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이 남편 계좌에서 돈을 이체받아 부동산 취득대금으로 사용했다면 증여로 볼 수 있을까.
우리 민법은 부부재산제와 관련해 부부별산제를 채택하고 있어서 혼인한 부부라도 단독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각자의 재산으로 취급한다. 따라서 우리 민법대로라면 남편으로부터 받은 돈은 증여로 볼 수 있고,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다.
그렇다면 미국 시민권을 가진 교포이고 그들이 거주하는 주(州)법에서는 부부 가운데 한 사람이 부동산을 구매할 경우 공동재산으로 규정하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A씨 부부는 오래전 혼인해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거주하는 미국 시민권자이며 부인 A씨가 서울 서초구에 빌라를 취득했다. A씨는 빌라 대금 지급을 위해 남편인 B씨 명의의 서울 종로구 부동산을 임대하고 받은 전세보증금 중에서 4억 원을 남편 명의 계좌에서 자신의 계좌로 이체받아 사용했다.
세무당국은 A씨가 빌라 취득대금 중 4억 원을 남편 명의의 국내재산에서 발생한 임대보증금으로 지급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증여받은 것으로 판단해 증여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A씨 부부는 미국 국적 부부로서 부부재산관계에 대해서는 국제사법에 따라 미국 텍사스주의 법률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텍사스주법은 부부가 혼인 중에 취득한 재산은 공동재산으로 보고 있으므로 남편에게서 송금 받은 돈은 증여가 아니라고 반발했다.
반면 세무당국은 A씨가 구입한 빌라와 남편이 갖고 있던 부동산은 모두 혼인 중 단독명의로 취득한 부부 각자의 특유재산으로 추정된다며 A씨가 남편 부동산의 임대보증금의 일부를 건네받은 것은 증여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경란 부장판사)는 최근 "A씨 부부는 미국시민권자로 텍사스주 가족법에 따라 결혼 중 취득한 단독재산을 제외한 재산은 공동재산"이라며 "증여세 부과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해 A씨 부부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A씨 부부가 미국 국적을 가진 부부"라며 "국제사법에 따라 부부재산제에 대해 부부의 동일한 본국법이 우리 민법보다 우선 적용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 부부의 거주지인 텍사스주 가족법에 따라 혼인 중 남편 명의의 부동산과 A씨 명의의 빌라를 취득했으므로 두 부동산은 부부의 공동재산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부부 공동재산인 남편 명의의 부동산에서 나온 임대보증금으로 공동재산인 빌라를 구입한 이상 남편 명의의 계좌에서 부인 A씨에게 이체된 돈을 증여로 볼 수 없다"며 "증여세 부과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참고 판례 : 2014구합60207]
