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집행부, “명예퇴직에 복지축소는 배신적 합의”
KT가 경영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근속 15년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고한 가운데 노동조합의 행보가 논란이 되고 있다.
KT노동조합은 최근 회사측과 6000명 이상의 대규모 명예퇴직을 실시하는데 합의했다. 이는 지난 2009년 5992명의 명예퇴직을 실시한 이후 5년만에 대규모 구조조정을 받아들인 것이다. 표면상 이유는 지난해 기록한 2320억 원의 대규모 영업적자 때문이다.
지난 8일 발표한 노사합의 사항에 따르면 이번 명예퇴직은 회사의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결단으로 ‘노사가 뜻을 모은 결과’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반 조합원들은 “노사합의는 불법”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한 구조조정의 근거가 되고 있는 지난해 4분기 영업적자 2320억 원을 직원들의 탓으로 돌려 경영위기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일반조합원들은 이석채 회장이 펼친 BIT사업 실패로 인한 추가비용 2700억을 임의적으로 회계 처리해 억지로 만들어낸 적자에 불과하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KT전국민주동지회는 “조합원을 보호해야할 노동조합이 조합원을 자르고 일자리를 없애는 방안에 합의해준다는 것은 노조의 존립의미를 무색케 하는 처사”라며 “직원들은 노조의 밀실야합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KT 새노조도 이번 합의안은 구노조와 경영진이 합의한 것으로 “명예퇴직과 동시에 복지마저 축소하는 이번 합의는 직원들이 나갈 수도 안 나갈 수도 없게 만드는 배신적 합의”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러한 KT 구노조의 애매모한 행보는 민영화 직후인 2003년 1월 있었던 위원장 선거에서 ‘선(先)교섭, 후(後)투쟁’ 노선을 지향했던 지재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본격화 되었다.
특히 지재식 후보의 2006년 재선과정에서 사측의 노조선거 개입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더욱 연성화의 길을 걸었다는 분석이다. 급기야 지난 2009년 8월에는 독자노선을 걷겠다며 민주노총을 탈퇴하고 어용노조라 비판 받는 국민노총 주변을 기웃거리다 지금은 한국노총에 들어가 있다.
그간 노조의 행보를 보면 일반인들이 납득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정도이다.
전임 이석채 회장은 ‘탈(脫)통신’을 외치며 모바일, 금융, 미디어, 렌터카, 야구단, 부동산 등으로 재벌기업을 능가하는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하느라 통신 사업을 위기에 빠뜨렸다. 그러한 가운데서도 고배당 정책을 고수해 회사의 잠재력을 약화시켰다.
2009년 취임한 이후 지난해까지 5년 동안 회사가 낸 당기순이익 3조3709억원 가운데 67%인 2조2417억 원을 배당금으로 사용했으며 이중 절반인 1조2000억원 가량이 외국인들의 뱃속으로 들어갔다.
특히 이번 구조조정의 명분이 된 지난해에는 392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1951억원을 배당을 실시해 일반 기업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무책임한 의사결정을 내렸다.
KT 노동조합은 이러한 와중에도 단체협상을 앞두고 “회사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고 진정한 동반자로서 일익을 담당하기 위해 교섭 요구안을 제시하지 않기로 했다”며 “창조경제에 동참하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며 모든 노동조건을 경영진에 백지위임, 이석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지난해 8월 민주당이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당한 이석채 전 회장의 사퇴를 요구했을 때도 KT노조는 ‘CEO 사퇴 요구에 대한 KT노동조합 입장’이란 성명서를 통해 “부당한 정치권의 간섭”이라며 이 전 회장을 두둔하고 나섰다.
지난해 10월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가 공동으로 이석채 전 회장을 배임혐의로 고발했을 당시에도 침묵을 지켰다. 그러다 11월 3일 이석채 전 회장이 사임 의사를 밝히자 다음날 성명을 내고 “신임 CEO가 권력과 재벌로부터 자유로운 인물이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낙하산 ‘결사반대’를 외쳤다.
그렇지만 이는 말뿐이었다. 작년 12월 황창규 현 CEO가 내정되자 성명을 통해 “CEO 선임은 KT 경영정상화를 위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며 “내정자가 노사간 신뢰를 매우 중요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환영했다.
KT는 지난 1998년 5184명, 1999년 3672명, 2000년 814명, 2001년 1398명, 2003년 5505명, 2008년 550명, 2009년 5992명을 내보냈으며 이번 약 6000명 까지 포함하면 국내 단일기업 최대 규모로 노동자들의 무덤이 되고 있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