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대출 못 갚으면 보험금 지급 때 대출원금·이자 공제
# 경기도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 2003년 1월 보험사에서 판매하는 연금보험에 가입했다. 이후 A씨는 매월 297만원의 보험료를 5년간 완납했다. 연금 수령을 기다리던 중 A씨는 단기간 급전이 필요해 몇 번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을 받았지만 전액 상환했다. 그러던 중 추가로 보험사 콜센터를 통해 A씨는 4600만원의 대출을 더 받았다. 어느덧 내년 1월 연금 수령을 앞두고 들뜬 A씨는 보험사에 수령액을 문의했고, 가입 시 안내받은 금액보다 크게 줄어든 연금액에 그는 그만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급기야 A씨는 지난 7월 "연금수령액이 줄어든 이유와 대출받을 때 콜센터 직원이 대출금 상환기일을 알려주지 않아 제때 상환하지 못했고 약관도 전달받지 못했다"며 "보험사가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연체이율이 적용된 상환금액을 부담케 돼 피해를 봤다"고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보험사는 "보험가입 후 공시이율이 하락했고 적립금에서 중도인출액이 차감돼 연금수령액이 줄게 된 것"이라며 "중도인출은 상환의무가 없기 때문에 중도인출 시 상환기일을 안내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A씨는 중도인출을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로 오인했고, 보험사는 양자의 차이점을 설명하지 않은 채 중도인출로 처리해 민원이 발생한 것이다. 결국 A씨는 공시이율 하락과 중도인출로 가입 당시 안내받은 종신형 연금액(연 2469만원)보다 크게 줄어든 금액(연 1443만원)을 수령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보험사로부터 대출을 받을 경우 먼저 약관대출과 중도인출의 차이점을 제대로 파악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금융소비자원은 계약자가 보험 가입 후 급전이 필요할 때 해지보다는 약관대출과 중도인출이 유리하지만 사전에 양자의 차이점을 제대로 파악해야 이에 따른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10일 밝혔다.
흔히 '약관대출'이라고 부르는 보험계약대출은 가입한 보험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것으로 해지환급금의 50~90%까지 빌릴 수 있다. 대출이자는 통상 대출받은 상품의 공시이율보다 높은 이율이 적용되며, 보험계약이 끝나기 전에 빌린 돈을 갚아야 한다. 만약 갚지 못하면 보험사는 계약을 해지하거나 보험금을 지급할 때 대출 원금과 이자를 공제한다.
최근 판매되고 있는 저축성 보험이나 연금보험에는 중도인출이 적용되고 있는데, 중도인출은 대출처럼 돈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적립금 중 일부를 미리 인출하는 것이다. 따라서 인출한 금액만큼 적립금이나 보장금액이 줄어들게 된다. 적립금을 다시 늘리려면 보험료를 추가 납입해야 하는데, 이때는 별도의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이처럼 약관대출과 중도인출은 내용이 상이하므로 계약자는 신청하기 전 본인의 상황에 맞는 것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약관대출의 경우는 적립금·보장금액이 감소하지 않지만 이자를 내야 한다. 따라서 장기간 돈을 쓰기 위해 이자를 장기간 납입하는 것과 대출금 상환이 부담스럽다면 약관대출보다는 중도인출이 유리하다.
단, 중도인출은 이자가 없고 인출금 상환의무가 없는 대신 적립금이 감소하기 때문에 나중에 돌려 받는 보험금이 줄어드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계약자가 이 같은 내용을 잘 알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현재 대부분의 보험계약자들은 양자의 차이점을 명확히 모르고 있다.
이에 대해 보험사는 "콜센터 직원들이 짧은 시간에 다수의 고객을 응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고객이 묻는 말에만 간단히 답변할 뿐 고객이 묻지 않은 것까지 찾아서 일일이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오세헌 금소원 국장은 "사정이 이렇다 보니 무지한 계약자만 헷갈리며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라며 "보험사는 급전이 필요해 약관대출 또는 중도인출을 신청하는 계약자에게 양자의 차이점을 명확히 안내해 계약자가 본인의 상황에 적합한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보험사의 도리이자 책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