다른 나라들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2010년 기준 우리나라의 재산과세 비중은 총 조세 대비 15.5%, GDP 대비 2.9% 가량으로 OECD 평균 7.6%, 1.8%의 2배 수준이다.
하지만 OECD 평균 재산과세 비중에는 증권거래세가 포함돼 있어, 증권거래세를 제외하고 부동산에 대한 과세만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부동산 재산과세 비중은 GDP의 1.8% 수준으로 OECD 평균치와 유사하다.
문제는 양도소득세의 경우 세율이 6∼38%로 소득세 기본세율과 같지만, 부동산 투기 시절에 도입된 다주택자 중과제도(50%, 60%), 단기 중과제도(40%, 50%) 등 다양한 세율이 적용돼 부동산 거래 활성화에 다소 악영향을 주고 있는 점이다.
안 연구위원은 부동산 거래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으로 재산세 등 보유과세를 늘리고, 양도세·취득세 등 거래과세를 완화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양도세 중과제도를 폐지하고, 각종 감면제도를 합리화하는 방안을 주요 정책과제로 예시했다.
또한 종합부동산세는 현실에 맞게 과세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하고, 재산세 등 지방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전했다.
안 연구위원은 "재산과세 제도는 부동산 거래 정상화가 목적"이라며 "거래세 부담을 완화하고 거래세율을 인하해야 하며, 보유세 부담을 강화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양도세 중과제도 폐지가 중요한 이슈"라며 "종부세는 부담을 현실화하면서 지방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안 연구위원은 상속·증여세 제도도 기업들의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방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과도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상속·증여세 최고세율은 50%로서, 일본을 제외한 OECD 국가들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요 국가들의 상속·증여세 최고세율은 독일 30%, 미국 35%, 영국·프랑스 40% 등으로 우리나라보다 낮다.
안 연구위원은 상속·증여세 과세에 적용되는 재산평가 방법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예전에 삼성이 에버랜드 주식을 상속하면서 재산평가 가격에 논란이 있었다"며 "재산평가 방법을 경제적인 실체가치를 잘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상속·증여세 부담이 기업들의 연속성을 떨어뜨리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 연구위원은 "기업의 연속성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업상속공제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기획재정부 세제실은 이날 공청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다음달 8일 '2013년 세법개정안'과 함께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