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저출산·고령화 문제 등으로 날이 갈수록 복지예산 지출이 급증함에 따라, 부족한 복지재원의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부가가치세 세율 인상을 검토할 전망이다.
현재 부가세가 면세되는 금융·의료·교육 서비스 등을 대상으로 면세·감면제도를 정비, 부가세 과세범위를 늘리는 방안도 추진한다.
고가·사치품에 더 많은 세금을 과세하는 방식으로 개별소비세 제도를 개편하고, 복잡한 에너지 과세체계도 개선할 것으로 보인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연구원은 23일 서울시 가락동에 위치한 연구원에서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세목별 주요정책과제를 담은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날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에 대한 제언'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한 안종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복지지출 증가 등에 따른 재정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부가가치세 면세·감면제도를 정비하고, 개별소비세 과세대상을 조정해 세입기반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우선 안 연구위원은 10%에 머물고 있는 부가세율을 인상하는 방안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보고서를 통해 "부가가치세율은 1977년 도입 이후 35년간 10%를 유지하고 있고, OECD 국가 중 4번째로 낮다"고 지적했다.
다만 "부가세율 인상은 소득재분배에 미치는 영향, 물가상승에 미치는 영향, 증세여력 비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연구위원은 현재 영세 자영업자들의 부가세 부담을 줄여주는 '간이과세제도'도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연간 매출액 4800만원 미만 소규모 개인사업자에게 매출 공급대가를 기준으로 부가세를 납부하도록 하는 간이과세제도가 부가세 매입·상호 검증을 약화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비판을 받는다"며 "OECD 회원국 중 부가세제를 도입한 28개 국가 가운데 간이과세제도와 같은 소규모 사업자 간편납세제도가 있는 국가는 9개 국가 뿐"이라고 지적했다.
안 연구위원은 현재 부가세 면세 대상으로 분류된 금융·의료·교육 서비스 등에도 과세할 부분이 있다면 추가적으로 과세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느 분야라고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과세가 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찾아서 과세하겠다는 의미"라며 "금융은 예금을 하고 찾는 아주 기본적인 금융거래에만 면세를 하고, 나머지 금융기관 서비스는 과세하는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육 서비스 중에서도 부가세가 부과되지 않는 부분이 많은데, 학습용 외의 다른 목적의 서비스는 과세대상이 되야 한다"며 "기존에도 성인을 대상으로 한 운전면허학원, 사교댄스학원 등이 부가세 면세에서 과세로 전환됐고, 이와 유사한 것들을 과세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의료 서비스 중에서도 부가세가 과세되지 않는 부분이 많은데, 성형수술·애완견 진료 등이 과세로 전환된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밝혔다.
안 연구위원은 에너지세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행 에너지세제의 경우 물가안정, 산업지원 등을 고려해 환경오염 등 사회적 비용이 다소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탄소세 등 환경오염을 고려한 에너지세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현재 유류에 부과되는 세금만 교통세·교육세·개별소비세·목적세·판매부과금 등으로 상당히 많아 에너지 과세체계가 너무 복잡하다는 문제도 지적하며, 에너지세제를 보다 단순하게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개별소비세의 경우 고가·사치재를 중심으로 과세대상에서 빼야 할 것은 빼고, 새롭게 넣어야 할 것은 넣는 등 개별소비세 과세대상 품목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한편 기획재정부 세제실은 이날 공청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다음달 8일 '2013년 세법개정안'과 함께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