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수원세무서 이숙희 재산세과장은 지난 연말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재산세과 직원의 자상하고 친절한 도움으로 양도소득세 신고를 무난하게 마치게 된 C씨(76세)가 도움을 준 직원이 꼭 모범직원 표창을 받아야 한다며 편지와 전화로 압력(?)을 넣었기 때문이다.
국민에게서 세금을 거둬 가는 세무서 직원들이 납세자들로부터 칭찬이나 감사의 편지를 받는다는 것은 기대하기 힘든 사례다. 그런데 웬일인지 동수원세무서에선 세무조사를 맡은 조사과 직원들조차 납세자로부터 감사편지를 받고 있다.
■ 일상화된 야근에도 웃음 끊이지 않는 재산세과
수 십 개월 째 전세 값만 오를 뿐 부동산거래가 뚝 끊겨 전국적으로 부동산 경기가 심각한 침체기를 겪고 있지만, 동수원세무서 관내인 ▲광교지구 ▲동탄1․2지구 ▲오산 세교지구 등은 얘기가 많이 달라진다.
동탄 제2신도시만 해도 오는 2015년말까지 11만5000여 세대의 입주가 예상되는 등 대규모 신도시들이 계속 개발되고 신도시로 입주하는 주민들이 속속 늘어나는 만큼 부동산 경기가 활발하다.
수원시 영통구와 오산시 그리고 동탄지역이 속한 화성시 일부에 대해 양도소득세, 상속 및 증여세, 종합부동산세 등 재산제세를 책임진 동수원세무서 재산세과는 이들 세목(稅目)에 대한 세원관리뿐만 아니라 조사업무까지 수행한다.
부동산 경기가 활발하다 보니 재산세과 직원들은 야근이 일상화된 모습이다. 지난해 발생한 양도세 과세자료가 6648건에 이르러 2012년도의 4731건에 비해 40.5% 1917건이나 늘어났다.
여기에다 도농복합지역에서 신도시를 건설할 땐 농지 대토 문제와 8년 이상 자경농지의 감면문제, 수용에 따른 감면과 보상문제 등 복잡한 세금 문제로 세무서를 찾는 민원인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화성세무서 신설로 관할지역을 개편하면서 납세자 수는 크게 늘었지만, 재산세과 직원은 전년도보다 4명이나 줄었다. 재산제세 조사를 위한 3계까지 있는 재산세과 구성원은 과장까지 포함해 25명에 불과하다 보니 직원들은 제때 업무를 마치기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일 년 내내 야근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적 과제인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재산세과 직원들이 이뤄놓은 일들은 많다.
종중 소유 부동산을 팔고도 세금을 부당하게 줄이기 위해 종중원 명의로 양도한 것처럼 꾸민 것을 적발하는가 하면, 종중 땅을 팔아서 생긴 돈을 종중원에게 증여한 것을 찾아내 20억원 가까운 양도소득세와 증여세를 추징했다.
또 도시지역 내 주거지역에 위치한 농지는 양도세 자경 감면 대상이 아님에도 부당하게 감면 신청한 혐의를 포착해 2억1200만원을 추징하기도 했다.
과중한 업무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이 업무 외적인 스트레스 없이 즐겁게 근무하는 데는 세무서 직원들은 물론 다른 과의 과장들도 ‘누나’라고 부르는 여장부 이숙희 과장(사진)의 존재가 한몫 한다.
가정에서는 맏며느리이기도 한 이 과장은 대전여중 펜싱선수 시절 받았던 스트레칭 기법을 직원들에게 전수한다. 컴퓨터 앞에 앉은 직원 모두를 오전과 오후 모두 일으켜서 씩씩한 구령을 불러가며 스트레칭을 시키고 있다.
세무서 건설 당시 운영지원과장을 맡아 세무서의 나무 한 그루까지 모두 애착이 간다는 이 과장은 세무서에서 나이가 가장 많다. 그는 짜증을 내는 직원과는 간식을 함께하고, 수시로 직원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는 등 후배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그는 “될 수 있으면 내가 조금 더 양보하고, 서로서로 배려하자. 지금 조금 손해 본다고 생각했던 희생이 나중에 더 이익이 된다”며 “내가 더 일하면 더 많은 직원이 고마워한다”고 직원들을 다독인다.
■ 타 세무서보다 7배나 많은 연말정산… 법인세과
법인세과 업무영역은 법인세는 기본이고 법인과 관련된 부가가치세와 원천세(연말정산), 더 나아가 법인의 종합부동산세와 외투법인 등의 국제조세 업무까지 광범위하다.
특히 동수원세무서 법인세과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기업인 삼성전자가 법인세를 내는 곳. 지난해 거둔 2조1268억원의 법인세 중 90%를 삼성전자가 냈고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합쳐도 세무서 전체 세수의 60% 이상을 삼성전자가 낸다.
국세청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삼성전자는 지방국세청 조사국의 세무조사 대상이다. 세무서에서는 신고·과세자료 처리 등 세원관리업무를 적시성 있게 마무리하고 사후관리에 만전을 기한다.
관내 외형이 큰 상위 10개 법인은 ▲삼성전자 ▲삼성전기 ▲도시바삼성스토리지테크놀러지코리아 ▲삼성전자로지텍 ▲삼성전자서비스 ▲일진전기 ▲(주)파트론 ▲오토리브(유) ▲(주)이라이콤 ▲(주)에스에프에이 등으로 몇 곳을 빼면 삼성관련 업체들이다.
이 때문에 세무서 관내 주민 중에는 삼성 직원들이 많고, 이들이 내는 근로소득세가 세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세수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 구조 역시 글로벌 IT산업의 메카인 삼성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그리고 그 협력사 직원들로 인해 연말정산 과다공제 여부를 점검할 때 대법인으로 인한 점검대상자가 1만5000건에 이른다. 다른 세무서들이 평균 2000여건에 불과한 것을 고려하면 약 7배 이상 점검대상자가 많은 것.
동수원세무서 법인세과는 법인세를 담당하는 법인1계와 법인사업자 부가가치세를 담당하는 법인2계로 구성됐으며, 직원은 송기홍 과장(사진)과 계장 2명까지 포함해 모두 15명이다. 계장을 제외하면 법인사업자의 세원관리를 담당할 직원들이 12명에 불과하다.
자로 잰 듯 엄격하게 법과 원칙을 잘 지키며 입이 무겁기로 소문난 송 과장도 “최근 체납정리업무와 성실신고 사후검증으로 정신이 없을 만큼 바쁘다”며 “12명에 불과한 실무직원으로는 사실상 치밀한 세원관리나 업무 추진에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송 과장은 서울지방국세청에서 법인세 실무업무만 5년 넘게 담당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 그의 지휘 아래 법인세과는 올해 한 법인사업자에 대한 신속한 대응으로 고액체납으로 이어질 뻔했던 220억원이 넘는 세수를 확보할 수 있었다.
거액의 부가가치세 환급신청을 한 법인의 사업장 현장확인 과정에서 회사 대표와 면담을 하면서 세금납부 의지는 물론 납부능력조차 없음을 신속히 파악, 예금에 대한 질권설정 등 치밀하고 적절한 대응으로 자칫 걷지도 못 할 뻔한 거액의 세금을 확보한 것이다.
■ 업무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인력… 조사과
동수원세무서 조사과는 조사관리팀과 4개의 조사팀 그리고 세원정보팀까지 6개 팀으로 구성돼 있지만, 직원은 김승렬 조사과장까지 포함해도 고작해야 15명이다.
그런데 세무조사 대상은 5725개 법인 대부분이 외형 500억원 미만인데다 부가가치세 납세자가 6만7000명이 넘고 소득세 납세자가 8만5000명을 넘는 점을 참작하면 직원들의 업무 부담은 가히 살인적으로 무겁다.
세무조사를 실제 수행하는 4개 조사팀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6․7급을 합쳐 4명이고, 8급 1명에 9급직원 3명 등 8명이 전부다. 과연 이들을 이끌고 지하경제 양성화라는 국가적 과제 이행과 함께 공정과세 담보라는 세무조사 본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이 같은 인원으로는 국세청 본청차원에서 확정한 세무조사 대상자 명단을 넘겨받아 진행하는 정기조사는 물론이고, 법인․부가․소득세과 등 타과에서 넘겨진 자료를 분석해 상급기관 허가를 받아 진행하는 비정기조사는 과연 제대로 진행이나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동수원세무서는 8명으로 수많은 조사를 진행하자니 어쩔 수 없이 2인 1조로 조사팀을 꾸렸는데, 그나마 4팀 중 3팀의 반원이 여직원이다. 상황이 마찬가지인 다른 부서에서 사람을 빼내 인력을 보태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다.
조사반원 가운데 1명이라도 교육일정 소화를 위해 자리를 비우거나 출산휴가로 공백이 발생하면, 말 그대로 그 조사팀은 개점휴업이다. 반장 1명으로는 조사를 할 수 없으므로 내근으로 업무처리를 할 수밖에 없다.
특히 2013년에는 탈세 제보자에 대한 포상금 확대와 차명계좌 신고제도 신설로 탈세제보 건수가 연간 200건이 넘을 만큼 관련 업무가 대폭 늘었다. 이 가운데 절반은 신빙성이 높아서 현장확인까지 필요한데, 이에 비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세무서 고민이다.
그러나 따뜻한 마음과 노련미까지 갖춘 김승렬 과장을 중심으로 태부족인 인력 현실을 ‘선택과 집중’으로 극복하고 있다. 조사과 인력을 세원의 사각지대인 지하경제 양성화에 쏟아 부은 결과 범칙조사로만 35억원의 추징실적을 올렸다. 탈세자들이 검찰에 고발된 것은 물론이다.
다른 과에서도 부러워하는 조사과의 자랑은 ‘팀원간의 균형 잡힌 팀워크’이다. 조사반원 대부분이 5년 미만의 경력자이지만, 과장을 비롯한 노련한 선배들이 일과 전후를 이용해 자체 직무교육을 한 결과 직원들의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경력이 낮은 직원들은 노하우가 많은 팀원으로부터 하나라도 더 배운다는 자세로 휴일도 출근을 마다하지 않고 있으며, 이에 질세라 선배들은 지난해 상반기 ‘자동차정비업소 세원관리방안’을 들고 창의학습동아리에 참가해 전국 최우수상을 받았다.
김승렬 조사과장(사진)은 “직원들에게 항상 친절을 좌우명로 모든 업무처리에 최선을 다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며 “조사과가 동수원세무서에서 최고의 부서라는 자부심을 가지도록 노력한 직원들에게 항상 감사하고 고마울 뿐”이라고 했다.
그는 또 “직원 중에 미혼인 직원이 4명이나 있는데, 너무 업무가 많아 토요일 일요일에도 출근하느라 데이트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직원을 보면 안타깝다”며, “이들이 빨리 좋은 배필을 만나 올해는 모두 결혼에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