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5일 신임 관세청장에 김낙회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하 김 내정자)을 임명하는 등 차관급 인사를 단행하자 관세청 직원들은 허탈하다 못해 초상집을 방불케 할만큼 우울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번 만큼은 다를 것이라며 천홍욱 현 관세청 차장의 내부승진에 대한 큰 기대감을 품었던 직원들은 막상 차관급 인사의 뚜껑이 열리자 크게 실망한 모습이다.
관세청은 참여정부 시절 내부승진을 했던 성윤갑 전 관세청장 이후 다시 과거로 회귀, 십여년간 기재부 출신이 관세청장으로 부임하면서 내부승진에 대한 열망이 그 어느때보다 높았다.
지난해 세제실장 출신이던 백운찬 관세청장이 부임하면서 내부승진에 대한 기대는 꺾였지만 올해만큼은 달랐다. 백 청장을 필두로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인 '정부 3.0 경진대회'에서 2년 연속 대상을 수상하고 지하경제 양성화와 규제개혁에 어느 부처보다 앞장서 왔던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또다시 기재부 세제실장이 관세청장으로 부임한다는 '공식'이 이번에도 그대로 재현되면서 관세청 직원들은 "우리가 한 일들이 다 의미가 없다"라는 자조섞인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 국세청은 내부승진, 관세청은 대체 왜? = 양대 세입기관 중 하나인 국세청을 이끌 신임 청장에는 임환수 서울지방국세청장이 내정되면서 관세청은 부러움을 넘어 속이 쓰리다는 반응이 나온다.
국세청은 외부 출신 청장이 오는 것을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내부승진이 공고화 되어있는 조직으로 국회에서 조차 외부인사 진입이 불가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안이 발의됐을 정도다. 실제 외부 출신 청장은 이용섭 전 국세청장과 백용호 전 국세청장 등 2명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관세청은 기재부 세제실장의 관세청장 부임이 일종의 관례로 여겨지면서 직원들의 사기저하는 물론 행정고시 출신의 고위직 독식, 행시 출신과 비고시 출신 직원들의 갈등 등 여러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관세청은 내국세 업무만 담당하는 국세청에 비해 통관, 밀수감시, 마약단속, FTA, 조사, 심사 등 많은 업무를 국세청(2만명)의 4분의1 수준인 4700명이 하고 있어 내부승진을 못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또한 관세청 사람들은 연간 200조원대의 국세수입 중 3분의1 수준인 68조원 가량을 관세청이 걷고 있어 위상 면에서도 전혀 국세청에 꿀릴 이유가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관세청 내부의 인식에 미치지 못하는 기관의 '힘'이다.
항상 외부에서 청장이 오다보니 소위 관세청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관세청장으로 공직생활을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아 적극적인 면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후문이다.
국장급 간부들 역시 내부승진이 되지 않다보니 그 자리에서 공직생활을 마감해야 한다는 것이 일종의 공식처럼 되어 버린 탓에 최대한 '조용히(?)' 있다가 퇴직하려는 분위기가 만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관세청 스스로 자신들을 고립시켜 '힘 없는 조직'으로 전락하게 만들었다는 자조섞인 얘기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 지하경제 양성화·규제개혁, "어떻게 하나" = 백 청장은 세제실장 출신이지만 전임 청장들과는 달리 적극적이고 왕성한 업무추진으로 관세청의 위상을 한껏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부처 중 가장 먼저 규제개혁 추진과제 142개를 발굴해 추진 중에 있으며 지난해에는 지하경제 양성화로 9조8000억원이었던 관세수입 예산을 초과달성하기도 했다.
특히 전날 안전행정부 주관으로 열린 '정부 3.0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관세청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대상을 수상해 대내외적으로 관세청 직원들의 사기가 높아진 터였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직원들은 '이번 만큼은 뭔가 다를 것이다'라는 기대를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 기대가 와르르 무너지면서 "열심히 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실망으로 뒤바뀐 눈치다.
신임 관세청장의 부임으로 일부 인사들이 퇴직 압박을 받을 수도 있는 등 대대적인 고위직 인사가 사실상 불가피해지면서 조직 분위기가 일순간 뒤숭숭해진 상황이다.
관세청의 한 직원은 "이번에는 규제개혁 등 직원들이 열심히 해서 내부승진이 될 줄 알았는데 안 되서 굉장히 실망했다"며 "열심히 해봤자 내부승진도 안 되고 다 소용 없다. 이것이 힘 없는 조직의 서러움이 아니겠느냐"라고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