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대출 한도를 제한하는 'LTV·DTI'(loan to value ratio·debt to income) 규제 완화를 놓고 정부와 국회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인사 청문회를 앞두고 LTV·DTI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부터다.
최 후보자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LTV·DTI를 도입한 지 10여년이 지나면서 그동안 개편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여건 변화를 감안해 규제를 합리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7일 금융위원회의 국회 정무위원회에서의 업무보고에서 여야 의원들 다수가 LTV·DTI 규제를 완화해 부동산 시장을 살리는 것이 가계 부채를 키울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
LTV·DTI는 금융 당국의 행정지도에 의해 금융회사 대출을 제한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그동안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규제 강화의 기조를 지켜왔다.
올해 1분기 말 가계 부채는 1025조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중은 86%를 기록해, 경제협력 개발기구(OECD) 평균인 69%를 뛰어넘었고 국가 예산과 비교하면 약 3배 수준이다.
한명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제는 빚을 내서가 아니라 가계의 내실을 키워야 할 때가 아닌가. 과거의 경험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2008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 때 시장은 위기를 경고했지만, 금융위와 금감원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 사고 이후 국회에 특별 계정까지 만들어달라고 하소연했다"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이어 "금융은 어느 한곳에 문제가 생기면 전이되기 쉽고 도미노 현상이 된다"며 "우리가 경험한 IMF, 저축은행 때 목도한 사실을 경험 삼아 신중하게 대응하고 견조한 기조를 가져가야 한다. 국민경제에 소용돌이를 몰고 오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또 "주택담보대출이 순수한 주택 구입 용도로만 쓰이는 게 아니라 생활 자금, 사업 자금, 대출금 상환의 용도로 사용돼 위험이 크다"며 "이미 시장에 시그널을 줬기 때문에 잘못하면 국민으로부터 신뢰만 잃을 수 있다. 정책의 일관성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LTV·DTI 규제 완화에 부정적인 시각을 밝혔지만 정책에 있어 융통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은 "금융 산업의 육성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사고를 막기 위해 감독을 강화한다고 하는데 정책 기준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 때로는 상황에 대한 일시적 대응이 필요하지만 시장에 개입해 이래라 저래라 하면 시장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은 "LTV·DTI가 금융 위기를 지켜오는데 기여한 것은 사실이나 경직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탄력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완화하다보면 가계 부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지만 대출 총량에 대한 관리를 전제로 하고 실수요자를 위해 연령별, 지역별 차등화해 미시적으로 조정하는 대안도 고민해볼 여지는 있다"고 제안했다.
신동우 새누리당 의원은 "실물경제를 살리고 소득을 올리는 게 기본이다. 실물경제가 얼마나 얼어붙었는지는 현장에서 주민들을 만나보면 알 수 있다"며 "소득을 살리고 가계 부채를 점차적으로 줄여가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LTV와 DTI는 정책 수단으로 잘 관리해야 하지만 손도 못대는 안이라고 생각 안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 의원은 "정교하고 복합적으로 고쳤으면 좋겠다. 행여나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생겨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통계청에 의하면 소득이 가장 높은 5분위(소득 상위 20%)를 제외하고 부채가 늘어 중산층도 위협 받고 있는 상황이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광의적으로 보면 금융 안정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조정해 가겠다. 제가 생각하기엔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