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만 열린 '판도라의 상자' = 개정 FIU법이 14일
본격 시행되면서 향후 국세청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세청은 개정 FIU법에 따라 세무조사(수시·기획)
및 체납징수 활동에 FIU(금융정보분석원)가 보유한 금융
정보를 보다 폭넓게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개정 FIU법(특정금융거래정보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14일(목요일)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국세청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세청이 FIU(금융정보분석원)가 보유한 금융정보를 종전보다 폭넓게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지금까지 국세청은 '조세범죄(탈세)'와 관련한 세무조사에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FIU 금융정보를 활용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선제적 접근이 가능해진다. 쉽게 말해 수시 또는 기획 세무조사 대상 선정 과정에서 대상자의 탈세혐의 내용을 적시, 자료를 요청하면 대상자의 금융정보(CTR-2000만원 이상 고액현금거래 자료)를 넘겨받을 수가 있게 된다.
아울러 체납처분에도 FIU 금융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1000만원 이상 세금을 체납한 체납자의 CTR자료를 정기적으로 넘겨받아 은닉재산 존재 유무를 추적, 체납세금을 충당할 수 있게 된다.
반쪽 짜리 FIU법, 효과는 글쎄…
FIU 금융정보를 과세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은 꽤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관련 입법안도 수 차례에 걸쳐 국회에 제출됐다. 하지만 그 동안 FIU 금융정보 주위를 둘러싼 거대한 장벽은 무너지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가 부처간 칸막이 제거를 핵심으로 한 정부 3.0 정책을 국정기조로 채택하고 증세 없는 복지재원 충당을 위해 FIU법 개정을 국정과제로 삼으면서 FIU법 개정이 급물살을 탔고, 결국 10여년 만에 이 정도 수준의 법 개정이 이루어졌다.
FIU는 정부 조직법상 금융위원회 산하 기관이지만 사실상 FIU가 확보한 금융정보 활용은 검찰에 의해 좌지우지 됐던 것이 사실이다. 검찰의 정보독점 이기주의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조세공평 사회로 가는 길목의 일정 부분을 가로막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14일 시행을 앞둔 개정 FIU법도 반쪽 짜리 개정에 불과한 것이 사실이다.
당초 FIU법 개정 논의는 FIU 금융정보 전체를 국세청이 실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었지만 이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백지화' 됐다. 국세청이 요청한 경우 '정보공개위원회' 심의를 거쳐 자료가 제공되는 등 일정한 제약이 설정되면서 파급력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여전히 남아 있다.
가장 문제는 시간을 너무 허비했고, 그나마 반쪽 짜리 개정으로 당초 국세청이 목표했던 세수확보 목표치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점이다. 국세청의 역할분이 줄어들면서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재원 마련에도 상당부분 차질이 생길 공산이 커졌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올해 초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FIU 금융정보 실시간 활용을 전제로 연 4조5000억원, 5년 동안 22조5000억원 수준의 추가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이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법안의 후퇴 가능성을 고려, 공약가계부 작성시 추가세수 목표치를 5년 동안 11조6000억원(연간 2조3000억원 수준)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법 개정 논의 및 시행까지 1년여의 시간을 허비하면서 올해 확보해야 할 세수목표치는 이미 물 건너 간 상황이다. 국세청 관계자도 이와 관련해 "개정 FIU법 시행으로 인한 올해 세수효과는 사실상 미비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국세청과 정부 안팎에서는 개정 FIU법 시행을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조세형평 확보 초석, 정부 3.0 정책의 성과로 부각시키는 모습이지만, 이는 본말이 전도된 의미부여에 불과하다. 애초부터 FIU법 개정은 '세수확보' 즉, 증세 없는 복지재원 수단으로 다루어졌기 때문이다.
국세청 내부와 조세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개정 FIU법 효용성에 대한 의구심이 남아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CTR 자료공개 범위가 넓어진 부분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고, 이로 인해 상당규모의 세수확보도 가능할 것"이라며 "다만 정보열람 여부 통보 (정보열람 후 1년 안에 대상자에 열람여부 통보)문제는 예상치 못했던 부분이었고 원안에서 후퇴, 당초 기대했던 세수효과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 조세전문가는 이와 관련해 "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두는 것은 국세청의 정보접근을 상당 폭 제한하는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며 "국세청이 설정한 세수확보 목표치를 달성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세전문가도 "당초 계획한 지하경제 양성화 효과를 거두기 어렵고, 세수확보에도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라며 "개인정보 보호 취지는 맞게 일정 부분 보완이 됐지만 이렇게 얻은 자료를 가지고 국세청이 예상한 세수를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