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공익활동이 진정한 봉사"

"받은 사람이 잘 받았다고 해야 그것이 진정한 사회공헌이다. 이것이 사회공헌을 하면서 느낀 나의 개똥철학이다"

김앤장 사회공헌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목영준 위원장(사진)은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수요자 중심의 사회공헌'을 강조했다.

"보여주기식 사회공헌이 아니라 수요자 입장에서 만족스러운 사회공헌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열쇠"라고 강조한 목 위원장은 자신의 신념과 철학을 계속 강조하는 것이 쑥쓰러웠는지 '나만의 개똥철학'이라는 말로 민망함을 덜어내려 애쓰기도 했다.

목 위원장은 "대한민국에 사는 어느 누구나, 특히 자신이 혜택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예외없이 사회에 공헌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다"며 "그런데 어떻게 해야만 사회에 공헌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잘 알지도 못하고 엄두도 내지 못한다. 김앤장 직원들도 마찬가지였고 그래서 만든 것이 사회공헌위원회"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공헌이란 것은 공급자가 아니라 수요자 측면에서 해야 한다. 나 혼자 봉사활동 많이 했다는 사회공헌은 별로"라며 "수요자 측면에서 평가돼야 한다. 우리는 그런 것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활동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최근 다른 로펌들도 공익활동을 하는 것과 관련해선 "사회공헌활동은 경쟁이 아니다. 동행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공헌을 하면 그것 자체로 좋은 것"이라며 "김앤장보다 다른 로펌이, 혹은 다른 기업이 더 열심히 하면 그 자체로 만족"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양극화이다. 특히 물질적인 양극화보다 정서적·감성적 양극화가 심각하다"며 "결국 명예나 권력을 더 가진 사람들이 공헌활동을 하는 수밖에 없다. 대신 진정성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 위원장은 "진정성 있게 공헌활동을 하면 국민들이 그 사람들을 존경하게 되고 신뢰하게 된다. 그런 존경과 신뢰를 받게 되면 그 사람들은 더욱 열심히 공헌활동을 하게 된다"며 "이렇게 함으로써 사회 양극화 현상이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지도층, 기득권층이 사회에 공헌을 하는 것이 이 사회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끌고가는 동력"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목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Q. 김앤장의 사회공헌위원회가 지난해 신설됐다. 대기업이 아닌 이상 사회공헌활동을 조직적으로 하기 힘든데 이를 설립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지난 1973년도에 설립됐다. 당시에는 굉장히 작은 규모의 사무소였기 때문에 사회공헌이라는 거창한 명칭은 아니더라도 작게나마 봉사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당시 법조인들이 사회공헌활동을 잘 하지 않았지만 공동창업주인 김영무 변호사는 봉사활동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렇게 알음알음 봉사활동을 하다가 하려면 제대로 하자고 해서 1999년 공익활동위원회를 만들어서 활동했다. 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상근 직원이 없는 주먹구구식 활동이었다. 활동의 지속성이 중요하다고 깨달은 김앤장은 지난 2007년 집행부서인 공익활동연구소를 설립해 전담직원을 상주시켰다.

이후 제가 김앤장에 들어오면서 기왕 하려면 제대로 해보자고 해서 사회공헌위원회를 만들게 됐다. 공익활동을 조직적이고 체계화시켜 효율적으로 하는 것은 물론 내부 구성원들의 네트워킹을 활성화한다는 측면이 과거와는 다른 점이다.

Q. 김앤장의 사회공헌위원회의 활동은 어떻게 진행되나.

= 공익·봉사활동을 한다고 해서 무작정 하지 않는다. 누구에게 어떻게 지원할 지를 놓고 사회공헌위원회 직원들이 치열하게 토론한다. 매주 목요일마다 직원들이 회의를 하는데, 기본 전제는 다수가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공헌위원회는 공익활동센터와 사회봉사센터로 나뉘는데 공익활동센터는 법률적인 지원을 해주고 사회봉사센터는 복지시설을 방문하거나 집을 지어주거나 책상을 만들어주는 활동을 한다.

공익활동센터는 두 명의 변호사가 상근중이며 나머지 600명의 변호사가 프로젝트를 가동할 때마다 구성되는 TF에 돌아가면서 참여한다. 공익활동센터는 법률과 법 제도를 제정하거나 개선하는 작업, 법률교육과 법률자문, 공익소송 등의 네 가지 활동을 한다.

개성공단이 폐쇄됐을 때 입주기업들의 피해보상법안의 초안을 만들었고 한국장애인총연맹과 MOU를 맺어 장애인 법률 등을 만드는데 지원했다. 이달부터는 다문화 여성들에게 국적과 비자, 취업문제 등에 대해 법률교육을 할 예정이다. 이용대, 김기정 선수의 징계를 철회하기 위한 공익소송도 했었다.

Q. 사실 법조인들이 사회적으로 많은 혜택을 받으면서 사회적 책임에는 인색하다는 얘기가 많이 있다. 사회공헌위원회 활동으로 구성원들은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 법조인은 봉사에 인색하다는 편견은 사라졌는지 궁금하다.

= 대한민국에 사는 어느 누구나, 특히 자신이 혜택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예외없이 사회에 공헌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만 사회에 공헌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잘 알지도 못하고 엄두도 내지 못한다. 갑자기 장애인 시설 가서 목욕하는 것도 이상하게 생각된다.

사회공헌은 누구나 편안하게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월급의 절반을 기부하라고 하면 못하겠지만 월급의 1%를 기부하라고 한다면 그것은 부담없이 할 수 있다. 김앤장의 구성원들도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공헌위원회를 만들었고 좋은 효과가 있었다.

그동안은 '오른손이 한 일은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처럼 직원들조차 김앤장이 어떤 공익활동을 하는지 몰랐지만 사회공헌위원회를 신설함으로써 직원들의 소통이 원활해졌다.

특히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 직원들이 기꺼이 참여하는 것은 물론 보람과 긍지를 느끼고 있는 점이 긍정적이다.

Q. 프로젝트를 선정하는 기준이 있다면 무엇인가?

= 우리가 제안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요청이 들어온다. 어떤 변호사님이 개인적으로 공익단체를 하는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하는 등 다양한 경로로 요청이 들어오면 그것을 검토한다. 개인보다는 그룹을 위주로 공익활동을 하되, 재정적 지원만 해주는 것은 하지 않는다. 재정적 지원은 대기업들도 많지 않나.

김앤장이 국내에서 큰 로펌이라고 하더라도 기업에 비하겠나. 재정적 지원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고 우리한테 맞는 활동은 공동사업으로 진행해 비용을 우리가 부담하는 등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우리가 먼저 지원한 프로젝트는 이용대 선수를 지원한 일이다. 세계배드민턴연맹에서 1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이용대 선수가 징계처분에 대해 항소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힘들었다. 외국에서 진행되는 재판에 법률문제는 물론 언어의 장벽도 있었다. 이것은 국가의 위상을 제고한다는 측면에서 법률지원을 하게 됐고 징계처분 취소라는 성과를 거두게 됐다.

Q.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다면?

= 아무래도 몸이 불편한 분들이 기억에 제일 남는다. 장애인 청소년들이 하는 한울림오르프연주단이 있다. 오르프는 심플한 악기인데 이 연주단과 우리가 결연을 맺고 지원해주고 있었다.

마침 제가 하버드 법대 동창회장을 맡고 있었는데 신년총회에 연주단을 초대해서 오르프 연주를 했다. 학생들이야 당연히 그런 경험이 좋았을테지만 의외로 부모들이 너무 고마워했다. 무대에서 연주를 한 것을 보니 가슴이 찡하다는 부모들이 많았다. 다들 잘했다고 칭찬했다.

Q. 사회공헌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 사회공헌이란 것은 공급자가 아니라 수요자 측면에서 해야 한다. 나 혼자 봉사활동 많이 했다는 사회공헌은 별로다. 받는 사람이 잘 받았다고 해야 한다. 수요자 측면에서 평가돼야 한다. 우리는 그런 것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활동하고자 한다.

지난해 8월 가평에 수해가 나서 경기도와 협조해 을지대병원 의사들과 같이 봉사를 하러 갔다. 1층에서는 진료를 해주고 2층에서는 법률상담을 해줬다. 수요자 입자에서는 의료서비스와 법률서비스를 동시에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왕 하는 것, 수요자가 만족하도록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활동이 중요하다.

Q. 김앤장이 제일 처음 사회공헌 활동을 시작함으로써 최근 다른 로펌들도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등 법조인들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분위기이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소위 변호사의 공익활동이라면 어려운 사람들에게 법률상담을 해주는 것을 기준으로 생각했다. 사실 그런 활동이라면 다른 로펌들도 다 해왔지만 김앤장이 사회공헌위원회를 만들면서 커밍아웃을 한 셈이 됐다. 그러자 다른 로펌들도 커밍아웃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공헌활동은 경쟁이 아니다. 동행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공헌을 하면 그것 자체로 좋은 것이다. 김앤장보다 다른 로펌이, 혹은 다른 기업이 더 열심히 하면 그 자체로 만족이다.

Q. 마지막으로 조세일보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양극화이다. 특히 물질적인 양극화보다 정서적·감성적 양극화가 심각하다. 그럼 이것을 어떻게 해소할 것이냐. 결국 명예나 권력을 더 가진 사람들이 공헌활동을 하는 수밖에 없다.

대신 진정성 있게 해야 한다. 보여주기식으로 하지 말고 진정성 있게 공헌활동을 하면 국민들이 그 사람들을 존경하게 되고 신뢰하게 된다. 그런 존경과 신뢰를 받게 되면 그 사람들은 더욱 열심히 공헌활동을 하게 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사회 양극화 현상이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지도층, 기득권층이 사회에 공헌을 하는 것이 이 사회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끌고가는 동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