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LIG손보와의 시너지 창출에 자신감 표출
경영진 제재심 앞두고 기류 변화…당국 결론에 촉각
잇따른 악재로 몸살을 앓고 있는 KB금융에 최근 주식 인수 계약을 맺은 LIG손해보험이 '필요할 때 내리는 비'(시우, 時雨)가 될 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우(時雨)는 임영록 회장이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 온 것으로 '필요할 때 내리는 비처럼 금융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과연 LIG손보 인수라는 호재가 KB금융에 때마침 내려준 비가 되줄지 아니면 멈추지 않고 내리는 장마비가 될 지 시장이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KB금융은 지난주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은행장의 제재심의가 결론을 내지 못한 미뤄진 상황 속에서 LIG손보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을 지난달 27일 체결하며 흔들림 없는 행보를 이어갔다.
이번 주식매매계약은 구본상 등 대주주 8인이 보유한 LIG손보 발행주식총수의 19.47%로 최종 인수금액은 6850억원으로 확정됐다는 것이 KB금융 측의 설명이다.
이번 LIG손보 주식 매매계약을 바라보는 시선은 상당히 호의적이다.
시장에서는 KB금융이 LIG손보 인수를 통해 총자산 및 당기순이익 기준 20%에 머물고 있는 비은행 부문을 단번에 3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확대할 수 있게 된 점과 경기방어적인 성격을 지닌 손해보험업에 진출함으로써 금리 변화에 민감한 그룹 내 수익구조를 보완할 수 있게 된 점에 높은 점수를 준다.
그동안 KB금융의 숙원이었던 은행부문에 집중돼 금리변화에 취약했던 사업포트폴리오를 개선함과 동시에 최근 잇따른 악재로 침울해 있는 조직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는 호재로 여겨지고 있다.
KB금융은 LIG손보에 대한 편입승인이 오는 9월경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후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리테일에 강한 국민은행의 소매 창구와 기업 고객을 공유할 경우 LIG손보 고객 기반의 저변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전국 주요 요지에 위치한 LIG손보 보유 부동산을 활용헤 복합점포를 설치하게 되면 다양한 금융상품을 원스톱으로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물리적 결합이 아니라 조직간 화학적 융합인데 KB금융 측이 LIG손보에 대한 인위적인 구조조정 대신 보험업 내 풍부한 경력을 보유한 전문 경영인의 책임 하에 조직의 결집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대한 경영 자율성을 보장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고민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공언했던 임영록 KB금웅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한 중징계 방침도 조금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감사원에서 금융지주회사법상 KB금융이 계열사 정보공유 특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금융당국의 KB금융 경영진에 대한 중징계 방침에 문제를 제기한 것인데 금융당국이 중징계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향후 결론이 어떻게 날 지는 쉽게 속단하기 힘들게 됐다.
금융당국은 감사원이 감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고객정보 유출에 대한 제재결정을 미루되 그밖의 징계안건은 예정대로 3일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LIG손보 주식 매매계약 이후 KB금융을 무겁게 짓눌렀던 경영진에 대한 중징계 건이 경징계로 선회될 경우 그룹 내 시너지 창출작업은 속도감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민은행 노조와 시민단체 등에서 감사원의 지적을 사실상 경영진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월권으로 보고 있어 제재심의 과정에 상당한 논란과 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7월 조회사를 통해 조직 구성원들에게 흔들림 없는 전진을 당부해 눈길을 끌었다.
이건호 은행장은 "지난 상반기를 되돌아 보면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합심해 잘 헤쳐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고객관련 지표가 증가세로 돌아섰고 영업실적도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그는 "KB가 가야할, 바른 길을 가자는 굳은 마음으로 흔들림 없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고객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KB 가족 간에도 서로 배려하고 소통하면서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며 직원들을 재차 독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