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개인에 허용했지만 3p 넘는 수출신고서
전문용어 많고 복잡해..직접 세관 방문도 부담
김지명(32·가명)씨는 최근 일본 아마존을 통해 명품 가방을 구매했다. 하지만 얼마 후 면세점 특별행사에서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반품을 결정했다. 김씨는 최근 개인이 직접 관세 환급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관세사 수수료를 아끼고자 직접 관세를 환급받기로 했다.
하지만 전자통관시스템인 유니패스(UNI PASS)에 접속해 3페이지가 넘는 수출신고서를 보는 순간, 그는 개인이 관세를 환급받는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반인이 작성하기에는 용어가 너무 어려웠던 것이다.
김 씨는 “관세 3만7000원을 환급받기 위해서 수출신고서를 작성하는데 몇날 며칠이 걸렸다”면서 “그렇다고 관세사에게 맡기자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어서 그냥 환급을 포기하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7월 관세청은 해외직접구매 물품을 반품할 경우 관세사를 거치지 않고 개인이 직접 세금을 환급 신청할 수 있도록 제도와 절차를 개선한다고 밝혔다. 수출신고 시 필요한 통관부호인 ‘신고인 부호’ 발급을 개인에게까지 허용한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개인이 직접 관세를 환급받는게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수출신고서’와 ‘과오납및위약환급신청서’ 등 서류에 적힌 전문 용어가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수출신고서에 첨부되어 있는 ‘수출신고서 작성방법 안내’를 참고해도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
특히 관세를 환급받기 위해서는 2번 정도 세관을 직접 방문해야 한다. 우선 ‘신고인 부호’를 발급받기 위해 본인 확인 절차가 필요하고, 또 수출신고서 작성 후 수입신고필증과 수출신고서에 기재된 물품이 동일한 지 확인하기 위해 직접 물품을 갖고 세관을 방문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전국에 있는 세관 수는 총 47개에 불과하다. 지방은 상황이 더 열악하다. 이를 테면, 단양에 거주하는 사람은 충주세관, 보령은 군산세관까지 가야한다. 개인이 직접 관세를 환급받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배송대행업체 중 관세환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대다수의 배송대행업체는 반품, 환불 규정에 관세 환급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김 씨의 경우에도 배송업체에 관세 환급을 문의했지만 단순히 배송업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문제는 최근 해외직구가 증가함에 따라 그에 따른 환불 또한 늘어나면서 관세 환급 수요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해외직구 시장은 2010년 3000억원에서 지난해 1조원을 넘어섰고, 지난 10월 현재 1조350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미국 최대 쇼핑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11월 마지막 금요일)를 앞두고 해외 직구가 급증하면서, 올해는 2조원까지 해외직구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대해 관세청 관계자는 “제도 도입 이후 1일 평균 1.6건에서 3.2건으로 관세 환급 건수가 늘어났다”면서도 “아직까지 개인이 직접 세금을 환급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