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기구를 둘러싼 세관당국과 수입업체간 잦은 다툼은 비단 어제 오늘일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나라 세관에서는 '미풍양속'을 해치는 음란 성인용 물품에 대한 수입(수출포함)을 금지하고 있어, 들여오려는 업체와 막아야 하는 세관당국 사이에 시각차가 발생하기 때문이죠.
실제로 이 같은 통관절차와 관련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시각차는 자위기구가 일반인의 정상적인 성적 정서와 선량한 사회 풍기를 심하게 해할 가능성이 있냐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의 입에서 자위기구라는 말이 오르내리는 건 부끄러울 수 있습니다. 해석의 방향에 따라 비정상적 성행위로 보일 수 있어, 미풍양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된다고 여길 수 있지만 자위기구라는 이유만으로 수입통관을 보류하는 것은 부당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자위기구 통관을 둘러싸고 '국민 개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라는 조세심판원의 결정에 매번 쓴 웃음을 지어야했던 관세청이 이번에는 활짝 웃을 수 있었을까요.
□ 지긋지긋한 자위기구 통관 다툼 = 올해 9월 수입업자 A씨는 남성·여성용 자위기구를 수입하기 위해 관세청에 수입신고서를 제출했지만 관세청으로부터 해당 물품이 사회 풍속을 저해하는 '음란한 물건'에 해당, 통관을 보류한다는 내용의 통지서를 받았습니다.
A씨는 관세청의 통관보류처분은 위법하다며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습니다.
A씨는 "(자위기구가)일반인의 성적 수치심을 해하고 성적 관념에 반하는 음란물에 해당한다거나 우리 사회의 건전한 질서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될 만한 뚜렷한 사정도 없어 선량한 풍속을 해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A씨는 관세청이 자위기구에 대해 무조건 통관을 보류하는 관행만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이미 대법원과 조세심판원 결정을 통해 남성 및 여성용 자위기구의 통관보류처분이 부당하다는 판례가 있음에도 상급기관 판결이나 법령을 존중하지 않고 있고, 성인용품이라면 무조건 통관을 보류하는 관행만을 우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관세청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관세청은 자위기구의 적나라한 형태를 이유로 들며 "자위기구 자체가 일반 사람들의 성욕을 자극하고 성적인 흥분을 야기하는데 충분할 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치고 선량한 성적 도의관념에 반한다고 할 수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또 남성용자위기구에 대한 조세심판원 심판청구 결정을 예로 들며 "성관련 물품에 대한 시대적 수요와 어느 정도의 순기능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건전한 사회 통념상 국내에 수입이 용인될 정도로 풍속화된 것으로 인정되었다고 보기는 곤란하다"고 심판청구를 기각한바 있다고 밝혔습니다.
□ "자위기구, 통관 허용해주는 것은 맞지만…" = 자위기구 통관을 둘러싼 수입업체와 관세청간 다툼에서 조세심판원은 우선 수입업체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두말 할 것 없이 국민 개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심판원은 결정문을 통해 "자위기구라는 이유만으로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라 해 수입통관을 보류하는 것은 국민 개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지나친 간섭으로 보일 여지가 충분하므로 쟁점물품에 대해 원칙적으로 통관을 허용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A씨가 수입하기 위한 물품 중 사회 풍기를 심하게 해할 가능성이 있는지의 여부를 다시 한 번 재조사 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나친 간섭이라고 선을 긋고 마무리됐던 지난 결정과는 다르게 관세청의 입장도 일정 부분 받아들인 것입니다.
심판원은 "최근 들어 자위기구를 수입하는 업체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다양한 형태의 자위기구가 수입되고 있어 쟁점물품 중에는 관세청에서 우려하는 바와 같이 사회 풍기를 심하게 해할 가능성이 있는 물품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처분청은 쟁점물품 중 이러한 물품이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를 재조사해 그 결과에 따라 통관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판단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참고심판례 : 조심2013관026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