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업계 등 외부감사 둘러싼 현안 '와글'
지정제 확대 둘러싼 감사인·기업 입장차 여전
최근 잇따라 기업들의 분식회계 사건이 터지며 감사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효성과 STX, 동양 등 재계를 주름잡던 대기업은 물론 최근 히든챔피언으로 선정되며 중견기업 모범 사례로 각광을 받던 모뉴엘도 수조원대 허위 수출채권 과대계상 등 분식회계를 일으켜 시장을 충격을 주고 있기 때문.
이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 구분 없이 분식회계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면서 외부감사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쏟아지고 있는데 이에 회계업계도 기형화 감사시장의 문제를 거론하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업계는 외부감사제도와 관련해 ▲현실을 외면하는 감사보수와 추락하는 감사품질 ▲지정제 확대에 대한 기업과 감사인의 입장차 해결 등 산적한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 하고 있다.
□ 현실 외면한 감사보수…감사품질 저하 불러와= 감사서비스에 대한 적절한 대가가 이뤄지지 않으면 감사서비스의 품질도 보장할 수 없다는 우려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권수영 고려대학교 경영대 교수는 지난 9월 30일 조세일보 주최로 열린 '회계감사품질 대토론회'에서 '저가 감사보수'는 '감사시간 투임감소'로 이어지고 결국 '감사품질 저하'라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권수영 교수에 따르면 과거 10년 동안 감사보수는 시간당 8만3000원에서 8만원으로 줄었다. 특히 2011년 IFRS 도입 이후 감사시간은 22%가 늘었지만 감사보수는 10%가 떨어졌다.
감사 시간은 늘어났는데도 오히려 보수는 줄었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또 기업과 감사인의 협상력 차이가 감사시간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피감사 기업이 감사인에게 상대적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재무제표 대리 작성과 감리, 또는 잠재적 소송을 대비한 과도한 페이퍼워크를 맡기면서 감사시간이 부족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2012년 기준 일본의 상장기업의 평균 감사시간은 3772시간으로 우리나라(1420시간)의 3배가량 많았다.
□ 기업·감사인 간 '갑을관계'…감사인 독립성 훼손= 기업과 감사인 간의 불평등한 지위, 즉 '갑을관계'가 외부감사인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면서 감사인을 기업에 종속시키고 있다.
피감사 대상인 기업이 감사인에게 회계감사에 대한 비용을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부정적인 감사의견을 나타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 기업이 감사인 교체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하고 있어 감사인의 협상력마저도 약화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의 감사인 교체 압박이 감사인의 독립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것.
최진영 금융감독원 전문심의위원은 감사인을 교체한 기업에서 감사보수가 줄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진영 전문심의위원은 "지난해 12월 결산법인 중 전년도와 동일한 감사를 선임한 곳은 16000여개사였고, 감사인을 변경한 곳은 2200개사였는데, 감사인을 변경 선임한 기업의 보수가 전년도보다 8.4%가 줄었다"고 말했다.
최 전문심의위원은 또 "감사인의 협상력이 낮다는 것은 독립성이 낮다는 것이고, 독립성이 낮다면 회계비리 발견 가능성과 보고 기능 등 감사품질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가 감사보수 문제를 감사인들의 '제 살 깎아먹기식' 과당경쟁으로 보는 것은 우리나라 회계감사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김동원 안진회계법인 상무는 "저가 감사보수의 근본적 원인은 감사인의 독립성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라며 "감사인 독립성에 가장 큰 상처는 감사인 교체라는 고객의 압력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감사인 교체제도가 기업과 감사인 간의 갑을관계를 더욱 공고히 했다는 지적이다.
□ 감사인 지정제 확대 '갑론을박'= 감사인과 기업 간의 불평등한 지위를 개선하고 감사인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지정제 확대가 논란이 되고 있다.
회계감사시장 과반을 4대 회계법인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회계법인은 지정제 확대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기업들은 이에 대해 회의적이다.
송재현 중소회계법인협의회 회장은 "지정제 확대가 감사인 간의 경쟁을 완화해 감사품질을 저하시킬 것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오히려 감사품질이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의 대형 회계법인에 우선 배정하는 배정방법을 개선해야 한다"며 "특정 감사인에게 업무가 집중되면 사회정의와 공정성이 훼손되고 감사보수의 덤핑이나 부실감사의 부조리가 만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원 안진회계법인 상무는 "감사인 지정범위 확대는 감사인 독립성을 강화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지만 현재 지정범위 수준이 감사인 독립성 강화를 충분히 지지해 줄 수 이는 수준인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감법 개정으로 전체 상장기업의 약 8% 수준인 130여개 기업이 추가적으로 지정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기업들은 지정제 확대가 해당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승렬 한국상장사협의회 회원지원본부장은 "감사인 강제 지정에 해당되는 기업들은 우려하고 있다"며 "감사보수 증가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분식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라는 시장의 인식에 대한 우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