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과거 연대보증은 담보 없이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연대보증 때문에 친구는 물론 친척, 심지어 가족과도 등을 돌리는 일이 있을 정도로 그 피해가 심각하기도 했었죠.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에는 친구 몰래 명의를 도용해 보증 대출을 받았다가 경찰에 고소까지 당했던 한 사연이 접수된 일이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30세 이씨는 저축은행에서 500만원의 대출을 받았습니다.
담보 없이 대출을 받기 위해 이씨는 지인 김씨의 명의를 빌려 보증서를 작성, 은행에 제출했습니다.
은행 직원은 김씨의 보증 동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전화 통화를 시도했고 김씨는 설명을 들은 뒤 짧게 "예"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석 달 뒤 자신이 보증인으로 등록된 사실을 안 김씨는 이씨를 자필 서명 위조로 경찰서에 신고했습니다.
전화 통화 당시 김씨는 은행원의 빠른 설명에 통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이씨가 도움을 요청한 바람에 통장과 신분증을 빌려줬을 뿐 보증을 한 일은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습니다.
또 당시 은행원이 보증과 관련해 자필 서명 여부를 물었을 때 김씨가 서명하지 않았다고 답하자 은행원은 두 번이나 녹음을 취소, 6개월 동안 이름이 등록된 뒤 이후에는 삭제되며 피해가 전혀 없을 것이라고 설득해 "예"라는 대답을 유도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이씨의 대출이 연체되기 시작하면서 결국 김씨는 채무 독촉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은행 측은 정상적인 보증채무이며 연대보증 해지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고, 김씨는 결국 금감원의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현행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은 보증인의 자필 서명이 없는 경우 계약을 무효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관련 판례상 보증인의 서명이나 기명날인을 요구하는 이유는 보증인이 경솔한 판단을 하지 않고 숙고의 결과로 보증을 하도록 하려는 취지입니다.(대법원 2013.6.27. 선고 2013다23372)
금감원 관계자는 "비록 녹취의 증거가 있지만, 김씨가 자필 서명을 하지 않은 이상 보증계약은 효력이 없다고 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경찰 수사에서도 같은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수사 결과 이씨는 김씨의 동의없이 명의를 위조해 보증서를 만들었고 필적감정을 통해서도 자필 서명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과 달리 현행 대부업법에서는 음성 녹음에 의한 보증계약 성립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부업 보증계약을 할 때에는 더욱 신중해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