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돌연 사임한 양건 전 감사원장 후속 인사가 여전히 안개 속에 머물면서 어수선한 감사원 안팎의 분위기 정리 또한 지지부진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감사원은 여러 내부 사정을 감안해 발빠른 후속 인사가 필요하다는 입장. 실제로 안팎에서는 청와대가 이미 수 명의 후보군에 대한 정밀 인사검증을 진행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조만간 후속 인사의 윤곽이 잡힐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혼외아들' 논란으로 사표를 제출한 채동욱 검찰총장에 이어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퇴설까지 덧붙여지면서 '개각설'이 급부상, 상당기간 후속 인선이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흘러나오고 있는 모습이다.
□ 마음 급한 감사원 = 감사원 안팎에서는 현재 원장 직무대행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성용락 수석감사위원의 임기(12월15일)를 고려할 때 늦어도 내달 초, 후속 원장 인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내달 국정감사가 예정되어 있는데다가 신임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일정을 감안하면 더더욱 후속 인선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개각을 이유로 연말까지 감사원장 인선을 늦출 경우 감사원 업무가 사실상 마비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헌법은 감사결과를 최종 심의·확정하는 감사위원을 5인 이상 11인 이하로 두도록 하고 있으며 감사원은 원장 포함 7명의 감사위원을 두고 있다. 하지만 현재 감사위원은 5명(원장 1명, 감사위원 1명)에 불과하다.
성 위원 임기 종료 전까지 인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감사위원회 개최는 불가능해 진다. 감사원이 우려하는 상황은 이 부분이다.
감사원 고위관계자는 23일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지만 개각과 맞물려 감사원장 부재 기간이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성 위원 임기 종료와 함께 헌법상 감사위원회 개최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추후 감사일정 추진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청와대에서 도덕성 등이 검증된 후보자를 선정하기 위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여러 사정상 하루 빨리 후속 인선을 단행할 필요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 느긋한(?) 청와대 = 청와대의 스탠스는 감사원의 입장과는 확연한 차이가 존재한다. 일단 청와대는 수 명의 인물들을 후보군에 올려놓고 인사검증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러 변수가 많아 최종 결정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집권 초기부터 불거진 인사검증 실패에 대한 '트라우마'도 있지만 양건 전 감사원장의 사임 배경에 청와대와의 인사 갈등설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 측근 인사를 심기 위해 전 정권에서 임명한 감사원장을 '억지사퇴'로 몰고 간 것 아니냐는 정치적 의구심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현 시점에서의 인선은 더더욱 부담스럽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측면에서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표설로 급부상한 연말 개각 가능성은 인선과 관련해 안팎의 눈총을 받고 있는 청와대 입장에서 단박에 국면전환을 꾀할 호재가 될 수 있고, 이를 명분으로 감사원장 인선도 패키지로 미룰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안팎에서는 청와대가 당초 6배수로 범위를 넓혔던 후보군의 폭을 좁혀 3∼4명 수준으로 후보군을 압축했다는 이야기들이 나돌고 있다.
애초 유력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됐던 안대희 전 대법관과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등은 후보군에서 탈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이들에 비해 정치색이 상대적으로 옅은 학자 출신을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을 반영, 전혀 언론 하마평에 오르내리지 않던 인물을 깜짝 발탁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