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3일 총파업 예고…교섭 여운은 남겨

목동 종합운동장에서 6만여명 조합원 참여 예정

금융권 총파업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2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금융노조 투쟁상황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3일 목동 종합운동장에서 금융권 노동자 6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금융노조는 37개 사업장, 약 10만명의 노동자들로 구성된 한국노총 내 최대 단일 산별노조로 금융권 총파업은 14년만이다. 앞서 지난 2000년 7월 11일 IMF 외환위기로 은행간 인수합병 문제가 불거지자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6만5000명이 참여한 가운데 파업을 벌인 바 있다.

이날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금융산업은 아직도 관치금융으로 몸살을 앓고 있고 금융노동자들은 단기실적주의가 만연한 가운데 상시적 구조조정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더이상 관치금융으로 금융산업이 망가지는 것을 지켜볼 수 없고 금융노동자들의 고통을 방관할 수 없어 9월 3일 하루 총파업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9월말까지 금융노동자들이 요구한 사항이 해결되기를 기대하며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시 10월과 11월 2,3차 무기한 총파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위원장은 "총파업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최경환 경제부총리,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 등 정부 인사들과 면담을 했지만 총파업을 자제해달라는 입장만 전달받았을 뿐 문제해결을 위한 그 어떤 조치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를 압박했다.

금융노조의 이 같은 압박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뒷짐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 노사간 협의를 진행할 사항은 많지 않아 보인다. 

금융노조에서 내건 요구사항은 사측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가 받아들일 사항이라기 보다는 정부 측의 태도 변화가 필요한 사안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금융노조가 내건 요구사항은 ▲KB금융지주 경영진과 최수현 금감원장의 사퇴 ▲하나금융지주 외환은행 조기통합 시도 즉각 중단 ▲신용정보집중기구, 금융보안전담기구, 서민금융총괄기구 신설 원점 재검토 ▲농협 신경분리 지원약속 이행 및 우리은행·수협·농협 MOU 폐기 ▲공공기관 획일적 복지축소 즉각 중단 ▲사측의 산별교섭 요구안에 대한 전향적 입장 변화 등이다.

금융노조에서 사측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요구했지만 요구사항의 영역 자체가 정부 측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측면이 크다.

금융노조는 3일 오전 9시 30분경 현장기자회견을 갖고 10시경 파업선포대회를 개최키로 했으며, 오후에는 지부별 모임과 금융노동자 한마당 등의 행사를 갖기로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은 1일 진행된 박근혜 대통령과 노사정 간담회와 관련 "금융권의 생상한 목소리를 전달했으며 박 대통령도 절실함을 느껴 참모진에게 충분히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김 위원장은 막판교섭 타결 가능성과 관련해 "사용자든 정부든 대화교섭을 요청하면 응할 것이며, 파업장소에서도 대화에 응할 용의가 있다"고 전했다.

현재 사측에서 전해온 대화 요청이 있었냐는 질문에는 "굉장히 곤란한 질문을 한다"면서 한참동안 뜸을 들이다가 "공식적으로는 없다"며 애매한 답변으로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