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 전망 중립적…부동산, 여전히 안갯속
지난해 한국 증시의 종합주가지수(코스피)는 세계 증시 지수와 비교해 약 10%포인트 안팎의 부진한 성과를 거뒀다.
올해에도 주식시장을 둘러싼 환경은 그리 좋지 않다.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가 우호적이지 않은 것을 부정적 요소로 꼽는 반면, 미국에 투자됐던 자금들이 한국, 중국과 같은 신흥국 증시에 모일 것을 기대하기도 한다.
KDB대우증권, 메리츠종금증권, SK증권, 삼성증권의 스트래터지스트들은 중립적인 견해를 유지하는 가운데 한국과 같이 펀더멘털(fundamental) 좋은 신흥국의 경기 민감 업종에 투자를 추천했다.
■ 외국인 투자 부정적…"긴장 늦춰선 안된다" = 김영준 SK증권 스트래터지스트는 "올해 들어 외국인 투자자도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않으며 관망 중"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중반 대규모 매수세를 보이던 외국인들은 올해 들어 급격히 방향을 선회했다. 올 초 한 달 동안 외국인이 매도한 주식은 1797억원에 달했다.
외국인의 급격한 방향 선회에 대해 어떻게 진단해야 할까?
SK증권 리서치센터 분석 결과, 최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옵션 변동을 나타내는 VIX지수(Volatility Index)는 안정을 보이는 반면 스큐지수(SKEW Index)는 지난해 9월 이후 급격히 상승, 1997년 아시아 외환 위기 당시와 같은 수준인 140포인트까지 올랐다가 하락했다.
스큐지수는 극단적으로 예외적 상황에 대해서 시장이 느끼는 공포 심리를 수치화한 것으로 블랙스완(black swan)지수로 불리기도 한다.
스큐지수가 오른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Invisible Risk)을 시사한다는 것이 김 팀장 설명. 그는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 후 외국인의 우려가 커진 것을 나타낸다"고 했다.
따라서 올해 상반기는 테이퍼링(Tapering)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는 게 대체적인 중론이다.
그러나 그는 "국내 주식의 매력이 급변하지는 않았다"고 긍정적 시각도 밝혔다.
유승민 삼성증권 이사(Chief Strategist)는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가 장기적으로 볼 때 글로벌 금융시장 포트폴리오의 패러다임 교체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금융 위기 이후 수년 동안 금융시장은 유동성(Quantity)에 의해 지배됐지만 앞으로는 펀더멘털, 즉 경기에 의해 움직인다는 이야기이다.
이는 주식 투자에 긍정적 신호이지만, 시장이 상당 기간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의미도 된다.
유 이사는 "상반기에 비해서 하반기 실적 모멘텀이 둔화되는 것은 주가 측면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부동산 미래도 캄캄…올해 투자는 어디에? = 증권가는 올해 코스피가 최저 1850포인트, 높게는 2300포인트 범위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미국 펀드 시장에서 채권 편향이 5년에 걸쳐 끝나고 주식형펀드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도 외국인이 채권을 줄이고 있지만 주식을 확대 중"이라고 분석했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2008년 이후 한국 증시는 삼성전자, 현대차에 의존도가 점증됐으나 올해에는 화학, 건설, 은행, 철강 등 지난해 부진한 업종의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은행의 경우 지난해 STX, 동양그룹 등 중견 기업의 구조조정이 진행된 것을 감안해 '기저 효과'가 기대된다.
무엇보다 주택 시장의 향방에 대한 관심도 크다. 그러나 주택 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않다.
주택 시장은 투자, 금리, 소비 등 경제활동 대부분이 연관돼 있는 만큼 신정부 정책도 집중되고 있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지난해 9~10월 수도권 주택 가격이 소폭 상승했으나 아직 부동산에 대해서는 비관론이 다수이다"고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그는 "소득 대비 주택 가격이 충분히 떨어졌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전셋값 급등으로 인해 매입 후 임대의 기대 수익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9월 서울 지역 아파트의 기대 수익률은 3.4%, 정기예금 금리와 비교하면 약 0.6%포인트 높다.
김중원 메리츠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글로벌 자금은 미국에서 신흥국, 이 중 펀더멘털이 양호한 한국과 대만으로 이동할 전망"이라며 코스피에 대해서는 "1950~2300포인트 범위에서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0년 이후 코스피 기업의 실적은 4년 연속 100조원에 육박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김 팀장은 "상반기 글로벌 경기회복 초입에는 경기에 민감한 업종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반기에는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는 주식에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업종은 건설, 유틸리티, 화학, 철강, 조선, 홈쇼핑, 의류 업종으로 꼽았다. 종목은 현대건설, 한국전력, SK이노베이션, 현대제철, 현대중공업, GS홈쇼핑, 한섬 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