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국회 기재위에서 열린 임환수 국세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국세청의 비리와 TK 출신 인사편중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다.(사진=김용진 기자)
임환수 국세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그동안 잇달아 터진 국세청 직원들의 비리와 대구·경북(TK) 지역 출신들의 인사우대(인사쏠림 현상)에 대한 의원들의 맹렬한 지적이 쏟아졌다.
청렴성 확보에 대한 요구도 상당히 높았다.
특히 지난 1997년 국세청이 대선자금을 불법 모금해 큰 파장을 일으켰던 이른바 '세풍사건'과 더불어 임 후보자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장으로 재직하던 시절(2009년~2011년) 조사국 직원들이 세무조사 선처 댓가로 뇌물을 수수한 사건들이 도마에 올랐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관영 의원은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임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1997년 세풍사건 당시 청장이었던 임채주 전 국세청장이 한나라당 대선자금을 불법 모금했던 사실과 임 후보자가 임 청장을 보좌했던 사실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김 의원은 "임 후보자가 사무관일 때 1년 반 정도 임 전 청장의 비서관으로 일했고, 잠시 청장실을 떠났다가 복귀해서 1년을 더 일했다"며 "이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참고인 조사를 받은 적이 있냐"고 물었다.
임 후보자는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다. 조사를 받은 기억이 없다"며 "당시 30대 초반의 사무관이었다. 그런 중요한 정치적 문제에 대해 전혀 몰랐다. 지금와서 생각하면 국세청장이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하면 안된다는 '타산지석'으로 삼겠다"고 답했다.
지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라인 직원들이 세무조사 선처 대가로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비리사건에 대해선 임 후보자가 "당시 조사국장이었기 때문에 백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새정치민주연합 박광온 의원이 "직속상관으로서 책임을 졌냐. 후보자가 청장 취임 후 이런 관행들을 잘 척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질의에 임 후보자는 "국세청장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간부 중에서는 조사분야에 비교적 오래 근무했기 때문에 오히려 더 개선방안을 잘 강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세청 직원의 청렴성은 다른 어느 기관보다 중요하다. 국세청장으로 취임하면 고위공무원부터 강력한 도덕성을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후보자는 "대통령, 경제수석, 기재부 장관, 국세청장 모두 TK 출신이라는 구조는 표적수사를 위한 것"이라는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의 질타에 "법과 원칙에 따라 세정을 집행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답했다.(사진=김용진 기자)
野 "TK 인사편중, 표적 세무조사 우려"
야당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팀과 국세청 고위공무원들의 출신의 대부분이 TK라는 점을 들어 인사편중에 따른 표적 세무조사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도 대구 출신"이라며 "최 부총리는 임 후보자의 고등학교(대구고) 선배"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 출신 대통령, 경제수석, 기재부 장관, 국세청장이라는 구조 하에 표적 세무조사가 가능한 것"이라며 "4대 사정기관장도 모두 영남이다. 중간에 누구라도 반대하면 (표적조사가) 안 되기 때문에 이렇게 인사하는 것 아니냐"라고 몰아 붙였다.
임 후보자는 "인사문제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국세청은 특별한 기관이 아니라 세법집행기관이다. 법과 원칙에 따라 법을 집행하면 (표적 세무조사에 대한) 우려는 현실화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2000년 이후 국세청 고공단 승진 인원 120명 중에 절반 가까이가 영남"이라며 "임 후보자가 최 부총리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라는 얘기가 있기 때문에 이후 청장이 되면 지역균형인사에 신경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임 후보자는 "고위공무원이 TK가 편중됐긴 하지만 행시 35회부터 38회까지는 호남출신 비중이 높다며 "오직 인사는 능력과 평판에 따라 할 것이다. 다만 국세청은 전국적인 기관이기 때문에 지방청장과 같은 기관장은 반드시 지역을 고려해 인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임 후보자는 18일 열린 국세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성실신고에 만전을 기하고 고액 현금 중심으로 체납정리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사진=김용진 기자)
세수확보 차질 '우려'…임 후보자 "세무조사 실효성 확보"
야당 의원들이 표적 세무조사와 국세청 직원들의 비리 문제를 집중해서 부각시켰다면 여당 의원들은 세입예산 확보 우려와 이로 인한 과도한 세무조사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새누리당 박맹우 의원은 "지난해 세입예산이 9조원이 펑크났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부진하다"며 "할 일은 많고 세입예산은 부족하고 비상상황이 아닌가 생각한다. 국세청 차원에서 세수확보에 대한 복안이 있냐"라고 질의했다.
임 후보자는 "올해 세수는 여건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얼마 남지 않았지만 법인세와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 성실신고를 위해 만전을 기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성실신고를 담보할수 있도록 세무조사를 실효성 있게 집행하겠다"며 "고액 현금 중심으로 체납정리에 박차를 가하고 고액소송은 패소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당 박덕흠 의원이 질의한 공약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 임 후보자는 "역외탈세와 대기업·대자산가의 고의적 탈루에 대해 역점을 두고 지하경제 양성화를 추진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여론이 악화된 측면도 있지만 신중하고 조용하게 처리해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세정을 펼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만 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 의원이 대기업과 대자산가의 탈루를 근절하기 위한 재산변동사항 등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의에 임 후보자는 "완벽하진 않지만 파악하고 있다"고 말하는 등 제대로 답하지 못하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오 의원은 "고액자산가가 차명거래를 하면 국세청은 모르냐"고 질의했고 임 후보자는 "차명거래를 하면 현실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대자산가가 조사대상으로 선정되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차명계좌"라고 해명했다.
이밖에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성실 납세의무를 돕기 위해선 신뢰가 있어야 한다. 세무조사의 목적이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느냐"라고 질의한 것에 대해 임 후보자는 "세무조사는 수술하는데 필요한 치유의 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