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일부 언론)는 캐라, 몇 년 뒤에 보자, 성과가 말해 줄 것이다"
11일 낮 경북대 4합동 강의동 108호 강의실.
1년반만에 제자들과 동료교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강단에선 이정우(李廷雨)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은 평소와 달리 작심이라도 한 듯 속에 있는 말들을 훌훌 털어 놓았다.
특히 최근의 경기침체와 참여정부의 정책과 관련, 일부언론의 비판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여과없이 드러내 `점잖은' 그에게도 인내심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했다.
이 위원장은 강의초반 참여정부의 정책을 역설하면서 "지난 1년여간 12개 국정과제위원회는 무려 5천번이나 회의를 하며 정책을 다듬었다"면서 "그러나 일부 언론은 이를 외면하고 정책부재 등 온갖 비판을 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이어 "이제 니는 캐라, 몇 년 뒤에 보자, 성과가 말해 줄 것이라고 다짐한다"고 말해 좌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또한 성장. 배분론, 대우종합기계 매각논란 등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는 "마치 기업 경영의 발목을 잡는 사람인 양 이정우·강철규가 보수언론으로부터 집중공격을 받고 있다"며 "이는 오해에서 비롯되고 엉뚱하게 보도가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심지어 "자기들만 나라를 걱정하는 양 호들갑을 떨고 있다"고 까지 혹평했다.
이날 특강에서 이 위원장은 최근 경기침체와 관련한 참여정부의 `억울한' 측면과 경기회복 노력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경기악화 원인과 관련, "국민의 정부 말기인 2002년 기업대출이 줄어들자 은행들이 가계대출에 눈을 돌려 무분별한 카드발급 등을 통해 가계신용대출이 전년보다 100조원이 증가했다"면서 "이로 인한 흥청망청한 소비로 7% 성장을 한 폐해가 작년 400만 신용불량자 양산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에는 가계대출 증가가 없었고 따라서 소비가 늘 수 없었다"며 "잘못된 과거 정책을 바로잡는 과도기적 고통을 감내해야 소비와 투자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선거를 앞두고 역대정권이 경기부양을 했지만 참여정부는 그런 유혹을 떨쳐버리고 장기적 관점에서 정책을 펼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단기 부양책은 써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또한 이날 특강에서 민감하고 예민한 문제도 건드렸다.
이 위원장은 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조선왕조와 식민지, 독재정권으로 이어지는 동안 잘못된 역사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했다"면서 "YS는 금융실명제 실시와 하나회 청산, DJ는 IMF 무난한 수습, 햇볕정책과 남북 긴장완화 등으로 내세울만한 업적이 많지 않다"고 두 정권을 평가절하 했다.
그는 서울대 폐지론과 관련한 학생의 질문에는 사견임을 전제로 해 "개인적으로 찬성하지만 실현은 불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전국국립대에서 한꺼번에 입시를 실시하는 방안 등 입시지옥을 없애고 과외비를 줄일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고 밝혔다.
특히 이 위원장은 "과거 정권은 초창기 90%의 지지도로 시작해 10% 지지도로 퇴장했다"면서 "참여정부는 현재 지지도가 30%지만 50% 내외로 정권을 마감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