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로펌. 얼핏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변호사들이 모여 재벌기업이나 부자들을 위해 전력투구하는 집단처럼 보인다. 그러니 사회적 약자나 소외된 사람들은 어디 하소연할 곳도 마땅치 않고, 더구나 대형로펌은 찾아가 하소연하기 전부터 주눅부터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진실은 그렇지 않다. 따뜻한 피가 도는 변호사들로 가득찬 대형로펌도 있다. 아시아 최대의 로펌인 김앤장법률사무소가 그곳이다. 김앤장 변호사들은 1973년 설립 이후 '왼손이 한 선행을 오른손이 모르게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조용하게 공익활동을 펼쳐왔다. 1999년에는 공익활동연구소를 설립, 왕성하게 활동하면서도 그 모토는 '소리없는 나눔'이었다.
그러던 김앤장이 작년 5월에 사회공헌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문호를 활짝 열었다.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김앤장의 따뜻한 마음을 알려, 없는 사람들도 거리낌없이 김앤장에 손을 뻗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김앤장 관계자는 "사회공헌에 관한 노하우를 다른 로펌들과 공유함으로써 변호사의 사회공헌활동을 확산시키는데 기여하고 싶었고, 상당한 결실도 거뒀다"고 밝혔다.
<조세일보>는 김앤장의 이런 사회공헌활동을 기획취재하여 3회에 걸쳐 보도한다. 이 보도가 다른 로펌 등 전문가집단의 사회공헌활동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편집자 주>
[연재순서]
①따뜻한 피 도는 변호사들, 소외계층에 도움손길 내밀다
②"분명 줬는데 더 받는 건 우리"…그들의 값진 사회공헌
③[인터뷰]"수요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공익활동이 진정한 봉사"
매주 1회씩 모여 프로젝트(연구과제)를 기획하고 참여자 경쟁률이 15대 1에 육박한다. 우리나라 최고의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추진하는 프로젝트라면 국내 내로라는 변호사들 누구라도 참여하고 싶을 것이다.
누구나 참여하고 싶게 만드는 프로젝트, 만만치 않은 경쟁률. 이것만 보노라면 사회적 이슈가 되는 소송 또는 소송가액이 높은 사건 등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공익봉사활동'
뜬금없이 들릴 수도 있지만 순전히 '봉사활동'을 위해 김앤장의 변호사들과 직원들이 매주 모여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도움을 줄 것인지, 회의를 하고 프로젝트가 선정되면 참여자를 모집한다. 그 경쟁률이 어마어마하다면 믿을 수 있을까.
언뜻 생각하면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구조상 봉사활동을 위해 직원들이 회의를 하는 등 시간을 투자하고 그 활동을 위해 수일, 혹은 수십일 동안을 고생해야 하는 상황만 본다면 기업 경영자 입장에서는 이만저만 손해가 아니다.
◆…사회공헌활동을 하기 위해 김앤장 사회공헌위원회 소속 직원들이 매주 한 번씩 모여 회의를 한다. 누구를 어떻게 도울지에 대해 토론하고 나온 의견들을 취합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이 때 많은 사람들이 효율적으로 혜택을 받는 것을 전제로 한다.
변호사들의 높은 인건비와 더불어 그 시간동안 수행하지 못한 영업활동 등을 감안하면 대기업이 아닌 이상 엄두를 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김앤장은 사회에서 비교적 혜택을 받고 있는 변호사들이 다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도록 40년 동안 알음알음 해오던 봉사활동을 다수의 사람들이 누릴 수 있도록 지난해 사회공헌위원회를 설립했다.
□ "'봉사', 어려워하지 마세요!" =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봉사활동은 양로원이나 복지시설 등에 가서 식사를 대접하고 청소를 하고, 아니면 명절을 맞아 불우이웃들에게 성금이나 물품을 기증하는 것들이다.
변호사들의 봉사활동이라면 일반적인 봉사 외에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무료변론을 해주거나 법무상담을 해주는 것이 일반인들의 봉사와는 다른 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설립된 1973년에도 마찬가지였다. 창업주인 김영무 변호사의 뜻에 따라 어려운 사람들에게 무료로 법무상담을 해주거나 변론을 해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회사가 커지고 변호사를 비롯한 사회지식인들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면서 다른 형태의 봉사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에 김앤장은 1999년 국내에 있는 로펌 중에서는 최초로 공익활동위원회를 설립하고 사회에 대한 봉사를 조직적이고 지속적으로 하기로 했다. 법률사각지대를 줄이고 소외된 이웃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주안점을 둔 공익활동위원회는 전 직원 물품기증 행사와 국제백신연구소 지원을 위한 후원금 모금행사 등을 진행했다.
2007년 공익활동연구소로 탈바꿈해 공익실현에 대한 비전을 보다 구체적으로 공유하고 김앤장 구성원들의 원활한 봉사활동 혹은 공익활동을 실무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봉사를 하고 싶지만 개인적으로는 하기 힘든 부분을 조직 차원에서 지원해주는 것이다.
이후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설립된지 40년이 되던 지난해 5월, 사회공헌위원회를 설립하고 우리 사회 구성원 다수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공익활동을 하기 위한 조직을 신설했다.
◆…김앤장의 사회공헌위원회에는 공익법률센터와 사회봉사센터로 나눠 활동하고 있다. 공익법률센터는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피해보상벌률안 등을 만드는 작업을 지원해주고 사회봉사센터는 아름다운 가게 등을 통해 직원들이 기증한 물품을 판매한 수익금으로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고 있다.
□ 사회공헌위원회에는 '전략'이 있다 = 사회공헌위원회가 과거의 김앤장의 공익활동조직과 다른 점은 '전략적', '효율적'으로 사회에 공헌을 한다는 점이다.
김앤장만이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찾아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사전에 계획을 철저하게 세워 조직원들이 주저하지 않고 쉽게 자신이 가진 재능 등을 나눌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를 위해 김앤장은 사회공헌위원회 내 공익법률센터와 사회봉사센터 등 두 개의 조직을 만들어 변호사가 할 수 있는 법률지원과 일반직원들이 할 수 있는 사회봉사를 나눠 투 트랙으로 활동을 한다.
법률지원센터는 말 그대로 어려운 사람들을 무료로 변론해주거나 법률상담을 해주는 것이지만 우리가 기존에 생각했던 일대일 지원이 아닌 사회의 공익을 위한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법률지원센터의 활동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법률과 법 제도를 제정하거나 개선하는 작업, 취약계층·공익단체를 위한 법률교육과 법률자문, 공익소송 등이다.
법률과 법 제도를 정비하는 작업은 법 조문상 있는 장애인들에 대한 차별적인 용어(장님 등)를 찾아서 개선하거나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피해보상법률안 초안을 작성해주는 일 등을 했다.
◆…김앤장은 지난 1999년부터 소외된 이웃들에게 법률상담을 해주고(左) 태안 기름 유출사고 때 현장으로 달려가 기름을 닦는 작업(右)을 하는 등 오래전부터 봉사활동을 이어왔다. 이런 활동을 확대한 것이 사회공헌위원회이다.
법률자문은 장애인, 아동, 탈북자 등을 지원하는 공익단체의 여러가지 법률문제에 대해 자문해주거나 조언해주는 등의 활동을 하며 소상공인이나 탈북자들을 위한 법률교육, 평소에는 지양하지만 필요에 따라 공익소송을 한다.
사회공헌위원회가 공익소송을 지양하는 까닭은 아이템을 선정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시행하기까지 여러 사람들의 노력과 시간이 투자된 것에 비해 한 사람만 혜택을 받는 것은 일종의 사회공헌활동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배드민턴 선수로 유명한 이용대, 김기정 선수가 세계배드민턴연맹으로 징계처분을 받은 것에 대한 항소대리를 했던 것은 이들이 우리나라의 위상 제고에 기여하는 바가 컸기 때문이었다.
이밖에 사회봉사센터는 소외계층을 위한 시설 봉사, 공익행사 지원, 사회적 약자를 위한 교육 등의 자원봉사활동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