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10일 명동 로얄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주전산기 관련 금융당국의 징계조치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금감원장 징계 상향 납득 어려워 진실 소명 위해 최선"
"제가 흔들리거나 움직이면 새 CEO 교체로 논란 발생할 것"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중징계 조치를 내린 최수현 금감원장에 대해 강도 높은 발언으로 비난에 나섰다.
10일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은 명동 로얄호텔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금융감독당국에 대한 불만을 쏟아 냈다.
임 회장은 "금감원장은 제재심에서 2개월 이상 심도 있게 논의하고 충분히 소명해 내린 경징계 판정을, 선례도 없고 객관적 사실의 변동도 없는 상태에서 중징계로 상향했다"며 "이러한 금감원장의 결정으로 조직화합과 경영정상화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하고 있는 KB금융 전체가 다시 한번 뒤흔들리고 있다"고 질타했다.
한마디로 금감원에서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곤란한 사항에 대해 자의적, 주관적 판단으로 중징계를 내려 KB금융 직원들을 범죄자로 몰아 붙였다는것이다.
임 회장은 "금감원은 업체선정도 안되고, 가격 등 아무 조건도 정해지지 않은 시작단계에서 중단된 주전산기 기종변경 내부의사결정 과정을 검사를 하고 징계처분을 한 것"이라며 "하지만 현재 국민은행의 주전산기 전환 사업은 계획 단계에 불과하고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는데 이러한 사안에 대해 감독의무 태만 등으로 중징계 등의 처분을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임 회장은 초지일관 이번 사태에 발단을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에게 온 한국IBM대표의 개인적 메일이라고 지적하고, "이번 사태로 인해 KB금융의 일부 임직원들이 범죄자로 고발 당하고 직장을 잃을 위기에 처했을 뿐 아니라 KB금융은 혼란에 빠지고 직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졌다"며 당국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이날 간담회에서는 임영록 회장은 김형주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미국 텍사스대 전산학 박사)와 IT부서장들을 대동해 주전산기 교체 건에 대한 당국의 지적을 조목조목 반박해 눈길을 끌었다.
임 회장은 "주전산기 전환 논의는 최종적인 결정이 전혀 이뤄지지 아니한 사항이며 검토가 진행중이다가 중단된 의사결정과정에 대해 중대한 책임을 지라는 것이 타당한가 반문하고 싶다"며 날을 세웠다.
또 그는 "은행의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것도 사실 무근이며 은행장이 문서로 협의 요청한 인사안에 대해 원안대로 동의해 주었을 뿐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오는 12일 예정된 금융위원회의 징계 판단이 중징계로 날 경우 사퇴를 결심할 수 있는지와 당국의 결정에 불복해 행정심판 등 차후 절차를 밟을 지에 대한 질문이 수차례 나왔으나 임 회장은 모호한 답변으로 즉답을 피했다.
임 회장은 "KB금융에 대한 경징계가 상향되면서 조직이 흔들리고 있는데 우선 조직 안정과 경영정상화를 최선을 다해 추진해 나갈 것이다"며 "금융위에 정확하게 소명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주전산기 관련 최종적인 의사결정행위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 과정의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라는 게 과연 올바른 징계인가"라며 반문을 하기도 했다.
임 회장은 조직이 불협화음을 내며 리더십이 이미 상당히 훼손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는 질의를 받고 "(주전산기 전환에 따른 갈등)이 문제만 해결된다면 온 임직원이 단합해서 조직 정상화를 해 나갈 수 있다"며 "제가 흔들리거나 움직인다고 하면 새 CEO를 만들기 위해 또다른 논란이 발생한다. 1년 가까이 KB금융이 지배구조 문제로 흔들리기 때문에 중징계 사유에 대한 진실을 밝히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스스로 물러날 뜻이 없음을 우회적으로 내비췄다.
임 회장은 KB금융이 금감원의 결정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모습으로 비춰지며 조직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런 고민을 왜 안 했겠냐. 그런 부담에도 불구하고 이번 금감원 징계사유에 대해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어 소명하기로 한 것"이라며 "리딩 금융기관이었던 KB가 조속히 안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사임한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에 대한 비판도 수위를 높였다.
임 회장은 "조직을 안정시키고 정상화 시켜야 하는 CEO 입장에서 납득할 수 없고 안타깝다"며 "사건의 발단은 IBM의 기득권 사수 때문이며 이 전 은행장이 유닉스 전환에 대해 왜 그렇게 집착을 하면서 여러가지 의견들을 제기했는지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기자간담회는 앞서 5일 KB금융이 임의로 선정한 유력 매체 8곳과 비공개 기자간담회를 열며 구설에 오르자 부랴부랴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임 회장은 이날 회견에서 기자들의 질의 중간중간에 말을 끊는 등 고압적인 자세를 보여 눈총을 사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