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조세일보 황춘섭 대표이사(왼쪽)와 대담을 나누기 위해 손을 맞잡은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사진 = 김용진 기자).
"최선 다해 보고 안되면 세출축소…증세, 국민설득해야"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은 최근 10조원의 '세수부족' 사태와 복지재원마련을 위한 '증세'주장에 대해 "세금을 걷는 노력은 하되,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안주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며 "당장 세율을 인상 하는 것은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기획재정위 조세소위 위원장이면서 당 정책위 부의장인 나 의원은 7일 '경제위기 대책과 세수확보 방안'을 주제로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 가진 대담에서 "최대한 세수확보 노력을 하고 안 되면 그 때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자증세'라고 하는데, 부자들을 부도덕한 사람으로 모는 것은 문제"라며 "이미 그들은 세금을 많이 내고 있다. 더 내라고 할 땐 그들을 설득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나 의원은 하반기 경제전망에 대해 "상저하고(上底下高. 상반기 저성장, 하반기 고성장)"라며 "하반기 경제가 살아날 것이기 때문에 예상대로 세수가 걷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8일 발표된 세제개편안에 대해 "일감몰아주기 과세의 경우, 대기업 대상으로 해야 하는데 중소기업도 포함됐다"며 "일부에서는 중소기업은 아예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하지말자는 주장도 있어서 국회 논의과정에서 검토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중산서민층 세부담 증가 논란에 대해 "당에서도 그 부분에 대한 지적이 높아 정부에 최소화하라고 당부한 바 있다"며 "정부가 수정했기 때문에 중산층 세부담 증가분은 미미하다"고 강조했다.
(대담 : 황춘섭 조세일보 대표이사, 정리 : 박지숙 기자, 사진 : 김용진 기자)
Q. 세수난이 심각하다. 작년 연말 세수부족으로 공무원 월급지급에 차질이 빚어질뻔 했다. 이렇게 가다간 올해 12월에는 실제로 공무원 일부가 월급을 못 받게 될지도 모른다, 지자체들은 국고보조금 축소로 지방재정이 파탄날거라고 현수막을 내걸고 있는 실정이다. 내년 세수는 더 어려워 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지하경제 양성화는 여의치 않은 상황이고, 국가재정은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금년에 20조원이 부족징수 되면 경기가 나아지지 않는 한 앞으로 5년간 100조원이 펑크 난다는 얘긴데 심각하다. 부득이 세출예산부터 먼저 줄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이를 타개할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고견을 부탁드린다.
= 세수를 걷는 데까지 걷고 만일 부족하면 연말에 가서 정부사업을 일부 미룰 수 있다. 세출축소를 안하는 게 아니고 시기를 조정하는 것이다.
세수부족이 향후 5년 내내 금년 같은 상황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올해 경제가 예상보다 안 좋다. 하지만 세계경제가 지금처럼 계속 나쁘지는 않을 것이고 좋아질 것이며 우리경제도 살아날 것이다. 상저하고(上底下高. 상반기 저성장, 하반기 고성장)다. 하반기에는 예상대로 세수가 걷힐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반기 경제가 안 좋아지면 세수부족현상이 발생하겠지만 5조 정도 부족 징수된다면 견딜 수 있다고 본다.
Q. 세수난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경기침체다. 경기가 어려울 때는 세금을 감면해 지원하는 것이 조세정책의 기본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렇게 해 왔다. 흉년이 들면 나라 곳간을 열어 곡식을 나눠 주는 것과 같은 이치다. 최근 극심한 불황에도 조세감면을 축소하고 최저한세율을 인상하는 등 사실상 '증세'를 추진하는 등 조세정책이 거꾸로 가는 것 아닌지 의문이다.
= 경기가 안 좋을 때는 세금 깎고 기업지원하는 게 맞다. 하지만 복지지출에 대한 약속을 했기 때문에 안 할 수 없다. 세수는 안 들어오는 상황에서 어떻게 복지지출에 대한 약속을 지킬지가 고민이다. 저희는 세금징수 노력은 하되 중소기업이나 저소득층 등 경제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안주는 방향으로 세금을 걷으려고 한다. 세율인상은 하지 않겠다. 야당은 세율인상을 하자는데 이건 경제에 직격탄이다.
그래서 우리는 비과세․감면 축소, 탈세 척결을 추진하고 있다. 비과세․감면 축소도 중소기업이나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안하고 가능한 한 대기업 비과세감면을 축소할 방침이다. 비과세감면축소는 사실상 증세이지만 경제에 영향을 덜 주는 방법이다. 물론 이것으로 세수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이 방법 밖에 없다. 세수가 충분히 걷히느냐가 문제인데 걷을 수 있는 데까지 하고, 그래도 부족하면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서 세율인상방안을 고려하겠다.
대주주에 대한 주식양도소득세 강화 등도 그 일환이다. 최대한 세수확보 노력을 하고 안 되면 그 때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설득은 안하고 ‘너는 부자니까 더 내라’고만하면 기분 나쁘지 않겠나. 이미 그들은 세금을 많이 내고 있다. 더 내라고 할 땐 그들을 설득을 해야 한다.부자증세라고 하는데, 부자들을 부도덕한 사람으로 모는 것은 문제다.
◆…새누리당 경제통답게 매일 경제상황판의 각종 지표를 보며 경제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있는 나성린 의원
Q. 세수확보를 위해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투자환경이 조성돼야 하는데 여기에는 세제지원이 핵심이라고 본다. 투자환경조성을 위한 세제지원책에 대한 생각은?
= 비과세 감면 축소는 불필요한 것과 그 역할을 다한 것들을 위주로 한다. 하지만 경기활성화를 위한 비과세 감면은 적극적으로 하자는 게 당의 입장이다. 문제는 야당이 협조를 해서 국회에서 통과가 돼야 하는데 부자와 대기업을 위한 것이라고 반대한다.
지난 국회에서 외국인투자촉진법이 통과가 안됐다. 외국인투자가 2조3천억원 가량 대기하고 있는데 협조를 안 해준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경우, 중소기업 때 지원했던 비과세감면을 일정기간 연장 해줘야하는데 부자를 위한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부동산 활성화, R&D 투자지원도 마찬가지다. 다 경제활성화를 위한 것인데 대기업들 위한 것이라고 야당이 반대하니 답답하다.
Q. 야당에서는 "MB정부에서 감세를 했지만 투자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
=그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야당은 당시 국내 총투자액이 늘어나지 않았으니까 조세지원효과가 없다고 하는데, 당시 경기가 매우 좋지 않아서 투자액이 줄어들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감세로 인해 안 줄어든 측면이 있다.
당시 경제위기 상황 아니었나. 그럼 그게 투자활성화에 도움이 된 것으로 봐야한다. 전반적인 것을 봐야하는데 세제지원을 했음에도 투자가 안 늘어났다고만 보는 것이다. 투자가 늘어날 수 없었던 여러 요인들이 있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안 한다.
Q. 기업투자에 세제 인센티브를 더욱 늘리는 제도가 올해 통과되더라도 실질적으로 세수에 영향을 미치는 시점은 내후년이 되기 때문에 정부가 선제적으로 투자활성화를 위한 세제개편을 추진, 시장에 투자 마인드를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난 3월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방안인 일감몰아주기 이중과세 조정, 법인 비사업용토지 중과세제도 폐지, R&D 투자세액공제, 가업상속공제제도 개선,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확대 등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
= 일감몰아주기 과세는 대기업 위주로 해야 하는데 중소기업도 포함됐다. 일부에서는 중소기업은 아예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하지말자는 주장도 있어서 국회 논의과정에서 검토 될 것으로 본다. 기업 내부거래 중 정당한 거래에 대해서는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완화해야 한다. 증여세와 배당소득세 이중과세 문제가 있다. 지배주주가 수혜기업에서 받은 소득에서 배당소득세를 내는데 증여세까지 내라는 것은 곤란하다. 이번에 증여세를 빼고자 한다.
Q. 전문가들은 상속세 분야는 정말 개선돼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경기활성화와 긴밀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예컨대 현행 세법상 100억원을 벌면 소득세와 상속세로 70억원을 국가가 가져가는데 너무 과한 측면이 있다. 때문에 힘들여 번 돈을 세금으로 내느니 현금으로 쌓아 놓아다가 물려주겠다는 심리가 확산되어 요즘 자산을 5만원권으로 바꾸는 게 유행이라 한다. 돈이 돌아야 하는데 금고에 넣거나 땅에 묻으면 경제의 혈관을 막아 버리는 것과 다름없다. 상속세 개편이 절실하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 상속세 폐지는 세계적 추세다. 하지만 우리나라 야당과 국민정서상 폐지가 쉽지 않다. 미국 일부 부자들이 상속세를 더 내야 한다고 주장하니까 우리나라 진보그룹에서 우리도 그렇게 하자고 한다. 미국의 그런 사람들은 어떻게 보면 착한 부자들인데 미국이든 한국이든 모든 사람들이 다 착하지는 않다. 대부분의 인간은 이기적이다. 이기적이라는 생각으로 경제정책을 짜야한다.
상속세 완전폐지는 어려워도 상속이 이뤄졌을 때는 과세를 하지 않고 훗날 재산을 처분할 때 과세하는 방법으로 완화하는 방법과 상속세 과표를 조정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 상속세 과표는 20년전에 만들어진 것인데 요즘 경제 규모상 맞지 않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국가는 국민들이 돈을 벌도록 장려하고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그래야 일하고 투자하는데 상속세를 강화하면 돈 벌어 자식들 주는 인센티브가 줄어들게 된다.
Q. 침체된 경기를 활성화하는데 경제민주화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경제민주화와 경기활성화가 어떻게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보시는지?
=경제민주화를 해야 경기활성화가 된다는 주장이 전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다. 둘 사이에는 상충되는 측면도 있다. 경제민주화 중에서도 경제적 강자의 불공정행위가 경제적 약자의 경제활동을 저해하는 부분은 근절시켜야 하고 그게 경제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무조건 강자라고 규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 대기업과 부자가 투자나 소비를 안 하면 경기가 침체돼 일자리가 줄어들어 서민이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대기업에 대한 지나친 규제(지나친 경제민주화)는 경제활성화에 걸림돌이 된다. 대기업의 하청기업과 중소기업도 손해를 보게 된다. 때문에 대-중소기업이 상생하도록 하고 동반성장하도록 해야 한다. 일방적으로 대기업이나 고소득층에 대해 규제를 가하는 것은 곤란하다.
Q. 세법개정안이 발표됐다. 어떻게 보시는지? 여야가 논의를 치열하게 할 것 같은데, 전망은?
=대대적 세법개정은 없다. 과거처럼 감세를 하는 등의 굉장한 이슈가 없다. 이번에는 기본적으로 세수확보를 위한 비과세감면 축소, 경제활성화를 위한 성장동력 확충과 중소기업 지원, 근로장려세제 확대 정도다.
과거에 비해서는 이슈가 적은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비과세감면이 축소되는 분야들, 신용카드 소득공제, 종교인 과세,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를 바꾸는 문제 등이다. 그런데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는 문제에 대해서는 방향이 바람직하고 본다. 그동안 소득공제가 세액공제에 비해 고소득층에 유리한 점이 있었는데 세액공제로 바꾸면서 고소득층이 세금을 더 내도록 고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산층의 세금부담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어 당에서 이 부분을 최소할 것을 주문했다. 이후 정부가 수정해서 중산층 세부담 증가분은 미미하다고 본다.
'책임과 의무' 강조하는 '개혁적보수' 나.성.린.
'국가와 국민에 대한 무한한 의무'라는 보수의 가치를 제1원칙으로 삼는다는 나 의원은 좌우명마저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경제학자로 살아오다 제2의 인생으로 정치인의 길을 걸으면서 '국가로부터 뭘 얻으려고 하기보다 정치인으로서 주어진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한다'는 보수의 신념을 금과옥조로 여기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치인으로 새긴 이런 다짐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위원장, 새누리당 정책위부의장으로서 활약하면서 타협과 전문성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
당내 주요 경제통으로,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 경제 공약의 기반을 닦는데 기여했으며 지난 4월 국회에서는 정책위의장 대행을 맡으면서 야당과의 타협으로 새누리당 총대선 공약 관련 법안들을 대거 통과시켰다. "백날 싸운다고 법안이 통과되는 게 아니다. 야당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끊임없이 설득하고 인내하면서 타협해야 한다. 참는 법을 많이 배운다. 참는 게 정치의 본질인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보수의 가치'를 몸과 마음으로 새기며 실천하려는 것은 어릴 적 겪었던 가난과 독재, 유학시절 경험한 선진국의 호황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당시의 가난과 독재는 예술철학을 전공하던 철학도를 경제학자로 견인했고, 70년대는 울분에 차서 술을 마셨지만 유학 가서는 술을 끊고 학문에 매진했다.
영국의 마가렛 대처 수상이 당시 만연했던 '복지병'과 '노조병'을 개혁을 통해 극복하는 모습을 보며 보수경제학자로서의 신념을 굳건히 하게 됐다.
요즘 자신의 고향이자 지역구인 부산시 진구의 낙후성을 아쉬워하며 주말마다 부산에 내려가 지역주민들을 만나기 바쁘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과 부산 지역구를 오가며 '주말부부' 생활을 하고 있다. "아내가 그곳에 살면서 지역구를 챙기고 있어 항상 고맙고 미안하다. 장가를 아주 잘 갔다고 생각 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아내의 이름이 '화순'이어서 가수 김국환의 ‘꽃순이를 아시나요’를 즐겨 부르는 애처가.
이름 석 자를 딴 '삼행시'를 읊어 달라고 하자 "나/라의 성장 국민의 행복이 저의 꿈이며, 성/실하게 일해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인(린)/의 예지를 기본으로 국민을 섬기는 정치인 되겠다"고 화답했다. '나라 사랑 국민 사랑' 보수의 정신이 몸에 배었다.
[약력]
▲1953년 부산 출생 ▲부산고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에식스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석사 ▲옥스퍼드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 ▲한국공공경제학회 회장▲동아일보 객원논설위원 ▲한반도선진화재단 부이사장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 ▲18대 한나라당 비례대표 ▲19대 국회 기획재정위 조세소위 위원장 ▲정책위 부의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