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임영록 회장 정면돌파 시사
금감원, 특별점검 카드 '만지작'
국내 최대 금융지주회사로의 도약을 앞둔 KB금융그룹이 사면초가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 4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주 전산기 사태로 인한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고 사퇴한데 이어, 임영록 KB지주 회장도 중징계에 따른 사퇴 압박을 전방위로 받고 있다.
더불어 금융감독원이 기존에 예정됐던 KB금융에 대한 내부통제 정밀진단을 CEO 리스크에 초점을 맞춰 강화할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일촉즉발'의 양상이 연출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12일 오후 임시 회의를 열고 임영록 회장에 대한 징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행법상 은행장에 대한 징계권은 금감원장이 가지고 있지만, 지주사 회장에 대한 중징계 이상의 처벌은 금융위 의결을 거쳐야 한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회의는 2시간 정도로 예상한다. 중징계 여부는 회의를 해봐야 알 수 있는 것이지만 분위기는 무겁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임영록 회장은 지난 5일과 10일 잇따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하며 당국의 징계 방침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는 등 유례없는 강경책을 펼치고 있다.
임 회장은 "금감원은 업체 선정도 안되고 가격 등 아무 조건도 정해지지 않은 단계에서 중단된 내부의사결정 과정을 검사해 징계처분을 한 것"이라며 "발생 가능한 리스크가 전혀 없는 사안에 대해 중징계 처분을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또 "제재심에서 2개월 이상 심도 있게 논의하고 충분히 소명해 내린 경징계 판정을 금감원장은 선례도 없고 객관적 사실의 변동도 없는데 중징계로 상향했다"며 "이러한 결정으로 조직화합과 경영정상화를 위해 노력하는 KB금융 전체가 다시 한 번 뒤흔들리고 있다"고 힐난했다.
한편 금감원이 앞서 계획해 온 KB금융에 대한 전방위적 내부통제 정밀진단이 실시될 경우, 적잖은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감원은 올해 초부터 KB금융에 대한 내부통제 정밀진단을 실시하고자 했지만, 제재심의 절차가 늦어지며 이 또한 미뤄지고 있는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임 회장의 발언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레 점검을 실시할 경우 자칫 보복성 검사로 비쳐질 수 있다"면서도 "다만 이른 시일 내에 특별점검을 실시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며 여운을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