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898명 징계안 심의 강행
노조, 서울지방노동청 고소 등 맞불
외환은행의 노사가 900명 가까이 되는 직원들의 징계를 놓고 뜨거운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외환은행 사측이 지난 3일 임시조합원 총회에 참석한 직원 898명을 대상으로 사상 최대의 징계를 추진하자 노조에서도 경영진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노동청에 피소하는 등 양보 없는 샅바싸움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노사간 신경전 속에서 상당수 직원들이 징계 피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금융권에서는 우려의 눈길을 지켜보고 있다.
우선 외환은행 사측의 입장은 상당히 강경하다.
외환은행은 임시조합원총회(3일)에 참석한 직원 898명에 대한 대규모 징계절차에 착수해 이들 직원들을 인사위원회 회부해 오는 18일부터 24일 사이에 징계안을 심의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외환은행 사측은 쟁의조정기간에는 파업을 할 수 없도록 돼 있음에도 이들 직원들이 임시조합원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사실상 근무지를 이탈해 불법 파업을 했다고 보고 있다.
또 이번에 대규모 징계안을 추진한 데에는 조기통합 문제를 놓고 노조에 끌려다녔던 상황을 반전시키겠다는 의지도 숨어 있다.
당초 지난달 28일로 예정됐던 양행 통합 이사회를 노조와의 협의를 위해 연기하고, 김종준 하나은행장이 통합을 위해 사의를 표명하는 등 유화 제스처를 보였지만 노조에서 한결같이 묵묵부답의 모습을 보여준 데 대해 이제 더이상 끌려갈 수 없다는 분위기가 상당 부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또 김한조 외환은행장과 경영진이 노조를 수차례 방문하고 공문을 발송하는 등 소통 노력을 기울였지만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노조로 인해 조기통합 논의가 더이상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어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는 전언이다.
외환은행 사측은 대규모 징계를 통해 노조의 각 지역지부에서 노조 집행부를 압박하는 성명서를 잇따라 발표하고 있어 조만간 노조도 대화의 자리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관측하고 있다.
하지만 외환은행 노조는 김한조 은행장과 경영진이 조합원총회 방해 등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며 15일 서울지방노동청에 고소장을 제출하는 등 맞불을 놓고 있어 상황은 묘하게 전개되고 있다.
노조는 또 지난 3일 조합원총회 직전 사측의 방해로 총회가 무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은행장 등 사측을 검찰에 고발한 사건에 대해서도 이날 증거 자료를 추가로 제출했다.
노조는 사측에서 단체협약이 보장한 조합원총회를 불법 파업으로 몰아세우는 억지를 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15일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외환은행 사측이 노동역사상 초유인 900명 징계를 추진하고 있다"며 "조합원총회는 단체협약에 명시된 적법한 조합활동으로 사측이 직원들을 인질로 삼아 조기통합에 사인을 하라고 협박을 하고 있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날 참석한 법률사무소 휴먼의 윤성봉 변호사는 "사측에서 지난 3일의 조합원총회를 불법 쟁위행위라고 하는데 단체협약에는 근무중 조합활동으로 조합원총회를 명시하고 있다"며 "근무중 조합원총회가 불법이면 주주총회와 이사회도 불법이냐"고 일침을 놓았다.
노조는 이번 노동청 고소 외에도 조합원총회 관련 직원들에 대한 폭행, 협박, 감금 등과 관련된 검찰 고발 등도 순차적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어서 대규모 징계를 둘러싼 노사간의 갈등 국면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