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소득세제 全국민 이득 간다더니…말 바꾼 정부

조세소위, 배당소득 증대세제 신설 '재논의'

배당소득 증대세제를 통해 전 국민에게 이득이 돌아갈 것이라는 정부의 말이 거짓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정부는 국민연금의 기금 중 80%가 주식투자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일반 국민들에게도 세금 혜택이 돌아간다고 말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며 돌연 입장을 바꿨다.

21일 기획재정부와 국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는 배당소득 증대세제(정부안)를 신설하는 법안을 심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에서 내놓은 배당소득 증대세제안은 내년부터 3년 동안 일정 수준 이상의 배당성향을 지닌 법인으로부터 받은 배당금에 대해 원천징수세율을 현행 14%에서 9%로 인하하는 것이 주요 골자.

여기에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에게 25%의 선택적 분리과세를 허용, 배당소득자에 대한 보호 장치까지 마련돼 있다. 

그동안 배당소득 증대세제안은 갖은 고초를 겪었다. 배당소득의 상위계층 집중도가 높으므로 배당소득 분리과세 혜택이 소수의 대자산가에게 집중되어 부의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실제 국세청에 따르면 배당소득 상위 1%가 전체 배당소득의 72.1%를 점유할 정도로 배당소득 분포의 불균형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우려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일반 국민들에게 세금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 없다고 했는데, 국민연금의 기금 중 80%가 주식투자다. 국민연금 수혜자는 전 국민이기 때문에 전 국민이 이득을 보게 되는 것"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그러나 세법을 심의하는 조세소위 논의 테이블에서 당초 입장을 철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공식으로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이 "국민연금이 혜택 받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는 것이 조세소위 관계자의 전언이다. 쉽게 말해 기관이 아닌 개인에게 세제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에 앞서 부총리가 밝힌 발언이 잘못된 정보인 셈이다.

더욱이 조세소위 다수 의원들도 부총리가 잘못 말했다는 점을 지적했으며, 일부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 "이제까지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며 밝히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조세소위 여야 의원들은 조세형평성 측면을 고려, 관련 법안은 차후 '재논의' 사항으로 분류시켰다. 야당을 중심으로 '부자감세'라는 부정적인 입장을 강력하게 내비침에 따라 향후 세제혜택 범위를 축소하는 등의 제도 손질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