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국내 재계서열 2위 현대자동차에 대한 세무조사에 곧 착수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최근 노조 파업으로 조업에 차질을 빚고 있는 현대차 입장에서는 이번 세무조사까지 겹치면서 이중고(二重苦)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달 26일을 전후해 현대차에 세무조사 예정사실을 알리는 조사예고통지서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실제 세무조사 착수 10여일 전 조사예고통지서를 발송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주부터 현대차에 대한 본격 세무조사가 진행될 전망이다.
현대차에 대한 이번 세무조사는 지난 2005년 9월∼12월 진행된 정기세무조사, 2007년 6월 진행된 심층(특별)세무조사 이후 실시되는 정기세무조사 성격의 조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고된 조사기간은 3개월 안팎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05년 진행된 정기세무조사 결과, 현대차는 1962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액수의 세금을 추징 당했다.
당시 추징액 상당부분은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안고 있던 현대우주항공(2001년 폐업, 현 한국항공우주산업) 보증채무 2100억여원을 해소할 목적으로 단행된 계열사 유상증자가 불법적으로 이루어진 점에 착안해 추징된 세금이었다.
이듬해 3월 '김재록 게이트'가 터지면서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현 현대차 부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불똥이 튀면서 검찰 수사가 실시, 결국 정 회장의 구속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번 현대차에 세무조사에 대해 업계 안팎에서는 일반적인 수준의 정기세무조사와는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현대차가 롯데그룹과 함께 전 정권 수혜기업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점에서 '사정' 성격이 가미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현대차는 이명박 정권 시절 수 차례에 걸친 세제지원 정책(2008년 개별소비세 인하, 2009년 노후차량교체 세제지원, 2012년 개별소비세 인하 등)의 수혜를 입어 가파른 매출신장 효과를 얻었다.
이에 따라 재계 안팎에서는 최근 정기세무조사 중반, 명백한 조세탈루혐의 발견시 단행되는 조세범칙조사로 전환된 또 다른 수혜기업 효성과 마찬가지로 현대차에 대한 세무조사가 정기세무조사에서 조세범칙조사로 전환될 소지도 있다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외에도 과거 일감몰아주기 관행, 현대건설 인수 등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검증이 이뤄질 것으로 보여 조사기간연장 등 험로가 예상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