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이 주최한 '2014년 세제개편안 평가 토론회'에서 조세분야 각 전문가들이 정부가 올해 발표한 세법개정안에 대한 평가를 내놨다. (사진 왼쪽부터 성명재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김우철 서울시립대학교 세무전문대학원 교수,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 전병목 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 송원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
다수의 조세전문가들이 정부가 지난 6일 발표한 세법개정안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재정 확보를 뒷받침해야 하는 세법개정안의 방향성이 상실됐다는 우려와 함께 큰 틀에서 다시 한번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제기됐다.
특히 2년 주기로 세법개정안을 내놓자는 제안도 나왔다. 매년 백 여개가 넘는 세법이 개정된다는 점을 근거로 납세자들의 혼란만 야기시킨다는 이유에서다.
논란에 중심에 서 있는 '기업소득 환류세제(이하 환류세제)'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기업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부정적인 성향이 나온 반면, 저성장 구조를 탈피할 수 있는 응급조치 수단으로 부합된다는 의견도 제기 됐다.
7일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이 주최한 '2014년 세제개편안 평가 토론회'에서는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김우철 서울시립대학교 세무전문대학원 교수, 성명재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송원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 전병목 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 등 조세전문가들이 토론자로 나섰다.
□ "정부 세법개정안, 정책방향성 상실" =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이 정책방향성을 상실했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강병구 교수는 "소득주도형 성장체제에 놓여있는 우리나라에서 가계소득을 증대시킨다는 정부의 세제개편안 정책방향은 옳지만, 그 방향과 상반되는 것도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5일 정부가 제1차 사회보장기본계획을 발표했는데, 사회보장기본법에서는 향후 5년간 316조 규모의 재정을 계획하고 있다. 내년에만 투자계획이 60조에 달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세법안에서 제시된 추가적인 세수증가는 6000억원에도 못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담고 있는 근본적인 목표인 '경제활성화' 효과에 의문을 던지기도 했다.
성명재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제가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며 "일반적 조세원칙으로 봤을 때 조세가 부과됨에 따라 경기를 위축시키는 것은 쉽다. 그런 것(경기위축)을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 매년 무더기 세법개정, '혼란' 줄여야 = 매년 정부가 주기적으로 세법을 개정, 납세자들의 혼란을 야기하고 과세체계를 어렵게 만든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세법개정 주기를 2년 단위로 늘리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새누리당 이만우 의원은 "매년 많은 세법이 개정되는 것은 지나친 감이 있다"며 "세법을 격년제(2년 마다)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제개편은 필요하지만 이렇게 자주 바뀔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세법이 바뀌면 긍정적 효과 뿐 아니라 부정적 효과도 크다"고 덧붙였다.
전병목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도 세법을 개정하는 시점을 늘려야 한다는 데 찬성했다. 전 연구위원은 "기업, 근로자들은 세법을 보고 행동을 결정한다"며 "행동의 기준이 되는 세법이 너무 자주 바뀌는 것은 경제에 마이너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년 반 사이 세법이 바뀌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경제에 좋지 않다"면서 "세법의 잦은 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외국 사례처럼 세법을 예산안과 통합시켜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환류세제 '이견(異見)' =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조세전문가들은 뜨거운 감자인 환류세제를 놓고 각기 다른 시각을 보였다.
성명재 교수는 환류세제를 포함한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 도입과 관련해서 "저성장 기조를 바꿔 성장으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는 심리에 의해서도 많이 좌우된다"며 "조기에 불안 심리를 없앰으로써 성장기조로 옮기자는 취지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송원근 본부장은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세제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송 본부장은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기업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하기 때문에 동의하기 힘들다. 이런 세제는 본적도 없어 당황스럽다"며 "(기업이)유보금을 쌓아 놓은 이유는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 장기투자를 위한 것이다. 과세기준율 자체는 기업경영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도록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우리경제의 저성장 구조를 탈피할 수 있는 '응급조치' 성격에는 부합하다는 의견이다.
한편 토론에 앞서 이 의원은 "올해 정부에서 마련한 세법개정안은 기업소득 선순환, 투자고용 가계소득증대를 유도, 내수증대 경제 활성화를 마련한 세제라고 평가한다"며 "조세분야 각 전문가들이 주신 고견을 바탕으로 향후 있을 조세개혁소위원회에서 논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