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속에 기회 온다…경제 희망 시그널은?

금융 위기 링거주사 해제하는 미국…경기회복?
고용 시장·소비경제 청신호 오나…기대감 '솔솔'

과거 대공황, 외환 위기, 금융 위기와 비교하면 최근의 경제 위기는 그 심각성이 덜할 수 있다.

각 나라의 정부들은 연일 비상 점검 회의를 열고 해외시장을 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자본주의가 한계에 부딪치고 침체의 장기성을 쉽게 간과할 수 없다는 점에서 경제를 바라보는 눈은 불안하기만 하다.

무엇보다 올해에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를 본격적으로 축소, 전 세계 금융시장의 자금을 다시 회수하는 통화정책을 시행한다.

시중 유동성이 줄어드는 것은 주식시장의 대형 악재이나, 일면 금융 위기가 차츰 안정되고 있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미국의 통화정책에 따른 영향을 우려하는 한편, 펀더멘털(fundamental)이 강한 한국의 경우 대외 충격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창목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류승선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부터 세계경제 전반에 대한 진단을 들어 봤다.

■ 테이퍼링(Tapering)? 경제 다시 후퇴한다 = 미국이 시중 유동성을 줄이는 양적 완화, 이른바 테이퍼링 정책은 시장에 2가지 시그널을 준다.

류승선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14년은 글로벌 경기 및 정책, 자금 흐름의 정상화 시기"라고 표현했다.

이는 미국 당국이 금융 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놓은 링거주사를 해제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경기회복의 신호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류 센터장은 "테이퍼링 종료 전후 글로벌 통화정책도 긴축에 동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동성 축소는 결국 시장에 충격을 준다는 것을 최근 국내외 주식시장은 보여주고 있다.

이창목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경제성장률이 3년 만에 플러스 전환될 것이나 회복 속도는 더딜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올해 하반기 유로존 성장률이 1%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 위기 이후 유로존은 플러스와 마이너스 성장을 오가며 더블딥(Double Dip)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센터장은 "유로존 경제는 모멘텀이 둔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역외 수출 지연과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우려가 불거져 기준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가 차입을 통해서 확대되기는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 고개 드는 아르헨티나 위기론 = 최근 아르헨티나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외환을 이용해 시장에 직접적으로 개입했으나 통화(페소)가치가 급락했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부채 위기를 경험한 나라들은 볼 때 확률적으로 아르헨티나의 금융 위기 가능성은 55%에 이른다"고 했다.

참고로 남유럽 위기가 처음 부각된 2010년 당시 피그스(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의 금융 위기 확률은 47%였다.

조 센터장은 "아르헨티나 위기로 신흥 시장은 당분간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 신흥국·선진국, 빈부 격차 커진다 = 미국의 긴축정책은 신흥국가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예상이다.

무엇보다 신흥국 경제는 정치적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태국 총선, 콜롬비아의 정치 불안, 터키 대선, 아프가니스탄 내전, 인도·인도네시아·헝가리·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정권 교체 가능성 등이다. 이라크는 반정부 시위로 인해 정국이 어지러운 상황이다.

이창목 센터장은 "실제로 인도, 브라질, 러시아는 테이퍼링 이후 자금 유출이 지속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이 센터장은 "자원 의존의 수출을 하는 국가들은 부정적인 투자수요에 의해 원자재(commodity) 가격이 약세를 보일 때 재정 수지 적자와 저성장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재정 위기와 은행 위기는 진정됐으나 실물경제 회복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양 센터장은 "FRB가 자산 매입을 축소할 때마다 일시적으로 강한 금리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신흥국의 경우 그동안 정책적인 유동성 효과를 누려왔기 때문에 통화 채권의 지수는 상승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준 금리 인상, 수입 물가 부담에 따른 실물 경기 둔화의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 기준 금리 인상 될까? = 벤 버냉키(Ben Bernanke) FRB 의장은 2012년 12월 이후 "인플레이션이 2.5%보다 낮고 실업률이 6.5%까지 떨어지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양기인 센터장은 "올해 하반기 금융시장에서는 기준 금리 인상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나 결국은 동결이 예상된다"고 했다.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 조사 결과, 1999년 이후 한국은행은 선진국의 금리정책을 따르는 경향이 있으며 올해 선진국들은 통화정책 완화를 유지할 전망이다.

양 센터장은 "과거 2005년 이후 금리 인상의 목적은 자산 가격의 과열과 붕괴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해서였다"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상황에서 섣부른 금리 인상은 정책적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 고용·소비의 청신호, 골디락스(goldilocks)? = 오랜 침체로 인해 고용 시장과 소비경제는 전환점을 맞이할 것이란 긍정적 견해들도 있다.

경제는 고성장을 이루고 물가는 안정되는 '골디락스'를 기대하기도 한다.

조윤남 센터장은 "과거 금리 하락과 낮은 물가, 원화 강세가 만나는 구간은 평균적으로 소비가 가장 좋았던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은 지난 2011년과 비교할 때 차츰 낮아지고 있다.

조 센터장은 "저금리 기조와 원화 강세, 낮은 물가에 의해 소비가 증가하기 좋은 여건이 형성됐다"고 평가했다.

신흥국 고용과 관련해서는 "선행지표에 비해 실제 고용이 회복되기까지 약 1년의 시차가 있는데 유럽의 경우 올해 상반기부터 고용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